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당관세에 수천억 쏟아붓지만…물가안정 ‘제한적’ 국내 생산기반 ‘위축’
지난해 적용품목 2608억 지원
유통구조 탓 소매가 인하 ‘글쎄’
수요 분산에 국산 생산량 감소
영농 의지·수급조절 능력 약화
“농업계 피해 면밀히 따져봐야”


정부가 물가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농축산물 대상 할당관세를 운용하고 있지만 효과는 불분명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 가격안정 효과를 보인 품목의 경우 그 여파가 국내 생산기반을 흔들어 장기적으로 공급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20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해 할당관세 적용 품목 34개를 중심으로 작성한 ‘2025년 할당관세 지원실적 및 효과 분석’에 따르면 농축산물(사료 포함)에 들어간 관세 지원액이 2608억원에 달했다. 전체 지원액(8305억원)의 31.4% 수준이다.
할당관세 지원액이 100억원 이상인 품목 15개 가운데 10개가 농축산물(사료 포함)이었다. 바나나의 지원액이 563억원으로 가장 컸다. 망고가 220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설탕도 207억원에 달했다.
적지 않은 금액이 외국산 농축산물 관세 지원에 지출됐지만, 물가안정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신선식품의 경우 수입 후 여러 가공·유통 단계를 거쳐 최종 소비재로 전달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할당관세가 소비자물가지수에 미치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다고 설명했다. 가령 가공육의 소비자가격은 원재료인 냉동 돼지고기의 수입단가 외에 가공·포장비, 유통마진, 브랜드의 가격 정책 등에 좌우된다. 보고서는 할당관세로 냉동 돼지고기 수입가격이 전월 대비 1% 떨어져도 소비자물가지수는 0.001% 하락하는 데 그친다고 봤다.
당근이나 무 같은 농산물의 가격 변화도 비슷했다. 할당관세로 인한 수입가격 변동이 국내 생산품 가격에 안정적으로 전가되지 않았다. 국산 가격은 국내 작황과 산지 출하량, 계절 수급, 환율 등의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반면 바나나·파인애플·망고 등 외국산 과일의 가격 인하 효과는 단기적으로는 비교적 뚜렷했다. 수입가격이 내려가면 당월에 바로 도매가와 소매가도 낮아졌다. 다만 이같은 흐름이 빠르게 둔화하는 양상을 띠면서 할당관세가 ‘단기 대책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생산기반을 위축시켜 공급 불안을 자극할 우려가 적지 않다. 외국산 과일이 저렴한 가격으로 확대 유입되면 국산 과일의 수요를 분산시키고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축산물 수입관세 농업분야 영향분석’을 통해 2024년 바나나를 비롯한 외국산 과일에 할당관세를 도입한 영향으로 국산 사과·배·복숭아·딸기 등 과채류의 생산자가격이 내려가고 국내 생산량도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할당관세 운용이 국내 농가의 영농 의지를 꺾은 셈이다.
정부는 올해도 할당관세 적극 운용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연초 닭고기·달걀·돼지고기 긴급 할당관세를 도입한 데 이어 바나나·파인애플·망고의 경우 도입 기한을 종전 6월30일에서 8월15일로 연장했다.
이같은 수입 확대 정책이 반복될수록 농가의 생산·수급조절 능력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정부 분석이 물가지수 변동에만 치우쳐 품목 선정 등 정책설계가 부실하고 국내 농가 보호 대책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문한필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제도의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고, 품목 선정 등 의사결정 과정에 농업계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할당관세가 농업계와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을 따져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할당관세로 인한 농업계의 직간접적인 피해를 면밀히 따지는 것이 먼저”라고 짚고 “피해를 본 품목에 대해 마케팅이나 경쟁력 강화 등 지원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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