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 숨결, 방콕에서 다시 흐르다

이채윤 2026. 7. 2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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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9일까지 태국서 국제협력전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 작품 재구성
단오제·유기견 등 현대미술로 확장
전통연희집단 ‘푸너리’ 오프닝 공연
정연두 작가의 작품 ‘싱코페이션 #5’. 파마리서치문화재단 제공

동해와 대관령은 수천 년 동안 강릉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사람들이 공동체의 안녕을 빌었던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바다와 산이 만든 경계가 사람을 크게 만든다.

강릉의 예술적 영감을 더 크게 만드는 전시가 태국 방콕에서 열렸다. 파마리서치문화재단과 태국 방콕 쿤스트할레가 공동 주최한 국제 협력 전시 ‘경계에서 함께 보기’가 15일 태국 방콕 쿤스트할레에서 개막했다. 방콕 쿤스트할레는 태국의 현대미술을 만날 수 있는 전시장으로, 2001년 화재로 방치됐던 인쇄소 건물을 활용한 공간이다.

전시는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GIAF)을 통해 제작·발표된 커미션 작품들을 방콕 쿤스트할레의 공간적 맥락에 맞춰 새롭게 재구성했다. 이번 전시에는 고등어, 아라야 라스잠리안숙, 이양희, 정연두, 홍이현숙 등 5인의 예술가가 참여했다.
전통연희집단 '푸너리'가 15일 '경계에서 함께 보기' 오프닝 연계 프로그램에서 공연하고 있다. 파마리서치문화재단 제공

고등어 작가는 강릉에서 일해온 이주 노동자들의 이야기에서 출발한 ‘사각의 검정’을 선보인다. 한국의 성황신 설화와 노아의 방주 등 서로 다른 문화권의 신화를 활용했고, 환대의 바깥에 놓인 경계를 가로지르는 질문을 던진다.

아라야 라스잠리안숙 작가는 휴가철 강릉에 버려진 유기견들을 조명한 작품 ‘개들의 궁전’으로 함께 살아가는 감각과 관계에 대한 성찰을 던진다. 작가가 직접 돌본 유기견들과의 관계에서 출발해, 개의 시선으로 동물의 삶과 감각을 조명한다. 낯선 장소를 통과하며 서로 다른 존재가 교차한 강릉의 시간 속에서 ‘목격하는 일’에 대한 무게를 짚어 나간다. 이양희 안무가는 ‘이양희 입춤’을 미디어 전시로 선보인다. 한국 춤의 기본 형식과 동작이 담긴 영상과 함께 흐르는 작가의 구음은 강릉의 정신을 관통하는 듯하다. 같은 움직임이라도 행하는 몸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감각을 포착했다.
아라야 라스잠리안숙의 '개들의 궁전' 스틸컷. 파마리서치문화재단 제공

정연두 작가는 ‘당김음’을 뜻하는 ‘싱코페이션#5’를 선보인다. 강릉단오제와 2대의 피아노 연주 등 관계없어 보이는 장면을 교차해 새로운 시간의 층위를 만들었다. 강릉단오제를 배경으로 술을 빚는 ‘신주 빚기’에 주목한 장면과 산불, 피아노 듀오 공연이 함께 교차해, 어긋남의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강릉의 리듬이 방콕에서 다시 울린다.

홍이현숙은 강릉대도호부 관아를 중심 소재로 삼은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 강릉’을 선보인다. 작가는 관아 건물을 비인간적 신체로 간주, 자신의 몸을 두드리는 동시에 건물 공간에 진동을 만들고, 그 떨림을 건물 전체로 확장했다. 커지는 진동으로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인 임영관의 문을 열고 통과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감각에 대한 독특한 질문을 던졌다.

강릉에서 활동하는 전통연희집단 푸너리는 15일 전시 오프닝에 참여, 강릉단오굿의 원초적인 리듬과 신명을 방콕에서 펼쳤다. 푸너리는 관객들이 강릉단오제의 상징적 제의물인 ‘지화(紙花)’를 직접 손에 들고 퍼포먼스의 일부가 되는 장관을 연출했다. 화재가 있었던 공간에서 굿을 하듯이 제의적 의식을 펼쳤다.
홍이현숙 작가의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 강릉'. 파마리서치문화재단 제공

김운석 푸너리 대표는 “화재로 불탔던 쿤스트할레에서 공연한 게 감회가 새로웠고, 산 자와 죽은 이를 달래주는 ‘굿’을 공연장의 서사와 맞게 기획했다”며 “연희적인 측면에서 우리 가무악의 정신을 알릴 수 있었고, 해외 관객들에게 강릉단오굿의 과정을 공연으로 풀어내 뜻 깊었다”고 말했다.

정연두 작가와 박소희 큐레이터는 이날 작가·큐레이터 토크에 참여해 산불 등 자연재난을 극복해 온 강릉의 지역적 서사와 의례적 감각이 방콕이라는 맥락에서 어떤 의미로 확장되는지 짚었다.

전시는 오는 8월 9일까지 이어지며, 재단은 2027년 제4회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GIAF27)에서 복합문화공간 ‘인온(INON, 가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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