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8000명 감염 기생충 사태 '미궁'...양상추 아니면 어디서?

미국에서 8000명 집단감염이 발생한 기생충 감염 사태의 원인 규명이 다시 미궁에 빠졌다. 미 식품의약국(FDA)이 발병 원인으로 지목했던 멕시코산 양상추 검사 결과가 '위양성(가짜 양성)'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폴리티코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FDA는 대형 농산물 공급업체 테일러팜스(Taylor Farms)의 멕시코산 아이스버그 양상추에서 사이클로스포리아(Cyclospora) 기생충이 검출됐다는 기존 실험실 분석결과를 위양성으로 정정했다.
앞서 FDA는 해당 양상추가 패스트푸드 체인 타코벨 등을 통해 유통되면서 전국적인 기생충 감염 사태를 일으킨 것으로 발표했지만, 검사 오류가 확인되면서 직접적인 오염 증거는 사라지게 됐다.
테일러팜스는 "FDA가 검사 오류에 대해 사과했다고 밝혔으며 현재까지 FDA는 사이클로스포리아가 검출된 제품을 단 하나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역학조사 결과는 여전히 해당 양상추를 가장 유력한 감염원으로 지목하고 있어 리콜은 그대로 유지됐다. FDA는 실험실 검사 오류가 리콜의 근거를 뒤집는 것은 아니라며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FDA는 "역학조사와 공급망 추적 결과는 여전히 멕시코 중부 테일러팜스 공장에서 생산된 채 썬 아이스버그 양상추를 발병 원인으로 강하게 지목하고 있다"며 "위양성 결과가 오염이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테일러팜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6일까지 멕시코 중부에서 생산돼 미국 27개 주로 유통된 아이스버그 양상추 리콜을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 타코벨도 영향을 받은 5개 주 매장에서 해당 양상추 사용을 중단했다.
사이클로스포리아증은 기생충에 오염된 물이나 과일·채소를 섭취할 경우 감염되는 장 질환이다. 복통과 설사, 식욕부진, 피로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오염된 식품 섭취 후 발병까지는 통상 2일에서 최대 2주가량 걸린다.
이번 사태는 미국에서 식품매개 질환 감시를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34개 주에서 8000건 이상이 보고됐으며, 미시간주에서만 6100명 이상이 감염됐다.
다만 미시간주 보건당국 조사에서는 모든 환자가 특정 음식점이나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양상추를 섭취한 것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2025명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는 외식 경험이 없었지만, 식단 조사에서는 양상추가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당국은 특정 브랜드뿐 아니라 포장 샐러드나 세척된 채소 전반에 대한 조사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이클로스포리아 감염원을 실험실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최대 2주가 걸리는 만큼 환자가 병원을 찾을 때쯤에는 문제의 식품이 이미 소비되거나 폐기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실험실 검사가 어려운 탓이다.
프랭크 이아나스 전 FDA 식품정책 담당 부국장은 "실험실 위양성은 매우 안타깝고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면서도 "사이클로스포리아는 농산물에서 직접 검출하기 어려워 역학조사 결과만으로도 공중보건 조치를 취할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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