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던 황사 발원지가 신에너지 기지로... 中 북부 전력 심장부를 가다 [현장]

이혜미 2026. 7. 22.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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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 발원지 퉁랴오, 풍력·장비제조 거점으로
하얼빈·지시, 중공업·탄광 도시서 신에너지로
'서전동송' 넘어 발전·전력망·수요·저장 연결
재생에너지·석탄 동시 확대…과잉투자는 숙제
15일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퉁랴오시 커얼친 사지에 조성된 궈룽신에너지 풍력단지에서 풍력발전기들이 가동되고 있다. 한때 ‘황사 발원지’로 악명 높았던 이곳은 오랜 사막화 방지와 식생 복원 사업을 거쳐, 현재 녹화와 풍력발전이 함께 이뤄지는 신에너지 기지로 변하고 있다. 퉁랴오=이혜미 특파원

바람이 불 때마다 풍력발전기 날개가 일제히 돌아갔다. 사막을 가르던 모래바람이 이제 전기가 된다. 발전기 아래로는 초지가 펼쳐져 있었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따라 방풍림이 이어졌다. 10여 년 전만 해도 황사가 몰아치던 '커얼친 사지(沙地·모래땅)' 한가운데 조성된 궈룽신에너지 풍력단지 풍경이다.

중국 북부 네이멍구자치구 퉁랴오시는 한국인에게 '황사 발원지'로 악명 높다. 커얼친 사지에서 발생한 모래먼지가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까지 건너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3~15일 찾은 이곳은 예상과 다른 풍경이었다. 드문드문 모래가 드러난 땅 위로 낮은 풀이 일렁여 사막보다 초원에 가까워 보였다. 황사의 땅으로 알려졌던 사지가 거센 바람과 넓은 토지를 활용해 녹화와 전력 생산이 함께 이뤄지는 신에너지 기지로 변하고 있었다.

중국의 에너지 지도를 오랫동안 지배한 것은 '서전동송(西電東送)'이었다. 석탄과 수력, 풍력·태양광 자원이 풍부한 서부와 북부에서 전기를 생산해, 산업과 인구가 집중된 동부로 보내는 방식이다.

최근 정책은 장거리 송전에만 머물지 않는다. 발전원과 전력망, 수요, 저장장치를 하나로 묶는 '신형 전력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전력 생산지에 '산력산업'(인공지능 연산과 데이터센터를 아우르는 컴퓨팅 산업) 등 전력 다소비 산업을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수입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이 부각되면서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산업경쟁력을 넘어 국가안보 문제로 격상된 흐름과 맞물린다.

한국일보는 이러한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이달 초중순 퉁랴오와 헤이룽장성 하얼빈·지시의 에너지 현장을 각각 찾았다. 퉁랴오가 속한 네이멍구는 지난해 중국 발전량의 8.35%인 8,703억 킬로와트시(kWh)를 생산한 전국 1위 전력기지로, 풍력발전과 장비제조업을 묶어 신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었다. 전통 중공업 중심지 하얼빈과 탄광도시 지시는 기존 산업의 기술과 기반을 저장·조절 기술과 종합에너지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었다.


황사의 땅에서 '발전·제조' 클러스터로

퉁랴오시 궈룽신에너지 풍력단지는 이런 변화를 압축해 보여준다. 중국 싼샤그룹 계열사가 운영하는 이 단지는 2020년 5월 착공해 그해 말 전력망에 연결됐다. 3.2메가와트(MW)급 풍력발전기 32기를 갖춘 100MW급 사업이다. 해마다 3억2,000만~3억5,000만kWh를 생산한다. 중국 가구당 평균 전력사용량을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약 12만 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현장에서 만난 주원룽 궈룽신에너지 총경리는 "생산 전력의 약 40%는 현지에서 소비되고 겨울철에는 지역난방에도 쓰인다"며 "나머지는 송전망을 통해 중국 국가 전력망에 공급돼 동북지역으로 보내진다"고 설명했다. 단지 주변에는 나무와 풀을 심어 식생을 복원했다. 그 밖에 20여 곳에서 유사 풍력발전 프로젝트가 이뤄지고 있다.

퉁랴오는 전력 생산지에서 발전설비 생산지로도 변하고 있다. 주 총경리는 "과거에는 해외 설비도 사용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제조업의 기술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가격도 낮아지면서 국산화가 이뤄졌다"며 "궈룽풍력단지에서 사용하는 설비는 모두 중국산"이라고 했다. 퉁랴오 내에 이미 관련 산업단지가 조성돼 현지에서 제조한 설비를 현지에 설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풍력단지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멍둥(퉁랴오) 신에너지 장비제조기지에는 블레이드와 타워, 발전기, 베어링, 주조 부품 등을 만드는 공장이 모여 있었다. 총투자 계획은 360억 위안(약 6조9,000억 원)이다. 기지 조성을 주도하는 앵커기업인 룽마그룹을 중심으로 중국 기업 12곳을 유치했고, 10곳이 입주를 마쳤다. 생산시설은 2024년부터 차례로 가동됐지만 기지 전체는 아직 조성 중이다.

기지 안에서는 금속 제련부터 주조·단조, 기계가공, 세척·도장, 완제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룽마그룹 관계자는 "기지 조성이 끝나면 풍력발전기 부품의 약 85%를 이곳에서 생산할 수 있다"며 "제품을 기지 안에서 바로 공급하면 전체 비용을 약 5%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발전단지 확대가 부품 수요를 만들고, 현지 공급망이 다시 설비 조달 비용을 낮춰 풍력발전을 뒷받침하는 구조다.

퉁랴오가 노리는 다음 단계는 값싼 재생에너지 전력을 지역 산업의 성장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퉁랴오시는 지난해 ‘녹색 산력산업 발전계획’을 세우고 2035년까지 지능형 산력 20만P(P는 1초당 1,000조 회 연산 능력을 나타내는 단위)를 확보하기로 했다. 발전소에서 기업으로 직접 공급하는 재생에너지 전력의 비중도 6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퉁랴오시 관계자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지역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은 대형 데이터센터와 AI 산업이 요구하는 24시간 대용량 연산의 전력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퉁랴오의 대규모 산업용 전력 가격은 kWh당 0.35~0.40위안 수준으로, 이는 중국 주요 도시의 산업용 전력 평균 가격(0.61위안)보다 약 40% 낮은 수준이다.

13일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퉁랴오시 멍둥(퉁랴오) 신에너지 장비제조기지에서 한 노동자가 대형 풍력발전기 부품을 점검하고 있다. 퉁랴오=이혜미 특파원

석탄·중공업 기반 위에 세운 에너지 전환

7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전기 본사 데이터관리센터에서 회사 관계자가 세계 발전설비 구성 변화와 지역별 전력시장 동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얼빈=이혜미 특파원

전통 중공업과 석탄산업의 도시 하얼빈·지시는 발전소와 탄광에서 쌓은 기술로 에너지 전환을 준비하고 있었다. 중국의 초기 발전설비 연구·제조기지에서 출발한 중앙 국유기업 하얼빈전기그룹은 보일러와 터빈, 발전기 등 화력·수력·원자력 발전설비를 생산해 왔다. 회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6억㎾ 규모의 설비를 생산해 50여 개국 중대형 발전소 900여 곳에 공급했다.

하얼빈전기는 최근 양수발전과 압축공기저장(CAES) 등 에너지저장 분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의 비중이 커질수록 전력이 남을 때 저장하고 부족할 때 꺼내 쓰는 기술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양수발전은 전력이 남을 때 물을 높은 곳으로 끌어올렸다가 필요할 때 내려보내 발전하는 방식이다. 압축공기저장은 남는 전력으로 공기를 압축해 저장한 뒤 필요할 때 방출해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바람이 멎고 해가 진 뒤에도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전력망의 '완충장치'인 셈이다.

하얼빈에서 고속열차로 약 3시간 떨어진 지시는 석탄이 도시를 만들고 키운 '백년 탄광도시'다. 변화는 탄광기업 내부에서 시작됐다. 지역 국유 석탄기업인 지시광업그룹은 2021년 룽샹신에너지를 설립한 뒤 태양광·풍력·바이오매스·석탄층가스부터 저장장치와 배전설비, 디지털 광산 관제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아직 석탄사업을 대체할 규모는 아니지만, 석탄 채굴에 머물던 기업이 기존 광업 기술과 신에너지를 결합해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이 같은 변화는 헤이룽장성이 재생에너지와 산력산업을 묶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려는 구상과 맞닿아 있다. 성 정부는 제15차 5개년 계획에서 하얼빈·다칭의 청정에너지 기지와 데이터센터를 연계해 2030년까지 산력 규모를 10만P로 확대하기로 했다. 풍부한 풍력·태양광과 낮은 기온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냉각 비용을 낮추고, 하얼빈이 축적한 저장·조절 기술로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전통 발전·석탄산업의 전환을 전력 생산과 안정화, 새로운 현지 수요로 연결하려는 셈이다.


발전소 증설 넘어 전력시스템 재편으로

7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전기 데이터관리센터 전광판에 세계 발전원별 발전량 증감률이 표시돼 있다. 회사는 세계 전력시장 동향을 분석해 향후 사업 전략을 수립한다고 설명했다. 하얼빈=이혜미 특파원

중국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신형에너지체계 건설 제15차 5개년 계획'은 2030년 신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30%로 높이는 동시에 발전원과 전력망, 수요, 저장장치의 연결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중국 에너지 정책의 무게중심이 공급능력 확충에서 전력시스템의 효율과 안정성 확보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2026~2030년 전력망 투자액은 약 5,600억 달러로, 직전 5년보다 45% 늘어날 것으로 모건스탠리는 전망했다.

전력 인프라는 지역 산업 재편의 수단이기도 하다. 발전단지 주변에 장비제조업과 전력 다소비 산업을 유치해 전력 생산지 자체를 산업 거점으로 키우는 것이다. 류례훙 중국 국가데이터국장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중국에서 전력은 우리의 경쟁우위"라고 말한 배경이다. 자연조건을 앞세워 발전·제조·산력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퉁랴오와 기존 전력·석탄산업을 저장·조절·종합에너지 사업으로 전환하는 하얼빈·지시는 이 전략의 서로 다른 두 경로다.

그러나 대규모 전력 투자가 실제 수요와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WSJ는 일부 발전설비와 데이터센터의 가동률이 낮아 공급과잉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 중국의 잉여 발전설비가 400기가와트(GW)에 달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예상 전력 수요보다 세 배가량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력망을 운영하는 중국국가전망공사의 총채무도 2019년 초부터 2024년 말까지 40% 이상 늘어 약 4,5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고 전력 안보를 지킨다는 명분 아래 온실가스 배출원인 석탄 인프라도 늘어나는 모순도 커지고 있다. 올 2월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와 글로벌에너지모니터(GEM)에 따르면 2025년 중국 전력 수요 순증분의 94%를 풍력·태양광 발전 증가분이 흡수하면서 석탄화력 발전량은 전년보다 1% 줄었지만, 같은 해 새로 가동된 석탄화력 설비는 78GW로 10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14일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퉁랴오시에 조성된 궈룽신에너지 풍력단지에서 풍력발전기들이 가동되고 있다. 퉁랴오=이혜미 특파원

퉁랴오(네이멍구자치구), 하얼빈·지시(헤이룽장성)=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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