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자주 보이던데…” 4000원짜리 가방 ‘완판’ 대란 [아하미국]

고물가와 고금리,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고용 불안이 겹치면서 집과 자동차 같은 고가 소비를 미루는 대신 부담 없는 ’작은 사치‘를 즐기는 게 한·미 공통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운데 미국 식료품 체인 트레이더조가 판매하는 2.99달러(약 4450원)짜리 미니 토트백이 출시와 동시에 품절되는 인기를 끌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레이더조가 판매하는 2.99달러(약 4450원)짜리 미니 토트백은 출시될 때마다 몇 분 만에 품절된다. 한 사람이 대여섯 개씩 사는 사례도 흔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불황이 만들어낸 새로운 소비 형태로 본다. 과거 경기 침체기에는 제품 용량을 줄이면서 가격은 유지하는 ‘슈링크플레이션’이 주로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기존 제품의 미니 버전을 별도 상품으로 출시하는 새로운 소비 카테고리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찰스 채핀 아이오와주립대 금융심리학 교수는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소비자는 실패 부담이 작은 저가 상품을 먼저 구매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큰 지출을 꺼리는 배경은 복합적이다. 임금 상승세가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다 AI 확산에 따른 일자리 불안, 의료비·주거비 상승 우려까지 겹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마이클 스코델레스 트루이스트어드바이저리서비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큰 지출보다 작은 만족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국에서도 최근 길거리에서 해당 가방을 들고 다니는 MZ세다부터 중장년층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가방의 인기 비결은 ‘한정판’이라는 점이다. 특정 시기, 특정 디자인으로만 풀리다 보니 색상별로 모으려는 수집 욕구를 자극한다. 실제로 트레이더조는 소금, 꿀 등 자체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감각적인 패키징과 재미있는 마케팅으로 오픈런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여기에 최근 패션 흐름도 한몫하고 있다. 로고와 가격을 과시하는 대신 ‘꾸민 듯 안 꾸민 듯’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추구하는 트렌드와 맞물려 비싼 명품 대신 소박한 장바구니를 드는 것이 오히려 더 ‘힙하다’는 인식이 퍼지며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에서의 인기는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 현지 매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가방은 미국 여행 경험을 보여주는 ‘장소 한정 기념품’처럼 소비된다. 마치 런던 던트북스 가방처럼 “그곳에 다녀왔다”는 표식처럼 역할을 하는 셈이다.
또한 본인이 직접 가지 않더라도 ‘미국에 가족이나 지인이 있다’는 일종의 인증처럼 소비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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