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258) 남겨진 사람의 책갈피
한수빈 경향신문 기자 2026. 7. 21. 18:41


학교에는 졸업이 있지만 회사에는 졸업이 없다. 은퇴라는 끝은 까마득하다. 그렇기에 동기들과 오래도록 같은 회사에 다니며 고민을 나누고, 서로 힘이 되어주고, 함께 좋은 기자가 되어갈 줄 알았다. 곧 또 한 명의 동기가 회사를 떠난다.
처음은 아니어서일까. 이제는 나름대로 침착하게 작별을 준비한다. 그래 이별의 아픔은 무뎌진다. 더는 시련 당한 사람처럼 베갯잇을 눈물로 적시지도, 미워하다 걱정하는 일을 반복하지도 않는다. 퇴근 후 나로서는 막을 수 없던 실망과 바꿀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보긴 하지만 곱씹지는 않는다.
대신 책 한 권을 사고 편지를 쓴다. 피천득의 <나의 사랑하는 생활>이 실린 책을 골랐다. ‘생활을 구성하는 모든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다’는 문장 때문이다. 친구의 삶에도 그런 것들이 하나둘 늘어나기를 바란다. 편지에는 거창한 위로 대신 ‘까짓것 인생은 흔들리지 않고 어떻게든 흘러간다’는 말을 꾹꾹 눌러 담았다.
만나는 주기가 길어지는 만큼 멀어지겠지만, 우리의 즐거웠던 시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 문득 보고 싶은 날이면 <나의 사랑하는 생활>을 펼쳐볼 것이다. 그날도 어딘가에서 자신만의 사랑하는 생활을 살아가고 있기를 바라면서.
Copyright © 기자협회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협회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인사] 대전MBC - 한국기자협회
- [인사] 이데일리 - 한국기자협회
- 기협, 창립 62주년 기념 회원대상 4행시 공모전 개최 - 한국기자협회
- "게리 무어가 죽었데"… 캄보디아에서 들은 비보 - 한국기자협회
- 만평으로 보는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 - 한국기자협회
- 김어준 '이동재 명예훼손' 유죄판결 1주일 뒤 유튜브 영상 차단 - 한국기자협회
- 언론노조 "언론사 AI 도입, 인간 대체 안 돼… 노사 숙의 거쳐야" - 한국기자협회
- [부음] 허범구 KPI뉴스 정치전문기자 부친상 - 한국기자협회
- [인사] 세계일보 - 한국기자협회
- 새 방문진 첫 회의 개최… 9월 MBC 사장 선출되나 - 한국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