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인간의 실존적 위기'를 묻다

김정은 2026. 7. 2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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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일상화 이면의 위험 경고한 '지능 파산'
자동화된 미래사회 인간 존재 이유 고찰한 '일이 사라진 세상'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고 그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사고력 상실과 기존 일자리 대체 등 그 효율성과 편리함 이면에 도사린 위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AI 시대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AI가 불러온 '인간의 실존적 위기'에 관해 서로 다른 각도에서 경고하는 두권의 책이 나란히 나왔다.

AI가 인간의 경험을 대신하면서 어떻게 인간 지능이 전방위적으로 잠식되고 있는지를 다룬 '지능 파산'과 AI로 완전히 자동화돼 일이 사라진 미래 사회에서 인간의 존재 이유를 묻는 '일이 사라진 세상'이다.

인간과 AI의 상호작용을 연구해온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한소원 교수는 '지능 파산'에서 AI의 일상화가 인간의 성장과 지능 발달을 방해하고 있다며 "지금 우리 사회는 전인성(全人性) 훼손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한다.

여기서 말하는 지능은 단순한 지능지수가 아니라 인지적, 신체적, 사회적, 정서적 지능 등 전인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고 선택하는 종합적 능력을 뜻하는 것이다.

한 교수는 AI에 의존해 스스로 생각하는 '어려운 과정'을 건너뛰기 시작하면 사고 능력을 잃게 되고, AI가 제공하는 '당신이 옳다'는 반응에 익숙해지면 불편함을 경험하기 싫어서 인간과의 소통을 점점 피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러한 영향은 청소년과 영유아에게 더욱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저자는 성장하기도 전에 빠른 답을 주는 AI에 익숙해지면 학습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능력을 키울 수 없다고 우려한다. 그는 지금 아이들의 사회, 정서적 발달도 늦춰지고 있다면서 우리가 '다음 세대의 지능을 파산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묻는다.

한 교수는 대답이 필요한 순간에 무표정한 시선으로만 대응하는 '젠지 스테어'(Gen-Z stare), 전화를 받는 데 두려움을 느끼는 '콜 포비아'(call phobia) 등 젊은 세대에서 나타나는 현상도 이러한 맥락에서 분석한다.

최근 젊은 세대의 사회성 변화는 디지털 매체 사용 증가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 등으로 대면 상호작용과 상황에 맞는 사회적 반응 기술을 연습할 기회가 줄어든 영향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디지털 세계에 머무르지 말고 감각 경험과 움직임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며 의미를 찾아야 한다"며 생각과 경험을 외주화하면 인간과 삶의 의미의 원천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강조한다.

철학자인 이진우 포스텍 명예교수가 쓴 '일이 사라진 세상'은 AI로 노동이 불필요해지고, 산업이 거의 완전히 자동화된 미래 사회에 인간은 어디에서 존재 이유를 찾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파고드는 철학적 사유를 담았다.

책은 AI가 기존 일자리를 상당 부분 축소하고 일 자체의 구조와 의미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비관적 전제에서 출발한다.

기술 발전이 실업을 유발해도 결국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 산업혁명 이후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검증돼온 고전적 낙관론이었지만, 이전의 기계가 인간의 힘을 대체했다면 AI는 인간의 판단을 대신한다는 점에서 이번은 다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 근대 이후 인간은 자신을 '노동하는 존재'로만 이해해왔으며, '어떤 일을 하느냐'로 정체성의 큰 부분을 설명해왔다고 강조하고, 일이 사라진다면 인간은 어디에서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을 수 있는지를 묻는다.

"직업에는 생계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그것은 공동체 속에서 자신이 필요하다는 증거였다. 따라서 노동이 기계로 대체되는 이 조용한 이양의 과정에서, 우리가 정말로 빼앗기고 있는 것은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다. 그것은 세계를 감각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자신의 의미를 발견하는 인간의 '자리' 그 자체다."

책은 기술이 노동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해부하고 이 같은 변화가 극심한 양극화, 민주주의 기반 약화 등 정치와 사회 문제로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저자는 고대 로마 제국의 사례를 들어 '노동 없는 사회'의 미래를 그려 보인다.

고대 로마는 정복 전쟁과 노예제 확산으로 대규모의 '노동 없는 시민층'을 형성했다. 국가가 시민을 먹이고 즐겁게 하는 장치인 이른바 '빵과 서커스' 정책이 등장한 것도 이 시기다. 이는 정치적 주권을 상실한 시민이 물질적 생존과 오락만을 요구하는 상태를 나타낸 표현이다.

저자는 이 시기 정치는 음식과 오락을 제공해 지지를 얻는 방향으로 타락했고, 이는 공화정의 몰락으로 이어졌으며, 노동 없는 시민은 국가에 의존하는 집단으로 전락했고, 이는 전제적 제국 체제를 강화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AI 시대의 빵과 서커스는 단연 '기본소득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라며 보편적 기본소득은 생존은 제공할지언정 결코 삶의 의미와 목적을 대신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일이 사라진 세상에서 시스템의 부속품이나 알고리즘의 수동적인 소비자로 전락할지도 모를 운명에서 인류의 미래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사유'라고 강조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능력, 그것만이 AI 시대에 우리가 지켜야 할 가장 강력한 능력이자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증명일 것이다."

▲ 지능 파산 = 바다출판사. 264쪽.

▲ 일이 사라진 세상 = 다산북스. 288쪽.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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