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의 다른 이름 '샤론의 장미' [생명과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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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습하고 무더운 여름은 꽃이 귀할 때다. 그래도 풀숲에는 개망초와 원추리가 피고 있다. 잠깐 주변을 둘러보면 배롱나무와 능소화꽃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지만 무궁화만큼 크고 시원하게 피는 꽃은 드물다. 매년 이맘때면 원산지와 전래 시기, 국가 상징물로서의 위상을 따지는 소모적 논쟁이 반복되기도 하지만 무궁화는 여전히 우리나라 최고의 여름꽃이다. 무궁화는 한글 이름뿐만 아니라 영어 이름, 심지어 학명의 유래도 매우 흥미롭다.
무궁화는 영어로 ‘Rose of Sharon(샤론의 장미)’이라 부른다. 생긴 것도, 식물학적 유연관계도 먼 장미가 이름에 들어간 연유는 뭘까. 히브리어로 된 성경 속 성스러운 식물 ‘하바셀렛’을 영어와 그리스어로 옮기는 과정에 각각 ‘장미(Rose)’와 치유의 꽃이라는 의미의 ‘알데아(Althaea)’로 바뀌면서 비롯된 것이다. 히브리어 하바셀렛이 수선화 같은 알뿌리 식물을 부르는 말이라는 것이 확인되면서 근래 개정한 우리나라 성경에는 ‘샤론의 수선화’ 혹은 ‘샤론의 꽃’으로 정정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언어학적으로나 성서학적으로나 심지어 과학적으로도 맞지 않은 ‘샤론의 장미’를 여전히 영어권에서 무궁화를 지칭하는 단어로 쓰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리스에서 치유의 꽃이란 의미를 지닌 ‘알데아’가 실제 치료용 약재로 많이 쓰이던 아욱과(科) 식물의 한 종일 수 있고, 식물학적으로 같은 아욱과에 속한 무궁화일 수 있다는 가설이 사실처럼 고착된 것이라 한다. 증명이 어려운 빈약한 근거에서 출발한 추측들을 사실로 수용한 결과인 것이다. 린네가 붙인 무궁화의 학명 ‘히비스커스 시리아커스(Hibscus syriacus)’에도 불확실의 흔적이 있다. 학명의 속명에는 대개 사람의 이름, 식물의 형태나 특징, 지명이나 서식지 등을 반영하는데 ‘히비스커스’는 아직까지 그 어원을 모른다. 종명인 ‘시리아커스’도 자생지가 시리아라는 의미지만 실제 시리아는 무궁화 자생지가 아니다. 무궁화가 자생하는 원산지는 인도, 중국, 동아시아로 알려져 있다.
생뚱맞은 기원을 가진 영어 이름과 학명이지만 우리가 아는 무궁화의 실체를 바꾸지는 않는다. ‘Rose of Sharon’이라는 부조리한 이름이 오히려 평화와 신성함의 상징으로 무궁화를 부각시켜 준다는 느낌이다. 실제 성경 속에서 샤론은 평화로운 팔레스타인의 들판을 말한다고 한다. 요즘 들어 무더위보다 더 견디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그곳에 다시 평화가 깃들기를.

서효원 건국대 바이오힐링융합과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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