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총 쏘고 차량 뒤집는 '김 부장', 소지섭은 한 컷도 안 찍었다

강유빈 2026. 7. 22.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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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환 모피어스 스튜디오 부대표 인터뷰]
'김부장' 속 3분짜리 액션 시퀀스 AI로 제작
"레퍼런스 한 장 없이 글에서 바로 영상으로"
"이질감 없도록 실제 촬영 문법 기반해 구성"
SBS 드라마 '김부장' 2회 중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오프닝 시퀀스 속 김 부장(소지섭)의 모습. 모피어스 스튜디오 제공

#하얀 눈이 내려앉은 밤, 오토바이가 검은 세단을 따라 산속 터널로 들어간다. 앞서가던 호위 차량이 은사로 친 덫에 걸려 전복되자 복면에 인민군 복장을 한 의문의 남성이 세단을 향해 다가온다. 그리고 이어지는 총격전과 난투극. 경호원을 제압한 남성은 겁에 질린 북한 간부를 조수석에 앉히고 세단을 거칠게 몰아 터널을 빠져나간다. “넌 나하고 가티 여기서 죽는 기야.” 남성의 말과 함께 세단은 다리 난간을 뚫고 강물 아래로 추락한다.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의 2회 오프닝 장면 내용이다. 북한 출신의 포섭된 공작원인 주인공 김 부장(소지섭)이 2008년 홀로 북파돼 대남 강경파 인사를 제거하는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이 회상하듯 그려진다. 추격전부터 총기와 맨손 격투, 차량이 강물에 잠기는 수중신 등 다양한 액션 장면이 종합 선물세트처럼 망라돼 있지만 소지섭은 실제 이런 신을 찍은 적이 없다. 100% 인공지능(AI) 영상이기 때문. 한 시퀀스를 통째로 AI로 만들어 내보낸 건 한국 드라마 역사상 처음이다.

SBS드라마 '김부장'의 인공지능(AI) 시퀀스를 제작한 류재환 모피어스 스튜디오 부대표가 16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기훈 인턴기자

‘김부장’의 AI 영상은 특수시각효과(VFX) 전문가들이 설립한 모피어스 스튜디오가 만들었다. 올 2월 직접 론칭한 AI 콘텐츠 제작 플랫폼 ‘에이크론(AICRON)’을 통해서다. 영화 ‘1947 보스톤’ ‘감기’ ‘중천’ 등의 VFX 슈퍼바이저로 대종상과 청룡영화상을 수상한 류재환 부대표가 기획 단계부터 이미지 생성, 영상 제작, 편집 등 모든 제작 과정을 에이크론으로 소화했다.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류 부대표는 “촬영본에 컴퓨터그래픽(CG)을 입혀나가는 VFX 작업과 달리, AI는 글에서 바로 영상으로 간다”며 “소지섭 배우 얼굴도 레퍼런스 한 장 없이 프롬프트 입력만으로 만든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제한된 촬영 여건 속 김 부장의 과거신을 포기할 수 없었던 드라마 제작진이 먼저 AI 영상 업체 문을 두드렸다. 모피어스는 그중 한 곳이었다. 류 부대표는 에이크론의 능력치를 가늠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신나게 테스트 영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막상 가능성을 인정받고 나니 걱정이 덮쳐왔다. 류 부대표는 “AI는 쌓인 데이터가 적다 보니 일단 해 봐야 가능한지 알 수 있다. 이런 불확실성이 상업적 프로덕션에 피해를 끼치지 않을까 주저됐다”며 “감독님이 흔쾌히 자율성과 권한을 넘겨주셔서 용기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류재환 모피어스 스튜디오 부대표가 자사 인공지능(AI) 영상 제작 플랫폼인 에이크론을 활용해 제작한 드라마 '김부장'의 액션 시퀀스. 모피어스 스튜디오 제공

목표는 ‘AI스럽지 않게 보이는 것’이었다. 소지섭 외 모든 인물은 실존하는 배우가 아닌 AI로 창조된 가상 인물이다. 그런데도 시종 일관된 외형을 유지하며 클로즈업 컷까지 구사한다. 류 부대표는 “데이터상 인물 일관성이 완벽히 유지된다고 보기는 어려워도 시각적으로 눈치채지 못하는 수준까지는 온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물리적 반응을 주고받는 액션신이었다. 류 부대표는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장면은 애초에 생성을 거부하는 AI의 자체 검열이 가장 큰 허들이었다”고 토로했다. 총을 제대로 쏠 수 있게 된 것도 불과 몇 달 전부터라고. ‘피’ 생성을 거부했던 시기엔 ‘토마토케첩이 터진다’는 식으로 돌려서 명령하는 등 갖가지 임기응변을 동원해야 했다.

흔히 AI 작품은 ‘딸깍’ 하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지만, 3분짜리 영상의 1차 초안을 완성하기까지 꼬박 두 달이 걸렸다. 류 부대표는 “오토바이와 차량의 모델, 터널과 교각의 모양, 산세, 강물 위에 떠 있는 얼음 등 콘셉트 이미지를 뽑는 데만 한 달을 보냈다”며 “최종적으로 납품한 컷은 300컷이 안 되는데, 작업 과정에서 생성한 건 2,000컷이 넘는다”고 했다. 기술 자체보다 중요한 건 누가 그걸 쓰느냐다. 영상 전문가로 오랜 시간 쌓아온 지식과 노하우가 콘텐츠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류 부대표는 “아무리 진짜처럼 보여도 흐름이 어색하면 시청자는 알아차린다”며 “실사를 촬영한다 생각하고 영화 문법으로 컷을 구성하고 연출하는 데 특히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조심스럽고 주저하는 분위기가 크지만, ‘김부장’의 과감한 시도를 계기로 AI 영상 활용에 관심을 갖는 창작자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류 부대표는 말했다. “곧 피할 수 없는 세상이 올 것 같아요. 드라마, 영화 현장의 후배, 동료들이 기술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내 것으로 만들어 그 세상을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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