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평 청약에 최소 현금만 7억… 대출 막힌 무주택자 발 동동

김윤주 기자 2026. 7. 22.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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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무너지는 ‘주거 사다리’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조세제도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실수요자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2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아파트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현재 우리의 부동산 시장은 자산 불평등과 가계부채, 청년들의 고통과 소외를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라며 “속도감 있는 공급 대책과 더불어 현실에 부합하는 실수요자 지원 대책을 촘촘하게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의 현실은 ‘청년의 고통과 소외’가 어디에서 오는지 보여주고 있다. 올해 서울에서 국민 평형(전용 84㎡)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대출을 제외한 순수 현금이 최소 7억원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가구 평균 순자산(2억5000만원)의 약 3배로, 40대 평균 순자산(4억8389만원)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무주택 실수요자가 가장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하는 통로였던 청약이 이렇게 된 데는 치솟은 분양가만 아니라 현 정부의 대출 규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대통령이 말한 청년 소외의 한 원인이 정부 스스로 만든 규제의 산물이라는 얘기다.

◇분양 시장에서 청장년 소외시키는 대출 규제

21일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 15일까지 서울에서 일반 공급된 아파트는 총 2088가구다. 단지별 전용 84㎡ 최고 분양가에 현행 대출 규제를 적용한 결과, 필요 현금은 최소 6억9000만원(강북구)에서 최대 25억6000만원(서초구)이었다. 작년부터 시행된 대출 규제로 수도권에서는 15억원 이하 주택은 6억원, 15억~25억원은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까지만 대출이 나온다. 생애 최초 등을 제외하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 한도도 적용된다.

올해 10가구 이상 분양이 있었던 서울 자치구 중 84㎡ 분양가가 15억원 이하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대출 최대 한도인 6억원을 받을 수 있는 물건 자체가 없었다는 뜻이다. 강서·서대문·성북·영등포구 모두 분양가가 15억원을 넘겨 대출은 4억원에서 막혔다. 필요 현금은 서대문구 11억1000만원, 성북구 13억4000만원, 영등포구 14억2000만원, 강서구 14억3000만원이었다. 중산층·서민 아파트 지역인 성북구도 현금 13억원 없이는 청약조차 할 수 없었다. 분양가가 25억원을 넘긴 동작구와 서초구는 각각 24억6000만원, 25억6000만원의 현금이 필요했다.

그래픽=양인성

전용 59㎡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반분양에 필요한 현금은 최소 5억2200만원(노원구)에서 최대 17억7000만원(동작구)이었다. 동작·마포 등 한강 벨트는 분양가가 15억원을 넘어 대출이 4억원까지만 가능했다. 강서구와 성북구에서도 8억5000만원 이상 현금이 확보돼야 청약 기회가 생겼다.

분양가 상승은 공사·택지비 급등이라는 시장 요인이 컸다. 하지만 필요 현금이 급증한 데는 정책 영향이 결정적이라는 평가다. 과거엔 청약 당첨 후 분양가의 60~70%를 대출로 조달하고 입주 후 근로소득으로 갚아나갈 수 있었다. 소득은 있으나 자산이 없는 30~40대가 내 집 마련에 도달하는 ‘주거 사다리’의 표준 경로였다.

현 정부의 대출 규제는 이 경로를 상환 능력과 무관하게 차단한다. 15억원 아파트에 당첨된 연봉 1억원 맞벌이 부부라도 대출 한도는 4억원이다. 부모의 자산 지원 없이는 사실상 조달이 불가능한 구조다. 대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내 집 마련의 결정 변수가 ‘갚을 능력’에서 ‘물려받을 재산’으로 바뀌는 것이다. 지난 15일 금융위원회 주최 ‘부동산 금융정책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에서 이대열 한국주택협회 정책본부장이 “개인의 상환 능력보다 부모의 자산 지원 여부에 따라 주택 구매가 가능해져 청년층 내부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인 상환 능력보다 부모 능력이 분양 좌우

최근 아이돌 그룹 멤버의 ‘디에이치 방배’ 청약 당첨 소식은 실수요자의 박탈감에 불을 붙였다. 국평 계약금만 4억원인 단지였다. 당첨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현금 없는 실수요자는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는 온라인 여론이 들끓었다. 성실히 대출을 상환하며 집을 사려는 이들은 “대출 받아 청약에 도전하는 것도 불법이냐”고 항변하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부동산 시장이 자산 불평등과 가계 부채의 원인으로 작동해온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일률적 대출 규제가 투기와 실수요를 구분하지 않아, 그 부담이 자산 없이 소득만 가진 계층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현금 부자는 규제와 무관하게 청약 시장을 독식한다. 대출이 유일한 사다리였던 무주택 실수요자는 규제에 발목이 잡힌다.

전문가들은 “대출 없이 수도권에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출을 계속 조이는 건 보유 자산이 많지 않은 청장년층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는 셈”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결혼한 이모(31)씨는 “아내와 맞벌이하며 대출을 갚아나갈 수 있지만 청약을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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