“비오면 무너질라”… 인천 문학산 산비탈 마을 ‘불안불안’ [현장, 그곳&]

박귀빈 기자 2026. 7. 22. 06: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불법건축물·고령 주민 밀집…보강공사도 난항
산사태 취약지역 미지정…예찰·대피 대응만
“비만 오면 불안”…이주·주거 지원 대책 시급
21일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문학산 자락의 한 산비탈 마을에서 주민이 임시 보강된 비탈면 옆을 지나고 있다. 장마철마다 침수와 산사태 위험이 반복되는 이곳은 주민 대부분이 고령층으로 근본적인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조병석기자


“비만 오면 산부터 봐요. 산비탈이 무너져 쏟아질까 밤잠을 설칩니다.”

21일 오전 11시께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문학산 자락의 한 마을 골목. 산비탈 면 곳곳이 빗물에 흙이 쓸려 내린채 주민들이 덮어놓은 철판과 모래주머니로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다. 일부 축대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기울어져 있다.

집과 산비탈 사이 거리는 불과 1~2m로 사람 1~2명이 겨우 지날 정도다. 집 뒤편으로는 가파른 산비탈이, 앞쪽으로는 물길이 이어져 집중 호우가 내리면 빗물과 토사가 그대로 주택가로 향하는 구조다. 이미 이곳에 지은 집들 상당수는 침수로 벽면이 갈라지고 습기로 인한 얼룩으로 가득하다.

이곳에서 50년 넘게 살아온 박순복씨(85)는 “비만 오면 산에서 물이 한꺼번에 내려와 무섭다”며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밖에도 못 나가고 집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주민들이 연탄재와 흙을 가져다 쌓으면서 직접 물길을 막았는데, 이제는 나이 들어 그럴 힘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인천 미추홀구 문학산 자락 산비탈 마을이 장마철마다 침수와 산사태 위험에 노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러나 주택 대부분이 불법 건축물인 데다, 주민들도 80대 이상 어르신들이라 보강 공사를 위한 이주가 사실상 어려워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미추홀구에 따르면 이 마을은 50여년 전 집을 구하기 어려웠던 주민들이 문학산 자락 국유지 등에 하나둘 정착하면서 생겨났다. 당시 들어선 주택 대부분은 건축 허가를 받지 못한 채 현재까지 남아 있다.

인천시와 군·구 등은 해마다 산사태 기초조사와 실태조사를 통해 위험도가 높은 지역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현재 인천 산사태 취약지역은 강화군 70곳, 계양구 15곳, 남동구 11곳, 미추홀구 3곳 등 모두 127곳(45.8㏊)이다.

하지만 문학산 자락 일대 이 마을은 아직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기본적인 정비도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사방시설이나 옹벽 등을 설치하려면 주민들이 먼저 집을 비워야 하지만, 주민 대부분이 80~90대 고령층이어서 이주가 쉽지 않다. 평생 살아온 집을 떠날 대체 주거지나 경제적 여건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김진구 미추홀구의회 의장. 구의회 제공


지역 안팎에선 산사태 예방시설 설치와 함께 고령 주민들의 임시 거처 마련, 이주·주거 지원을 연계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구 미추홀구의회 의장은 “지금처럼 집중호우가 반복되면 자칫 인명 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고령 주민들이 대부분인 만큼 단순히 위험지역을 지정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이주와 주거 지원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집과 산비탈이 바로 맞닿아 장비가 들어갈 공간이 없고, 공사를 하려면 주민들 이주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며 “지속적으로 현장을 점검하고 있으며, 집중호우 때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즉시 주민 대피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지역은 내년도 산사태 기초조사 대상에 포함해 취약지역 지정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귀빈 기자 pgb0285@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