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광장] 수사와 행정의 최전선에서 목격한 ‘절차 생략’의 병폐

심성훈 변호사(법무법인 가우) 2026. 7. 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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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법률 전문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법전 속의 이상과 현장의 거친 현실 사이에서 발생하는 거대한 괴리를 매일같이 목격하는 일이다. 나는 과거 서울특별시청과 성남시청 등 행정 현장에서 대규모 수사에 맞닥뜨렸고 지금은 변호사로서 압수수색 현장과 영장실질심사 법정을 누비며 다시금 강제수사의 최전선을 마주하고 있다.

강제수사와 처분의 과정을 모두 경험한 바로는 행정기관과 수사기관이 절차를 대하는 방식에 있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악습'을 적잖이 공유하고 있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악습'의 유형이다.

​첫째, 확보한 증거가 법리적 다툼을 견디기 어렵다고 느낄수록 태도는 더 고압적으로 변한다. 이는 담당자 스스로가 증거의 빈약함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둘째, 압수수색 현장에서 수사기관은 영장에 기재된 범위를 미세하게, 그러나 지속적으로 확대하려 한다. 정교한 법리 해석보다는 다수의 인력을 동원한 물리적 압박을 선택하곤 한다. 명백히 영장 범위를 벗어난 곳을 수색하려 할 때 변호인이 이의를 제기하면, 그들은 논리적 답변 대신 '현장의 혼란'을 틈타 수색을 강행한다.

그때마다 나는 현장 책임자에게 분명히 고지한다. "이 수색 범위는 영장 기재 범위를 벗어났다. 그 위법한 수색을 강행했다는 사실을 조서에 기재할 수 있겠느냐"고 말이다. 현장의 고압적 분위기 속에서도 절차적 위법성을 조서에 기록하도록 요구하는 것, 이것이 압수수색 현장에서 변호인이 수행해야 할 최소한의 상황 통제이자 방어권 행사일 것이다. 그러나 이조차도 수사 공무원과 상당한 마찰이 따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셋째, '전례'와 '상급자의 지시'라는 프레임에 매몰되어 있다.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보다는 이미 짜놓은 틀에 맞춰 결과를 도출하려는 '프레임 수사'는 법치주의를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시킨다.

​이러한 악습들은 담당자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실적을 위한 수사, 관료적 경직성,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는 절차 회피는 행정처분과 형사수사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구조적인 질환이다. 이들은 법률을 국민 권리를 보호하는 준칙이 아니라, 자신의 행위를 방어하기 위한 요식 행위로 치부하곤 한다.

​최근 내가 변호인으로서 구속영장 기각을 이끌어냈던 사건 역시 수사기관이 관행적으로 생략했던 절차를 집요하게 문제 삼고, 그 위법성을 파고들어 구속 사유의 흠결을 적시한 결과다. 수사기관의 '협조' 요구가 방어권의 영역을 침범할 때마다, 변호인은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을 끊임없이 환기해야 한다.

​압수수색 현장에서 변호인의 역할은 단순히 피의자를 변호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수사 시스템이 헌법이 정한 '절차적 정의'를 준수하도록 감시하는 것이다. 수사기관과 행정기관이 절차를 생략하고 관행이라는 악습 속에 매몰되는 순간, 법치주의는 무력해진다.

​수사기관의 태도 변화와, 절차적 위법성을 감시할 수 있는 변호인의 적극적인 현장 개입이 필요하다. 법은 이를 집행하는 자들이 스스로 절차를 지킬 때 비로소 그 권위를 완성한다. 지금 사법 현장에는 정답이 정해진 '프레임 수사'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충실한 '절차의 복원'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심성훈 변호사(법무법인 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