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대체불가 대한민국’ 기여해야”…전략기술 확보 원천돼야
韓 강점 분야 ‘국방AI·산업제조AI’서 전략적 자율성·불가결성 확보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전략적 자율성과 전략적 불가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기술을 통해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전임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가 21일 대전 한국화학연구원 디딤돌플라자에서 개최한 ‘2026년 제1회 과학기술 정책포럼’에서 안현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부총장은 AI가 국가 경제와 안보를 좌우하는 새로운 시대에 출연연의 역할은 ‘대체불가능한 전략기술 확보’에 달려 있다고 이같이 주장했다.
안 부총장은 이날 ‘인공지능(AI) 신(新) 지정학 시대, 출연연의 역할’에 관한 주제발표를 통해 “AI 기술 발전과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이질적 개념였던 경제와 안보에 경계가 없어졌고, 마치 하나의 개념처럼 통용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동인이 돼 경제와 안보 간 구분이 사라져 새로운 AI 신지정학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다.
그는 “경제와 안보가 AI로 인해 구분이 없어졌음을 최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산업기술 전시회 ‘하노버 메세’를 통해 뼈저리게 체감할 수 있었다”며 “산업기술 전시회임에도 국방, 안보 관련 기술들이 대거 출품됐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이란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 충돌 등 새로운 AI 신지정학 시대는 국방과 민수 영역 간 경계가 이미 모호해졌다”면서 “세계 각국이 국방비 투자를 늘려 나가고 있어 앞으로 국방 분야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연간 1조 달러의 R&D를 국방, 민수에 각각 50%씩 투자하고 있으며, 첨단 기술의 상당 부분이 국방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 독일과 영국,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국방비 투자를 2∼3배 늘려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안 부총장은 우리나라의 강점 분야인 방산과 산업제조 분야에서 AI 접목을 통해 기술 강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해외 수출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는 K-방산에 AI를 접목한 ‘국방 AI’, 세계 최고 수준인 산업제조 역량에 AI를 적용해 ‘산업제조 AI’ 분야를 우리나라가 충분히 선도해 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출연연의 역할에 대해선 전략적 자율성과 전략적 불가결성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략적 자율성은 미국과 중국 등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나라 스스로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을, 전략적 불가결성은 고대역메모리(HBM), 조선 기술 등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대체불가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뜻한다.
안 부총장은 “출연연은 기술적 측면에서 전략적 자율성과 전략적 불가결성을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면서 “기업과 기술이 나라를 지키는 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서 출연연은 전략기술 확보의 원천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행된 전문가 패널 토론에서 전종홍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국가AI전략위원회 위원)은 “출연연은 AI 모델을 개발하는 역할이 아닌 국가 전체가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기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 위원은 이어 “출연연이 자체 축적한 전문지식과 데이터를 AI와 결합해 과학 파운데이션 모델과 AI 에이전트를 구축한다면 차별화된 AI 경쟁력을 갖춰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준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원장은 “KIST는 도메인별 핵심 인재 양성과 AI-레디 데이터 표준화·축적 등 두 가지 과제를 위해 AIX를 추진하고 있다”며 “연구와 경영 전반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는 연구·행정 프로세스 재설계를 목표로 다른 출연연이 적용할 수 있는 모델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복철 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은 “출연연이 축적하고 있는 엄청난 데이터를 적극 공개해야 공공과 산업 분야에서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출연연은 데이터를 전략자산으로 국가 AI 전환과 전략적 불가결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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