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 우회하면 되는데요" 호주 SNS 규제의 경고
[편집자주] 청소년의 숏폼·SNS 과몰입을 막기 위해 정부가 14세 미만 SNS 가입 제한을 추진한다. 문제는 방법이다. 국내외 플랫폼의 인증 체계와 규제 집행력은 크게 다르다. 해외 선행 사례를 통해 실효성과 개인정보 처리 기준, 우회 가입, 오인 차단 등 문제를 짚어본다.

세계 최초로 청소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규제를 도입한 호주가 '실효성'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세계 각국이 호주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규제책을 고심한다.
최근 호주의 온라인 안전규제기관 'e세이프티'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청소년 SNS 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한 플랫폼기업에 기존 대비 2배 높은 1000억원대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재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페이스북·틱톡·유튜브 등 주요 플랫폼을 대상으로 규제의 실효성을 따지는 실태조사도 벌일 방침이다.
호주가 이처럼 강력한 제재안을 내놓은 것은 올해 초부터 시행한 청소년 SNS 규제가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돼서다. 호주 뉴캐슬대학의 의학및공중보건대 연구진이 지난달 24일 국제 학술지 'bmj'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2~16세 호주 청소년 408명 중 85% 이상이 규제가 시행된 후에도 여전히 자신의 계정으로 SNS를 이용했다. 이중 3분의 2는 계정 생성 과정에서 나이 확인 절차를 거쳤다고 답했다. 사용자가 직접 입력하는 방식이라 마음만 먹으면 허위 정보 기재가 가능한 셈이다. 응답자의 29%는 부모나 형제의 이름을 빌린 가계정을 만들었다고 답했다. VPN으로 우회 가입한 응답자도 전체의 11%를 차지했다. 연구팀은 플랫폼 기업의 소극적 시스템이 문제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호주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온라인안전법 개정안을 세계 최초로 통과시켜 플랫폼기업이 차단방식을 직접 마련하고 책임지도록 했다. 아울러 'e세이프티'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한 플랫폼에 최대 50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했다. 이에 호주 전역에서 470만개 SNS계정이 폐쇄되고 각 플랫폼이 차단시스템을 도입했지만 대부분 '나이확인' 절차를 추가하는데 그쳤다.
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의 경우 안면인증 방식을 도입했지만 생체정보 수집과 개인정보 침해의 소지가 커 광범위한 적용은 어렵다는 평가다. 여권이나 주민등록증 같은 신분증 인증방식도 있지만 호주 개인정보 보호조항에 따라 대체안을 반드시 함께 제공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내년 상반기에 SNS 규제를 시작하는 영국의 경우 연령별 제재방식을 다양화했다. 영국 온라인 안전법 개정안에 따르면 16세 미만 청소년은 SNS 가입을 금지하되 16~17세에 대해선 야간시간에 접속을 막는 '셧다운제'를 적용한다. 플랫폼은 청소년계정에 한해 '무한스크롤'이 비활성화되도록 기본값을 설정해야 한다. 게임 라이브 스트리밍이나 일대일 채팅도 연령인증을 거쳐야 이용할 수 있다.
일본은 신중한 모습이다. 획일적인 나이제한이나 SNS 전면금지가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은 플랫폼기업이 의무적으로 청소년 유해요소를 자체점검토록 하고 게시물 열람과 이용시간 제한 등의 조치를 마련하도록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밖에 프랑스·브라질·덴마크·노르웨이 등이 청소년 SNS 이용을 규제하는 법안을 준비하거나 시행을 앞뒀다.
김영욱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SNS의 위해성에 대한 학술적 논쟁은 존재하지만 적어도 청소년의 일상생활 구조 자체가 SNS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은 많은 연구자들이 공유한다"며 "플랫폼이 이윤은 사유화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공동체에 전가하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정부의 개입과 규제는 예외적인 조치가 아니라 민주사회가 수행해야 하는 최소한의 책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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