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관계 불안정한 경계성인격장애, 유전적 단서 최초 발견

경계성인격장애(BPD)의 유전적 위험 요인을 밝혀낸 최초의 대규모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파비안 슈트라이트 독일 중앙정신건강연구소 연구원 연구팀은 전장유전체 연관 분석(GWAS)을 시행해 BPD와 유전적으로 연관된 부위들을 발견하고 연구 결과를 2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유전학’에 발표했다.
BPD는 불안·우울 등의 신경증과 조현병 등의 정신증 경계에 위치한다고 해서 ‘경계성’이라는 이름이 붙은 질환이다. 정서가 불안하고 대인관계가 불안정하며 극심한 충동성을 보이는 성격장애로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모두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BPD에 대한 유전학 연구는 부족했다. BPD 관련 GWAS 선행 연구는 지금까지 1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1건의 연구에서도 질환과 관련한 유의미한 유전적 변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GWAS는 많은 사람의 유전체를 비교·분석해 특정 질환이나 신체적 특성과 연관된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는 분석 기법이다.
연구팀은 BPD에서 대규모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관련 유전자들을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 연구팀은 BPD 환자를 모집한 선행 연구들과 바이오뱅크 유전자 및 건강 기록을 분석한 연구 등 총 27개의 연구 데이터를 통합했다. 연구는 모두 유럽계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BPD 환자 1만2339명과 건강한 대조군 100만명 이상의 데이터에서 600만개 이상의 유전적 마커(변이)를 조사했다.
그 결과 BPD 관련 유전자 변이가 존재하는 부위 6곳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BPD 환자 685명과 대조군 10만7750명을 대상으로 '재현성 검증 분석'을 수행해 유전자 변이 5곳을 추가 발견했다. 재현성 검증 분석은 첫 번째 분석이 우연인지, 신뢰성 있는 결과인지 독립된 집단에서 재확인하는 검증 절차다. 추가로 검증된 5곳도 후속 연구를 통한 검증이 필요한 상태다.
연구팀은 발견한 11곳 내부 또는 근처에서 BPD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기능성 유전자도 9개 발견했다. 기능성 유전자는 체내에서 단백질을 발현하거나 생리적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의미한다.
연구팀이 발견한 변이들은 BPD를 일으키는 유전적 요인의 약 17%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쌍둥이 등을 대상으로 한 선행 연구들에 따르면 BPD 유전율은 46~69%에 달한다. GWAS를 통해 알아낼 수 있는 유전적 영향력은 쌍둥이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알려진 유전적 영향력의 3분의 1수준으로 다른 정신질환 연구 결과와 유사하다.
연구팀이 발견한 변이들은 우울증, 반사회적 행동,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다른 정신질환에서 발견되는 변이와 연관성을 보인다는 점도 확인됐다. 가장 연관성이 강한 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다.
연구팀은 “PTSD와 BPD의 유전적 취약성이 상당 부분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며 “후속 연구를 통해 생물학적 기전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doi.org/10.1038/s41588-026-02654-3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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