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생수부터 헬멧 소독기까지 … 길 위의 `오아시스'
복대동 이어 용암동 개소 … 75㎡ 규모 폭염 속 안식처
연중무휴 24시간 개방 … 오후 1~5시 관리인 상주도
구석구석 비품 가득 휴식공간 넘어 현장 맞춤형 복지

[충청타임즈] "하루 14시간씩 아스팔트 위를 누비다 보면 목도 발걸음도 타들어 가기 일쑤였는데 이제는 시원한 물 한 잔 마시며 땀을 식힐 공간이 생겨 한숨 돌립니다."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와 엔진 소음이 가득한 도로 위, 쉴 곳 없이 거리를 전전해야 했던 이동노동자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 문을 열었다.
21일 대리운전기사, 택배·배달·퀵서비스 기사, 학습지 교사 등으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의 `이동노동자쉼터 2호점'을 찾았다.
쉼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바깥의 뜨거운 열기와 도로의 소음이 거짓말처럼 차단되며 서늘한 공기가 감돌았다.
여름철 무더위와 피로에 지친 이들에게 시원한 공기 자체가 이미 반가운 휴식이지만, 구석구석 채워진 비품들은 단순한 휴식용 공간을 넘어선 현장 맞춤형 복지였다.
가장 먼저 눈에 띈 냉장고 안에는 폭염 속 갈증을 해소해 줄 시원한 생수와 이온음료가 가득 채워져 있었고 선반에는 혹시 모를 상처에 대비한 응급 구급상자가 비치돼 있었다.
한켠에는 도로 위 먼지와 땀에 찌든 헬멧을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헬멧 소독기를 비롯해 핸드폰 충전기, TV, 편안한 소파가 단정하게 정돈돼 있었다.
텀블러를 세척할 수 있는 싱크대부터 가벽으로 아늑하게 분리된 여성 전용 휴게실과 안마의자까지, 현장 노동자들의 일상 속 불편을 덜어내려는 세심한 손길이 곳곳에 묻어났다.
여기에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상주하는 관리인의 손길까지 더해져 청결과 안전 면에서도 빈틈없이 운영되고 있었다.
이동노동자들의 가장 큰 고충은 `시간의 사각지대'와 `마땅한 공간의 부재'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 혹은 한낮의 피크타임에 일해야 하는 이들에게 일반적인 공공시설은 휴식의 공간이 되기 어렵다.
눈치를 보며 길거리에 서 있거나 편의점 파라솔을 전전해야 했던 이들에게 이곳 이동노동자쉼터는 연중무휴 24시간 문을 연다는 점에서 가뭄의 단비와 같다. 신용카드 출입인증시스템을 도입해 노동자들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자유롭게 출입하며 체온을 조절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이날 쉼터에서 만난 3년 차 배달노동자 이정재씨(57)는 오전 9시30분부터 하루평균 14시간씩 아스팔트 위를 달린다.
이씨는 "예전에는 화장실이 가고싶을 때 인근 공공시설이나 사찰을 찾았지만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는 문이 닫혀 있어 곤란한 경우가 많았다"며 "24시간 열려 있는 이곳이 생긴 덕분에 언제든 편안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웃어보였다.
이어 "지난 주 개소식 공지를 보고 찾아온 이후 오늘까지 네 차례 방문했다"고 덧붙였다.
흥덕구 복대동 1호점에 이어 조성된 용암동 2호점은 총 75㎡ 규모로 무더위 속에서 현장 노동자들의 든든한 안식처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번 상당구 용암동 2호점 개소에 그치지 않고 향후 서원구와 청원구 등 권역별로 쉼터를 추가 조성해 폭염과 한파 등 이동 노동자들의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조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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