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대신 "어떻게 살고 싶은가"…키팅 역 배우들의 인생철학
오만석·연정훈 "질문하고 답 찾아야"…조광화 연출 "인간관계 성장 이야기"
음악·안무로 원작과 차별화…대척점 선 키팅·교장 같은 색감 의상도 눈길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교육이란 살고 싶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각자가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깨닫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18일 서울 대학로 NOL(놀)씨어터 우리카드홀에서 개막한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를 통해 데뷔 33년 만에 처음 연극 무대에 오른 차인표는 극 중 배역인 키팅 선생님에 완벽하게 몰입해 있었다. 그는 간담회를 마치고 자리를 뜨는 취재진에게 못다 한 이야기가 있다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키팅 선생님의 교육관을 풀어놓았다.
1989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이번 연극은 엄격한 명문 기숙학교 웰튼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학생들에게 '현재를 살아라'(카르페 디엠)는 조언을 전하는 영어 교사 존 키팅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 옮긴 작품이다.
21일 NOL씨어터 우리카드홀에서 열린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프레스콜에서 키팅 역의 배우들과 조광화 연출은 작품의 의미와 각자의 인생철학을 진솔하게 전했다.
키팅 역 3인방 중 맏형인 차인표는 "37년 전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봤을 때 '네 인생의 시는 무엇인가'라는 키팅의 질문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는데, 세월이 흐르고 보니 그때 키팅이 했던 말이 맞았다"며 "인생은 각자 선택으로 써 내려가는 드라마이자, 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차인표는 특히 작품의 메시지가 비단 학생들뿐만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묵직한 용기와 위로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연극을 통해 연기자로서 제가 갇혀 있었던 틀에서 벗어나고자 했다"며 "현 교육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나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제도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에게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묻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함께 키팅 역으로 무대에 오르는 오만석은 "좋은 교육이란 정답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던져주고 스스로 답을 찾게 해주는 것"이라며 "이번 작품을 하면서도 후배들에게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키팅의 대척점에 서는 놀란 교장 역의 남경읍과의 오랜 인연을 밝히며, 이번 작품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오만석은 "30여 년 전 저 역시 집에서 연극영화과 진학을 반대해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기 학원에 다녔는데, 그때 저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이 바로 남경읍 선생님"이라며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 30여 년 만에 같은 무대에 서게 돼 감격스럽다"고 했다.
이에 남경읍도 "오 배우가 고등학교 3학년일 때 처음 만났는데,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지금은 훌륭한 배우로 성장해 같은 무대에 서게 되어 감회가 남다르다"고 화답했다.
막내 연정훈 역시 "키팅이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 '정답'은 아니다. 그는 다만 인생에는 '방향과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알려 준다"며 "교육이란 학생들이 여러 생각을 하게끔 계속해서 질문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자신의 교육 철학을 밝혔다.

배우들이 소소하게 밝힌 작품의 의미에 보태, 조광화 연출은 이번 작품을 '보편적인 인간관계의 성장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그는 "단순히 교육 현실을 비판하거나 특정한 답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기 삶의 주체가 되어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학교라는 공간뿐 아니라 사회, 군대, 직장 등 어디에서나 선배와 후배, 멘토와 멘티의 관계가 존재한다. 이 작품은 그런 이야기를 담았다"고 말했다.
조 연출은 특히 이번 작품이 원작 영화의 틀에 머물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그는 "원작 영화는 영상의 힘으로 키팅 선생님의 감정과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연극은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배우의 대사와 움직임, 음악의 힘으로 관객과 소통해야 한다"며 "영화와 달리 연극에서는 키팅의 메시지가 학생들에게 계속 남아있도록 새로운 장면과 대사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악과 안무의 힘을 빌려 인물들의 내면을 표현하고, 관객이 각자의 삶을 돌아볼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에선 서로 끊임없이 갈등하는 키팅과 놀란 교장이 같은 색감의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른다. 대척점에 선 두 인물이 유사한 복장으로 무대에 서는 이 설정 역시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이라고 한다. 조 연출은 "키팅이 학생들에게 '너의 인생을 살아라'라고 말하지만, 동시에 학교라는 공간이 억압과 규율, 그리고 황금 같은 기회를 모두 제공하는 곳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며 "교장과 키팅은 상황에 따라 역할이 다를 뿐 모두 학생들에게 중요한 존재라는 점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같은 색의 의상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원작 영화가 지닌 감동 이상을 관객에게 전해줄 이번 연극은 9월 13일까지 이어진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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