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망원경 만들던 기술로 EUV장비 부품 만들죠"
렌즈 제작사 칼자이스의 변신
매출 38% 반도체사업서 나와
세계최고 레이저 기업 트럼프
ASML과 EUV장비 공동개발

독일 자동차 산업 심장으로 꼽히는 도시 슈투트가르트. 이곳에서 차량으로 북서쪽 30분가량 떨어진 소도시 디칭겐에는 세계 최고 레이저 기업으로 손꼽히는 트럼프의 공장이 있다.
트럼프는 지난 15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 대만 언론을 초청해 세상에서 가장 특수한 레이저 장비 제조 현장을 공개했다.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 기자들은 방진복을 입어야 했다. 이 레이저 생성 모듈은 첨단 기술 결정체인 ASML의 EUV(극자외선) 노광장비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EUV 장비는 중국 반도체 기술 발전이 더딘 가장 큰 병목 지점으로 꼽힌다.
트럼프의 레이저가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미세 공정에 적용되는 과정은 그 자체가 과학적인 경이다. 초당 5만 방울이 떨어지는 주석 방울에 2개의 레이저가 차례로 발사된다. 첫 레이저는 동그란 주석 물방울을 원반 형태로 변화시킨다. 이어 두 번째 레이저가 이 원반에 발사되면 50만도까지 온도가 올라가면서 플라스마 현상이 발생한다. 이 플라스마에서 13.5㎚ 파장의 극자외선이 만들어진다.
이곳에서 만난 베르톨트 슈미트 트럼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ASML과 함께 레이저 출력을 800W로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EUV 노출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웨이퍼당 EUV 노출 시간이 줄어들면 반도체 생산량도 많이 늘어나게 된다.
플라스마 현상으로 생성된 극자외선은 여러 개의 거울에 반사돼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데 사용된다. 일반 거울에서는 자외선이 흡수되기 때문에 원자 단위의 정밀한 굴곡을 가진 거울이 필요하다. 이 거울을 만드는 회사가 렌즈로 유명한 독일 칼 자이스다. 칼 자이스 공장은 디칭겐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오버코헨에 있다.
오버코헨 본사에서 만난 토마스 슈탐러 칼 자이스 CTO는 "EUV에 사용되는 칼 자이스의 거울은 기존에 우주망원경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기술이었다"며 "이 기술을 하루에도 수백 장의 웨이퍼를 처리하는 양산 과정에 사용할 수 있게 된 게 놀라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소부장 기업 3사는 반도체 산업을 미래 성장 산업으로 보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머크는 세계 대표 화학 기업 중 하나로 헬스케어와 생명과학 분야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많은 인수·합병을 통해 최근 전자 사업을 강화했다. 한국 내 인력만 1800명에 달한다.
칼 자이스의 경우 2024년 기준 전체 매출의 38%가 이미 반도체 제조 사업 부문에서 나오고 있다. ASML의 EUV와 DUV(심자외선) 장비에 부품을 공급하는 것 외에도 자체 포토마스크 장비나 3D 반도체 관련 장비를 만들고 있다. 고객들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지난 7월 이노베이션 센터를 세계 최초로 한국에 설립했다. 트럼프도 전체 매출 43억유로 중 10억유로 정도가 반도체 부문 고객에게서 나오고 있다.
[디칭겐(독일)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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