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민주당, 양극화 토론 한 번을 안 해…중산층·서민 정당 맞나”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멸칭’ 난무하며 ‘명청대전’ 비화된 전대
집권 1년 만에 권력투쟁 모습만 보여줘
이러다 영구히 집권 못할까 위기감 커져
‘숙의’ 없는 당원주권주의, 갈등만 반복
청년최고위원 도입 부결, 부끄러운 일
양극화 심화 속 민생 제일주의 택해야

더불어민주당의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후보들 사이에서 ‘적통’ 논쟁이 벌어졌다. ‘왕조시대도 아닌데 웬 적통 논쟁인가’ 싶은데, 정작 지금의 민주당엔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민주당(평민당) 시절부터 당을 꾸준히 지켜온 의원들이 의외로 많지도 않다. 세월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이기도 하지만, 분당과 통합을 반복하며 부침이 많았던 민주당의 사정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우원식 의원(5선)은 이런 민주당의 역사를 지켜본 산증인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퇴진 운동을 벌이고 서울 구로동 등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1988년 평화민주당에 입당한 그는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선출돼 잠시 당적을 내려놓은 걸 제외하곤 38년을 줄곧 민주당과 함께 했다.
민주당 전대 후보 등록이 시작된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우 의원은 “그 어느 때보다 답답하고 무거운 심정”이라고 했다. “불법 비상계엄, 내란이라는 죽을 고비를 국민과 함께 넘기고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지 이제 고작 1년”인데, 서로에게 멸칭을 쓰며 ‘명청대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내부가 갈라져 권력투쟁을 하는 듯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어서”다. 그는 “지금 민주당이 누구를 위한 정당인지를 잘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며 “국민들 실망이 커져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면 다시는 민주 정부를 만들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했다.
―전당대회 레이스가 시작됐다. 이번 전대에서 후보들은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 뒤 국민들이 정권을 줬는데 (우리가 잘 못해서) 5년 만에 정권을 뺐겼다. 그러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통해서 (국민들이) 민주당에 다시 기회를 줬는데, 집권 1년 만에 국민들의 삶이 뒤로 가고 있다. 그런데도 당에선 권력투쟁만 보여주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민주당이 국민들의 기대에서 많이 멀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 분열 때문에 ‘4기 민주정부’가 성공하지 못한다? 그러면 누가 앞으로 민주당을 믿고 민주정부를 만들려고 또다시 힘을 모아주겠는가. 그 다음은 진짜 어려워지는 거다. 이번 전대에선 그런 문제 의식을 갖고 새로운 민주당,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민주당을 다시 만들어내는, 아주 중요한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전국 정당을 지향한다’는 점을 상기시킨 게 떠오른다. 현재 민주당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지금 중산층과 서민들의 삶이 얼마나 어렵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12%나 늘고, 서울 부동산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넘었다고 한다. 한편으론 반도체가 잘 되고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그런 성과가 아직 (다수의) 국민들에게 가 닿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격차가 벌어지면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그런데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는 민주당이 양극화 문제를 의제로 내세워 얘길 하는 걸 들어보지 못했다. 지난 1년 동안 한 게 검찰개혁·사법개혁 밖에 없는 것 같다. 또 지방소멸 위기에 대한 우려도 커지면서 정부가 광역통합 의제를 들고 나왔지만, 거기에 민주당의 역할은 없었다. 지금도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권 주자들이 ‘전남에 가서 뭘 했다, 광주에 가서 뭘 했다’ 이런 얘긴 나오는데, ‘부산, 경북에 가선 뭘 했다’ 이런 얘기가 잘 들리지 않는다. 당원 표가 그쪽(호남)에 다 몰려 있다보니 그런 거다.”
―그런데 전대에선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가 최대 화두인 듯 보인다.
“보완수사권 문제는, 검찰 수사권을 폐지했을 때, 경찰의 독점적 권력 행사로 발생할 수 있는 국민 피해를 어떻게 하면 방지할 수 있는지,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을 마련하면 되는 문제다. 그런데 지금 이 문제가 전당대회 선거 전략처럼 돼버렸다.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나 다름 없다는 식이다. ‘대안을 숙의하자’는 것조차 문제를 삼는 건 대화의 여지를 없게 만드는 것이다. 국민들이 우리를 어찌 보고 있을지 매우 걱정이 된다.”
―이 문제를 두고 지지층도 ‘올드 민주당’ 대 ‘뉴이재명’으로 갈라져 싸우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도 보수 쪽에 있는 사람들이 당에 많이 들어왔다. 이종찬 국정원장이나 김중권 대통령 비서실장처럼 핵심 요직을 주기도 했다. 그분들이 그 이후 어디 다른 곳으로 가지 않았다. 자기 철학을 실현하면서 민주당과 한덩어리가 됐다. (대선 이후) 새롭게 당에 들어온 사람들도 민주당의 가치에 동의했으니 들어온 거 아닌가. 그런데 왜 이렇게 패를 나눠 자꾸 내부를 가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두번의 대선에서) 한번은 지고, 한번은 이겼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진보개혁 세력 대 수구보수 세력’ 구도로 보면, 1% 남짓 차이다. 지난번엔 우리가 갈라져서 졌고, 이번엔 저쪽이 갈라져서 우리가 이겼다. 물론 (영입 인사를) 모셔올 때도 신중한 토론 과정을 거쳐야겠지만, 일단 우리 안으로 들어오면 생각이 다른 부분은 내부에서 토론하면서 서로 한덩어리가 되어가는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희한하게도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당 밖에다 대고 각자 의견을 주장하며 패를 갈라 권력투쟁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넌 나랑 달라’ 이렇게 (편을) 가르면, 뭐가 남겠는가. 이러면 망한다. 영구히 집권할 수 없게 된다.”
―전대에서 당원주권주의가 강조되고 있다. 당의 의제 결정에 국민의 소리를 잘 반영하자는 취지일텐데, 오히려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지나치게 좌지우지 된다는 비판도 있는데.
“당원들의 참여와 권한을 확대하는 것은 민주 정당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다만 국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선 (사안에 대한) 충분한 토론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민주당에는 숙의 과정이란 게 없다. 오로지 투표만 한다. 그러다보니 합의된 ‘선’을 찾아가기보다는 자기 의견과 안 맞으면 갈등하고 부딪히는 모습만 반복되고 있다.”
―전대 과정에선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한 조작기소 특검법 처리 문제도 쟁점이 될 텐데.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적인 문제들, 조작이나 강압이 있었는지를 특검을 통해 명확하게 밝혀 일벌백계해야 한다. 다만 특검에 공소 취소 권한까지 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국민적 이견이 굉장히 크지 않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하고 신중한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 결국 조작기소 여부가 밝혀지면 법원도 잘 알아서 판단하지 않겠는가.”
―‘코어 지지층 결집’과 ‘외연 확장’ 중 어느 쪽에 중점을 둬야 하느냐도 전당대회 쟁점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구조적 다수’ 발언을 두고 유시민 작가가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대립 구도가 커지는 느낌인데.
“유 작가가 너무 과하게 표현한 게 아닌가 싶다. 유 작가는 대통령의 ‘구조적 다수’ 발언을 (과거와 같은) 인위적 정계 개편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한 것 같은데, 당장 오세훈 서울시장,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같은 사람들과 손잡고 인위적 정계개편을 할 수 있겠나. 내란 이후 국민의힘은 오히려 더욱 극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중도개혁적 실용노선을 계속 추진하면서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만드는 게 결국 다수파를 만드는 과정이 될 것이란 취지일 것이다. 물론 구조적 다수파를 이루기 위해선 민주대연합 노선을 이어가는 것도 같이 해야 될 일이다 . ”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서 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 동시에 후보를 내면서 민주대연합, 두 당의 연대·합당 논의가 더 어려워진 거 아닌가.
“지난번 총선에서 민주당 등 범야권이 192석 최대 의석을 얻었다. 당내 반발이 있었음에도 ‘지역구는 민주, 비례는 비례연합당으로 하자’는 민주대연합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 덕분에 12·3 비상계엄 해제도 가능했고 (윤석열) 탄핵도 할 수 있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도 민주대연합이 필수인데, 평택을에 양쪽 당 후보가 다 나오게 선거 구도를 짠 것은 너무나 잘못한 일이다. 선거 전 합당이 불발된 탓이라고 하지만, 최종적 책임은 당대표 몫이다. 어쨌거나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는 양쪽 당 당원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같이 할 수 있는 방법은 합당도 있고 선거 연합, 정책 연대도 있다. 당원들의 의사를 잘 들어서 어떤 방식이 좋은지를 택해야 된다. 단 민주대연합의 관점을 잃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2030 청년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그 이유에 대해) ‘청년들이 보수화됐다’는 식의 진단은 잘못된 것이다. 보수 동네인 대구에서 김부겸 후보를 찍은 청년들은 뭐라고 설명할 수 있겠나.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 굉장히 크다. 최근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데, 청년층에선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당장 자산 격차만 봐도, 상위 20%와 하위 20% 간 격차가 가장 큰 게 청년층이다. (청년들이 민주당에서 이탈하는 건) 이에 대해 문제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단순히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 뿐만 아니라 해법을 내놔야 한다.”
―전대 룰을 정하는 과정에서 선출직 청년최고위원제 도입이 무산됐다. 전대에 나온 청년 후보들도 ‘기득권 정치‘라고 비판하며, 세대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당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당원 선출로 청년최고위원을 뽑는 건, (청년 등용의) 중요한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걸 부결시킨 건 정말 기득권 정당, 그야말로 꼰대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다만 세대교체가 무조건 옳은 건 아니다. 노·장·청을 아울러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 더 중요한 건 당이 국민의 삶으로 입증시키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당의 총노선을 결정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노선은 어떤 방향을 향해야 한다고 보나.
“지금 민주당이 누구를 위한 정당인지를 잘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 어떤 사람은 ‘강남에 잘 사는 좌파들을 위한 정당’ 이라고 하고, ‘당원 구성원으로 보면 50대를 위한 정당 아니냐’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지향하는 바를 보여주지 못해서 이렇게들 말하는 거다. 당의 노선을 분명히 하고, 청년들 문제도 그런 속에서 풀어 나가야 한다.
당의 전체 노선을 민생 제일주의로 가져가야 한다. 특히 현재 정부가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등 변화의 시기에 조응하며 경제성장 중심의 정책으로 미래의 파이를 키우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면, 당은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소외되지 않고 고루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잘 풀지 못하면 2028년 총선, 2030년 대선 때는 양극화가 엄청 심해질 수도 있다. 점점 더 심각해져 가는 자산의 불균형, 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우리 당의 주요한 노선으로 삼아 해법을 집중적으로 논의해가야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다.”
―민주당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이건 잘 한 것 같다’, 앞으로도 이 방향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한 ‘정치의 순간’이 있나.
“내가 민주당 의원으로서 제일 자랑스러웠던 순간은 2013년 을지로위원회를 만들어 활동할 때였다. 정치란 ‘힘이 약한 사람들의 무기’여야 한다. 을지로위원회의 슬로건도 바로 그것이었다. 2013년 최고위원이 되자마자 현장에 가서 이른바 ‘을’들의 눈물을 보고 그분들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갑’들하고 싸웠다. (불공정한 갑을 관계의) 균형을 맞추면서 ‘아, 이게 내가 하려고 했던 민주당이지’ 자부심을 느꼈다. 이번 ‘홈플러스 사태’에서도 민병덕 을지로위원장이 아주 애를 많이 썼다. 애초 대주주인 엠비케이(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은 (홈플러스 노동자와 입점 업체, 납품 협력업체 등) 10만명의 생계는 안중에도 없고, 빨리 홈플러스를 파산시켜 자산 매각을 하는 데만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민주당이 ‘홈플러스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하자, 그제서야 해법을 갖고 온 거 아니냐. 을지로위원회의 활동을 당의 주요 정책 주요 노선으로 삼아야 한다. 그 래야 국민들이 ‘아,민주주의를 하면 내 삶이 나아지는구나.억울한 꼴 당하지 않고 일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다. 나도 그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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