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쓰면서 왜 현대음악은 외면하나"… 17년 만에 서울시향과 재회하는 수산나 멜키
피에르로랑 에마르와 버르토크 피아노 협주곡 3번 협연도
"AI 시대일수록 인간이 함께 호흡하는 '공명' 가치 커질 것"

"자동차나 휴대폰 같은 새로운 기술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왜 현대음악에는 마음을 열지 않는지 안타깝다. 인생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호기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핀란드 지휘자 수산나 멜키(57)에게 현대음악은 모든 음악을 자유롭게 마주하는 법을 가르쳐준 출발점이었다. 스웨덴 예테보리 심포니 수석 첼리스트로 음악가 경력을 시작한 그는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와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수석 객원지휘자를 지냈다. 특히 프랑스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 음악감독 시절 현대음악의 깊이 있는 해석가로 입지를 다졌다.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과는 2009년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로 처음 호흡을 맞췄다.
20일 서울 중구 호텔에서 만난 멜키는 "수많은 거장의 해석을 의식하게 되는 전통적 레퍼토리와 달리, 살아 있는 작곡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현대음악에서는 완전히 다른 자유를 경험했다"며 "이를 통해 내 직관을 믿어도 된다는 확신을 얻었고, 작품을 내 음악으로 받아들이는 감각이 결국 고전과 낭만주의 음악을 지휘할 때도 단단한 내면의 힘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향과 17년 만에 다시 만나는 23, 24일 롯데콘서트홀 연주회는 현대음악에서 출발한 그의 음악 철학이 20세기 레퍼토리와 19세기 낭만주의로 확장됐음을 보여주는 무대다. 버르토크 피아노 협주곡 3번과 슈베르트 교향곡 9번 '그레이트'를 선보인다. 특히 버르토크 작품에 대해 그는 "고전적 형식과 현대적 어법이 공존하는 작품으로 오케스트라와 독주자의 상호작용이 돋보인다"고 설명했다. 함께할 프랑스 피아니스트 피에르로랑 에마르에 대해서는 "지적이면서 분석적"이라며 "현대음악 해석이 뛰어난 피아니스트로서 신선한 모든 것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첼리스트 시절 실내악을 연주하며 다른 악기 파트까지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일이 즐거웠던 그는 오케스트라 전체를 하나의 색채로 만드는 지휘자의 역할에 매료됐다. 그는 "20대 중반에 급작스럽게 시작한 것 같지만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다양한 악기와 레퍼토리를 아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지휘는 내게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자신을 비롯한 핀란드 출신 지휘자들이 주목받는 배경으로는 음악계의 낮은 진입 장벽과 지역 오케스트라의 활성화 등을 꼽았다. 그는 "핀란드에서는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음악을 시작할 수 있고, 지역 오케스트라가 젊은 지휘자들에게도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시향을 이끄는 유일한 여성 객원 지휘자인 멜키는 '여성 지휘자' 계보를 짚을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예전에는 음악보다 무엇을 입을지에 대한 질문을 더 많이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며 "지휘자를 꿈꾸는 젊은 여성들이 무대 위의 나를 보며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은퇴를 앞둔 한 미국 오케스트라 여성 단원에게 "처음으로 여성 지휘자와 무대에 함께 서면서 비로소 음악가로서 내 존재가 인정받는 기분"이라고 고백받은 일을 전하며 "이제 여러 세대의 여성 지휘자가 함께 활동하는 것은 사회 전체가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서울시향의 상임 작곡가로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를 이끌었던 진은숙 작곡가를 비롯해 지휘자 정명훈, 소프라노 캐슬린 김과 박혜상, 베이스 박종민 등 한국 음악가들과 꾸준히 교감해 온 그는 "한국은 음악 강국"이라며 "한국 음악가들 특유의 뜨거운 음악적 불꽃과 기질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이 창작의 영역까지 파고드는 시대지만 그는 오케스트라 음악의 미래를 "100% 낙관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음향의 파동이 청중의 몸을 직접 울리는 공명은 오케스트라만이 가진 힘"이라며 "화려한 엔터테인먼트를 흉내내기보다 인간이 함께 호흡하며 만들어내는 가장 본질적인 경험을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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