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잃은 집] 8. 일본 폐교의 화려한 부활…문 닫은 학교, 지역경제 거점 재생
예비 창업자 공간으로 탈바꿈
기업 육성 지원 더해 기능 확대
민·관·지역사회 협력 '성공사례'


저출생과 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매년 350여개 학교가 문을 닫고 있는 일본에서는 폐교를 철거하는 대신 새로운 산업과 창업 거점으로 재생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도쿄 다이토구에는 1928년 건립된 초등학교 건물이 남아 있다. '고지마 초등학교'로 불리던 이 학교는 2002년 3월 학교 통합으로 폐교됐다. 고지마초등학교는 폐교 이후 신진 디자이너와 예비 창업자를 위한 거점으로 거듭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지상 3층, 연면적 4523㎡ 규모인 이 학교는 학교로서의 기능을 다하자 2004년 창업 거점으로 탈바꿈했다. 다이토구는 지역의 신발·가방·액세서리 등 잡화 산업을 활성화하고자 이 학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에 고지마초등학교는 '다이토 디자이너스 빌리지'로 재탄생했다. 다이토 디자이너스 빌리지는 입주 기업들을 위한 업무 공간을 제공하고, 디자이너와 지역기업 간 연계, 대학·연구기관과의 교류 등을 통해 창업을 지원했다.
2015년에는 다이토구 산업진흥사업단이 이전하면서 건물은 기업 육성 기능에 더해 중소기업 지원 기능까지 수행하는 복합 거점으로 확대됐다. 이곳은 최근까지 '다이토구 중소기업진흥센터'와 '다이토 디자이너스 빌리지'가 함께 운영됐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옛 초등학교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길게 뻗은 복도 양옆으로 과거 교실로 사용됐던 공간들이 줄지어 있다. 학생들이 오가던 교실은 사무공간으로 바뀌었고, 복도 한쪽에는 창업과 고용, 해외 진출 등 중소기업 지원 정보를 담은 안내 책자들이 빼곡하게 놓여 있다. 학교의 골격은 남겨둔 채 공간의 쓰임만 바뀐 모습이다.
현재 이 건물은 다시 한번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기존 '창업 기능'과 '중소기업 지원 기능'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교류 기능'까지 갖추는 것을 콘셉트로 개보수 작업이 진행 중이다.
중소기업진흥센터 관계자는 "창업 공간은 운영이 일시 중단된 상태며 중소기업진흥센터도 임시 이전을 하려고 한다"며 "새로운 건물은 2028년 재개관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교 건물이 발 빠르게 새로운 기능을 갖출 수 있는 배경에는 일본 행정과 민간, 지역사회의 협력이 있다.
일본 공공R부동산 이이시 편집장은 "일본에서 학교는 교육위원회가 관리하지만 학교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면 교육위원회의 권한이 없어진다"며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 정부와 민간,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행정도, 민간도, 지역 주민들도 함께 실험해 본다면 그 건물의 미래 활용 모습을 더욱 구체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원근·최준희 기자 lwg11@incheonilbo.com
Copyright © 인천일보 All rights reserved -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