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매도 사이드카, 9시 대에 59% 발동
“공포의 오전 10시, 약속의 오후 2시.”
최근 개인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 떠도는 속설이다. 오전 10시쯤 매도·매수세가 거세지고, 오후 2시쯤 반등이 시작되니 이 시간대에는 신중히 매매하라는 것이다. 하루 5% 넘게 빠졌다가 다음 날 5% 넘게 오르는 ‘V자 장세’가 반복되면서 나온 말이다. 과연 사실일까?
본지가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발동된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 호가 일시 효력 정지) 39회(매도 20회, 매수 19회)와 서킷브레이커(매매 전면 중단) 7회의 발동 시각과 요일을 분석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속설은 절반만 맞았다. 공포는 오전 10시가 아니라 개장과 동시에 찾아왔고, 오후 2시는 약속이 아니라 배신의 시간에 가까웠다.

◇공포는 9시 6분에 온다
사이드카는 장 개시 후 5분간은 발동이 금지된다. 따라서 제도상 발동 가능한 가장 이른 시각이 오전 9시 6분이다. 그런데 올해 발동한 39회 중 11회(28%)가 정확히 오전 9시 6분에 울렸다. 이와 함께 9시 대에 울린 사이드카를 모두 합하면 23회(59%)에 달한다. 올 들어 발동된 사이드카의 상당수가 이 시간에 집중됐다. 장중에 시장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개장하는 순간 이미 위아래 5%를 넘긴 채 하루가 시작됐다는 얘기다.
주가의 방향에 따라 양상은 달랐다. 상승 시 발동되는 매수 사이드카는 19회 중 14회(74%)가 9시대에 집중됐다. 미국 증시 급등, 반도체주 랠리, 휴전 기대 같은 호재는 밤사이 뉴욕 시장에서 결정돼 개장과 함께 반영되기 때문이다. 반면 매도 사이드카는 20회 중 11회가 오전 10시 이후, 즉 장중에 발동됐다. 유가 급등이나 전쟁 헤드라인처럼 한국 거래 시간에도 계속 굴러가는 악재가 장중에 낙폭을 키운 것이다.
호재는 아침에 통보되고, 공포는 하루 종일 진행형이었던 셈이다. 여의도 증권가 관계자는 “오전 10시 30분 중화권 증시가 개장되면 아시아 증시 전체를 바스켓으로 묶어 사고파는 외국계 자금이 움직인다”며 “일반 직장인들도 출근 후 한숨 돌리고 증권사 앱을 여는 시간대”라고 말했다.
◇약속의 2시? 서킷브레이커의 2시
‘약속의 2시’는 주식 변동성이 클 때 연기금 등 기관이 들어오는 가능성이 많아 시장이 진정된다는 속설이다. 물론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진 날도 있지만, 올해 발동된 서킷브레이커 7회 중 3회가 오후 1시 28분~2시 33분에 발동됐다. 오후 2시 전후는 반등이 시작된 시간이 아니라, 오전에 발동된 사이드카에 이은 낙폭이 깊어져 매매가 전면 중단된 시간에 가까웠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출시된 후 장 마감에 가까운 시간대에 변동성이 수그러들지 않고 더욱 증폭되는 일이 많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리밸런싱 물량이 장 마감 무렵에 쏟아지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상승한 날은 상승 폭을 더 키우고, 하락한 날은 하락 폭을 더 확대하는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요일별로는 ‘블랙 먼데이’가 최다
그렇다면 개미들이 체감하는 V자 반등의 정체는 무엇일까. 데이터가 보여주는 전환의 단위는 시각이 아니라 날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또 다른 속설로는 “매도 사이드카 다음 날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매도 사이드카 다음 날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경우(혹은 매수 다음날 매도)는 10번(금~월 포함)이다. 6월 8~10일은 ‘매도→매수→매도’ 사이드카가 사흘 연속 발동되기도 했다.
요일로는 매도 사이드카 20회 중 월요일이 7회로 가장 많았다. ‘블랙 먼데이’가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서킷 브레이커 7회 중 3회도 월요일이다. 주말 이틀간 쌓인 뉴스가 월요일 개장에 한꺼번에 반영되는 구조다. 이렇게 월요일에 주식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현상은 미국 증시에서도 ‘월요일 효과’ 혹은 ‘주말 효과’로 불린다. 특히 올해 들어 월요일에 발동된 서킷 브레이커 3회 중 2회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였다. 지난 3월 9일에는 중동발(發) 유가 급등 영향, 이달 13일에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등으로 ‘블랙 먼데이’를 보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트럼프 2기 정권 들어서는 주말에 중요한 사실들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아 월요일 장이 흔들리며 시작하는 경우가 잦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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