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보완수사권 폐지는 ‘사법의 민영화’…돈 따라 정의의 크기 달라져”
“힘 있는 사람은 변호사로 수사 재촉…서민 사건은 뒤로 밀릴 것”
“검찰 조직 감쌀 생각 없어…범죄 피해자 지키는 기능은 남겨야”
“수사·기소 분리가 원칙이면 특검도 모순…앞으로는 ‘특경’ 해야”
“李 공소 취소는 계엄급 국정농단…현실화하면 나부터 장외로”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바뀌는 사법 제도, 법률가인 저도 헷갈려요. 제도가 복잡해지면 관련 '비즈니스'의 규모는 커집니다. 이 피해는 힘과 돈이 있는 권력자가 아닌 서민이 볼 겁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두고 "개인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가질 수 있는 정의의 크기가 달라지는 '사법의 민영화'"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수사와 기소 절차가 복잡해질수록 변호사를 선임할 여력이 있는 사람은 더 많은 사법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서민과 소액 사건 피해자는 사실상 권리 구제를 포기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 의원은 21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검찰 보완수사권 존폐 논란'을 주제로 60분 가량 생방송 대담을 진행했다. 당초 한 의원과 민주당 인사가 맞붙는 토론이 추진됐으나 민주당 의원들이 잇따라 출연을 고사하면서 불발됐다. 한 의원은 이날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 외에도 △이재명 대통령 관련 형사사건의 공소 취소 가능성 △보수 재건과 향후 정치 구상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檢개혁, 공익 위해서? 국민에게 되레 피해"
한 의원은 보완수사권을 검찰 조직의 권리가 아닌 범죄 피해자와 시민의 권리라고 규정했다. 그는 "'보완수사권'이라고 하면 마치 검찰이 가진 권리처럼 들리지만, 보완이 필요한 사건을 수사하는 것은 검찰이 그동안 갖고 있던 임무"라며 "지금 물어야할 것은 '검찰에게 이 의무(보완수사)가 없어져도 좋은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가 경찰에서 넘겨받은 기록만 보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되면 기소가 소극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도 주장했다. 한 의원은 "국가가 피고인의 유죄를 의심할 여지없이 입증해야 하는데 검사가 부족한 증거를 직접 보강할 수 없다면, 굳이 더 찾아내 기소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이 제도는 피해자가 아니라 범죄자에게 유리하다"고 했다.
그는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경찰의 사건 조작이나 태만을 바로잡기 어려워지고, 검찰과 경찰 사이에 사건이 오가는 '핑퐁 지옥'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하더라도 경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형식적으로만 처리하면 사건 처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보완수사 요구는 지금도 있는 제도이고 경찰에 수사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도 아니다"라며 "경찰이 '검찰과 판단이 다르다'며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건이 계속 왔다 갔다 하고, 결국 사건은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력에 따른 사법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돈 있고 힘 있는 사람은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해 수사기관에 서면을 내고 방향을 제시하며 사건 처리를 재촉할 수 있다"며 "반면 아무것도 모르는 시장 상인의 100만원짜리 사건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어 "사법 절차가 복잡해지면 조언과 컨설팅이 필요하게 되고, 관련 비즈니스가 커진다"며 "그 비용을 나라가 대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내야 한다. 개인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가질 수 있는 정의의 크기가 달라지는 나라를 민주당이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소액 사기 피해를 예로 들었다. 과거에는 검찰의 불기소 결정문과 수사 기록을 토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지만, 경찰의 간략한 불송치 통보만 받게 되면 피해자가 직접 변호사를 선임해 증거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500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변호사 비용으로 500만원 이상을 써야 한다면 피해자는 결국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포기할 것"이라며 "500억원짜리 사건은 변호사를 여럿 선임할 수 있지만, 500만원짜리 사건 피해자는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이를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의 차이에 빗댔다. 그는 "과거 형사사법 시스템이 완벽하지는 않아도 누구에게나 일정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한민국의 건강보험 체계와 비슷했다면, 지금의 시스템은 능력에 따라 서비스를 받는 미국식 사보험 체계에 가깝다"며 "내가 말하는 사법의 민영화는 이런 의미"라고 설명했다.

"어차피 검찰 없어지는데…與는 섀도 복싱 중"
한 의원은 검찰 조직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견제와 균형의 기능을 남겨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조력하는 검찰은 이미 자살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이라는 조직이나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감쌀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 기능(보완수사) 자체가 국민을 지키는 데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라며 "대다수 경찰은 괜찮지만 경찰도 사람이기 때문에 겪을 수 있는 유혹을 방지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검찰 조직이 잘못했으니 견제와 균형의 기능까지 없애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과거 검사가 잘못했으니 앞으로 잠재적인 범죄 피해자들은 당해보라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민주당이 검찰의 과오를 보완수사권 폐지의 근거로 드는 것도 논점 일탈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김학의 사건이나 검찰의 과오는 기소권 남용 등의 문제이지,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를 금지하는 것과는 무관하다"며 "검찰의 과오는 비판하고 제도를 보완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오는 10월부터 없어지는데도 검찰을 악마화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상대와 싸우는 '섀도 복싱'"이라며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복수심을 만족시켜 전당대회에서 표를 얻으려는 것 외에 어떤 공익이 있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의원은 정부 여당이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를 주장하면서 특별검사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모순이라고도 했다. 한 의원은 "이재명 정권 출범 이후 특검이 잇따라 출범했는데 특검은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결합된 제도"라며 "오는 10월부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면 앞으로 특검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논리대로라면 특별검사가 아니라 특별경찰, 즉 '특경'을 해야 한다"며 "수사·기소 분리가 지고지순한 원칙이 아니라는 사실을 민주당도 특검을 통해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李 공소 취소하면 끌어내려야…공소 취소는 거의 계엄급 국정농단"
한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중 자신과 관련된 형사사건의 공소 취소를 추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은 공소 취소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임기 이후 유죄판결로 중형을 선고받고 수감되는 것을 피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거론하며 "공범들에 대한 중형의 유죄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돼 바꿀 방법이 없다"며 "공소 취소밖에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한 의원은 "공소 취소는 거의 계엄급 국정농단"이라며 "그런 일이 벌어지면 정권을 끌어내려야 하고 내가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진 교수가 '장외로 나설 것이냐'고 묻자 한 의원은 "나가야 한다. 그 정도면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그는 형사사법 체계 개편을 되돌리기 위한 정치적 목표로 '보수의 2028년 총선 승리'를 제시했다. 한 의원은 "민주당이 사법시스템을 망치고 사법에서의 유전무죄를 만들어냈다"며 "2028년 총선에서 압승해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 재건의 목표에 대해서도 "아주 쉽게 말하면 2028년 총선 압승, 2030년 정권 탈환"이라며 "헌법과 사실, 상식에 맞는 기본값을 갖고 미래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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