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 '생존 위한 VOD 업체의 변신' 김형만 스튜디오초이스 대표

최연진 2026. 7. 22. 05: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주문형 비디오(VOD) 업체인 홈초이스가 지난 3월 스튜디오 초이스로 사명을 바꿨다. 특정 분야의 최고 기업이 사명을 바꾸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동안 쌓아온 실적들을 버리고 새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스튜디오 초이스는 기꺼이 이런 위험 부담을 감수했다. 새로 수장이 된 김형만(54) 스튜디오 초이스 대표를 만나 신생기업(스타트업)처럼 이제 새로 걸음마를 뗀 이유를 들어 봤다.

김형만 스튜디오 초이스 대표가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인터뷰를 하며 스마트폰으로 케이블TV를 볼 수 있는 '오초이스' 앱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스튜디오 초이스를 영화 제작 및 유통 등을 하는 콘텐츠 회사로 바꿀 계획이다. 박지연 인턴기자

누가 VOD를 죽였나

홈초이스라는 이름은 국내 케이블TV 이용자들에게 VOD 서비스로 익숙한 이름이다. 그런데도 익숙한 이름 대신 이용자와 창작자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새 이름을 선택한 이유는 시대의 변화 때문이다.

VOD란 영화나 드라마 등을 별도로 돈을 내고 보는 것을 말한다. 정해진 시간에 특정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방송과 달리 과거 비디오테이프를 빌리듯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를 따로 돈 내고 보는 개념이다. 그래서 주문형 비디오라고 부른다.

원래 케이블TV업체들은 별도의 돈벌이로 각자 VOD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런데 2007년 인터넷TV(IPTV) 법이 제정되면서 모든 케이블TV 업체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 회사에 VOD 서비스를 몰아주고 여기에 주주로 참여했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회사가 홈초이스다.

이후 IPTV 사업을 하는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업체들이 HCN, 티브로드, 헬로비전 등 케이블 TV업체들을 인수하며 이들도 홈초이스의 주주로 참여했다. "IPTV도 비용 효율화를 위해 VOD 서비스의 일원화를 논의할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IPTV까지 포함한 국내 유료 방송업체의 모든 VOD 서비스를 책임지게 되죠."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다.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플러스, 애플TV 등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과거 유료 방송업체들을 위협하며 VOD 서비스를 밀어내고 있다. 사명 변경은 이런 위기의식의 발로다. "지금은 다양한 기기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따라서 가정(홈)에 국한한 사명은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과거의 이름이 서비스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기존 서비스만 유지해서는 안되니 콘텐츠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영화 제작에 투자하고 외화도 수입

이름 뿐 아니라 사업 내용까지 바뀌었다. 이제는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는 스튜디오처럼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뛰어 들었다. "14개 케이블 TV에 VOD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면서 콘텐츠 제작까지 해요. 영화 제작과 유통, 외화 수입 및 배급, 관련 상품화가 과거 홈초이스와 가장 큰 차이점이죠."

이렇게 만든 영화나 드라마를 주주사인 케이블 TV와 IPTV 뿐 아니라 OTT에도 공급한다. OTT는 VOD를 어렵게 만든 원인 제공자이지만 이들마저 새로운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한마디로 적과의 동침이다.

투자 영화 가운데 대표적 작품이 박규태 감독의 '육사오'다. 바람에 날려 북한 땅으로 넘어간 1등 로또 복권을 찾기 위해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 코미디 영화로 배우 고경표, 이이경 등이 출연했다. "영화 육사오에 주요 투자사로 참여했어요. 국내 흥행성적은 198만 명인데 최근 베트남에 수출해 현지에서 220만 명이 이 영화를 봤죠. 영화 '파묘' 개봉 전까지 육사오가 베트남에서 가장 흥행한 한국 영화입니다. 최근에는 육사오를 중국에도 판매하기 위해 적극 움직이고 있죠."

다음달 개봉 예정인 엄정화 주연의 영화 'OK마담 2'에도 투자했다. "요즘 극장 관객이 줄면서 올해 중저예산 영화 위주로 4,5편 투자를 검토해요. 이런 차원에서 영화 OK마담 2에도 투자했어요. 미국, 유럽 제작사들과 손잡고 내년에 촬영하는 일부 작품의 공동 제작도 고려하고 있죠."

외화를 수입해 배급하는 일도 새로 시작했다. "제라드 버틀러 주연의 재난 영화 '그린랜드2 마이그레이션'을 수입해 지난 1일 개봉했어요. 외화 수입 때문에 올해 프랑스의 칸영화제에도 다녀왔어요."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전문 인력을 보강했다. "외회 수입 및 국내 영화를 배급했던 전문 인력 5, 6명을 영입해 팀을 만들었어요."

김형만 스튜디오 초이스 대표는 KT 계열사인 KT알파의 콘텐츠미디어사업부문장을 하며 포털과 VOD 관련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사업을 했다. 그만큼 그의 경험이 콘텐츠 회사로 변신한 스튜디오 초이스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지연 인턴기자

해외 OTT 대항마로 패스트 채널 키운다

그만큼 김 대표는 콘텐츠 유통에도 공을 들인다. 아무리 좋은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어도 이를 볼 수 있는 곳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콘텐츠 이용을 늘리기 위해 지난달 '씨네초이스'라는 케이블 TV용 유료 영화 채널을 만들었다. "2000년대 이후 개봉한 '미녀는 괴로워' '괴물' 등 우리 명작 영화를 볼 수 있는 채널입니다. 앞으로 투자하는 작품의 노출 기회를 늘리는 유통 창구로 도 활용할 계획입니다. IPTV에도 채널 개설을 논의 중이죠."

나중에 김 대표는 씨네초이스를 패스트 채널로 확대할 생각이다. 패스트(FAST, free Ad-supported streaming television) 채널이란 광고를 보는 대가로 영상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다. "광고를 보는 대신 영화나 드라마 등을 무료 제공하는 패스트 채널이 전 세계에 걸쳐 확장 중입니다. 대신 광고주들이 콘텐츠 이용료를 내죠. 이미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만드는 스마트TV에 관련 앱들이 들어가 있어요. TV업체들도 이를 통해 광고 수익을 나눠 갖죠. 씨네초이스도 패스트 채널로 확대할 생각입니다. 정부에서도 해외 OTT 때문에 경쟁력을 잃어가는 국내 케이블 TV와 IPTV를 위해 패스트 채널을 키우려고 해요."

영화를 볼 수 있는 '오초이스' 앱도 만들었다. 오초이스는 스마트폰 등 휴대기기로 볼 수 있는 케이블TV다. "케이블 TV 가입자들이 휴대 기기로 볼 수 있는 일종의 세컨드 TV입니다." 수익보다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여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다.


자금 여력 있나

관건은 비용이다. 쟁쟁한 해외 OTT들과 영화 제작 및 유통으로 경쟁하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보유중인 자금으로 영화 제작에 투자해요. 하지만 더 많은 작품을 만들고 유통하려면 주주사들과 협의해 증자를 해야죠. 케이블 TV업체들이 많이 어려워 자금 여력이 없어서 통신업체 3사의 증자 결정이 필요해요."

매출은 지난해 250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 300억 원을 목표로 한다. "2015년 매출이 1,400억 원이었는데 OTT의 영향으로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케이블 TV의 VOD 매출이 줄면서 전체 매출 또한 매년 감소했어요. 따라서 매출을 늘리려면 VOD 사업보다 영화 제작 등에 투자해 콘텐츠 매출 비중을 늘려 점차 콘텐츠 중심 회사로 바꿔야죠."

영업손익 또한 지난해 3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손익 분기점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비용 절감을 많이 했고 올해 월별 이익이 개선되고 있어서 적자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형만 스튜디오 초이스 대표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AI 영화 공모제 등 AI 영화도 지원할 계획이다. 박지연 인턴기자

"AI 영화도 지원할 것"

새 출발을 하는 스튜디오 초이스의 수장으로 김 대표가 낙점된 것은 경력 때문이다. 그는 KT그룹 내 핵심 콘텐츠 계열사인 KT알파의 콘텐츠미디어사업부문장을 지냈다. 코스닥 상장업체인 KT알파는 PC통신 하이텔과 포털 파란을 운영한 KTH가 모바일 상품권 사업을 하던 KT엠하우스와 합병하며 탄생했다. 각종 콘텐츠 유통과 TV 홈쇼핑, 모바일 상품권 사업 등을 한다.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회사를 다니며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과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 석, 박사 과정을 마쳤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은 PC통신업체 한국통신(지금의 KT) 하이텔이었다. "대학 시절에 하이텔 애용자였어요. 하이텔에 입사해 파란으로 바뀐 한미르 포털을 기획하는 등 서비스 기획과 운영 업무를 했죠."

이후 KT에서 IPTV 사업을 준비했고 그 인연으로 KT 플랫폼 서비스 전체에 콘텐츠를 수급하는 일을 맡게 됐다. "KT에서 VOD 사업의 기획 운영을 했어요. KT 그룹 내에서 콘텐츠 관련 일을 가장 오래 한 셈이죠."

그만큼 김 대표의 경력이 곧 스튜디오 초이스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IPTV의 VOD 사업을 20년간 하면서 다양한 콘텐츠 투자 경험을 쌓았어요. 또 다양한 서비스에 콘텐츠를 유통하면서 어떤 작품이 어떤 플랫폼에서 영향력이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했죠. 이런 것들이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앞으로 김 대표는 인공지능(AI) 영역까지 콘텐츠를 확대할 계획이다. "AI가 콘텐츠 제작비용 절감에 큰 기여를 했어요. 앞으로 AI를 활용한 영상 제작을 지원하고 싶어요. AI 기반의 영상 공모전도 개최하고 아직 AI로 만든 영화를 판매할 수 있는 유통 창구가 없는데 씨네초이스 채널 안에 AI 영화 분야를 만들어 상영하는 등 판로 역할을 하고 싶어요."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