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의 판사 순서 의미는?

'재판장 판사 ○○○, 판사 △△△, 판사 □□□.'
법원 합의부 판결문 마지막 장에는 재판부 구성 판사들의 이름이 이런 순서로 적혀있다. 판사 이름을 그냥 가나다 순서대로 적은게 아니다. 이름 순서에는 각 판사의 지위와 역할에 관한 의미가 부여돼 있기 때문이다.
합의부 사건의 판결문에는 가장 먼저 재판장이 기재된다. 재판장은 재판을 진행하고 변론을 지휘하며, 재판부를 대표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같은 책임과 지위를 반영해 판결문에도 가장 앞에 이름을 올린다. 재판 과정에서 당사자나 대리인이 "재판장님"이라고 부르는 대상이 바로 이 판사다.
재판장 아래에는 배석판사들의 이름이 적힌다. 배석판사는 단순히 재판장을 보조하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사건 기록을 함께 검토하고 법률적 쟁점을 논의하며 법관간의 합의를 통해 사건의 결론을 함께 결정한다. 합의부의 판결은 세 명의 판사가 함께 내리는 판단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실제 사건을 가장 깊이 검토한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주심'이다.
주심은 사건기록을 가장 먼저 검토해 쟁점을 정리하고, 재판부 내부 논의를 이끌며 판결문 초안을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통상 판결문에는 '주심'이라는 표시를 따로 하지 않는다. 주심 역시 재판부를 구성하는 판사 중 한 명일 뿐이며, 판결은 특정 판사가 아니라 재판부 전체의 합의로 내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판결문만으로는 누가 주심인지 알 수 없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판결은 특정 판사 개인이 아니라 재판부 전체의 판단이기 때문에 판결문에 주심을 별도로 표시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합의재판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법원 판결문은 예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나 소부 판결에는 재판장과 함께 주심 대법관이 별도로 표시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에는 재판에 관여한 대법관의 의견을 다수의견, 소수의견, 별개의견 등으로 나눠 명확히 구분해 표시한다. 이 과정에서 사건의 심리와 보고를 전담한 주심 대법관이 누구인지 밝히게 된다. 한 고등부장판사는 "대법원 판결은 기준이 되는 판례가 되기 때문에 주심 대법관을 공개해 사법 신뢰를 높인다는 취지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