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캡틴! 마이 캡틴!”… 37년 전 명작, 대학로서 다시 외친 ‘카르페 디엠’

김광진 기자 2026. 7. 2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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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열린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프레스콜에서 출연 배우들이 주요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

“오 캡틴! 마이 캡틴!”

교장의 호통에도 소년들은 책상 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학교를 떠나는 키팅 선생을 향해 한 명, 두 명씩 일어서 그를 자신들의 ‘캡틴’으로 불렀다. 1989년 영화관을 울렸던 ‘죽은 시인의 사회’의 명장면이 37년 만에 대학로 무대에서 되살아났다. 스크린 속 로빈 윌리엄스가 섰던 자리에는 차인표·오만석·연정훈이 번갈아 오른다. 배우들의 숨소리와 떨리는 눈빛까지 객석에 닿자, 오래된 명대사 “카르페 디엠(Carpe Diem·현재를 즐겨라)“도 격언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는 질문으로 다시 다가왔다.

2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는 지난 18일 개막한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공개됐다. 1989년 개봉해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한 국내 첫 정식 라이선스 공연이다. 1959년 미국 명문 기숙학교 웰튼 아카데미에 부임한 영어 교사 존 키팅이 입시와 규율에 짓눌린 학생들에게 “카르페 디엠”을 가르치는 이야기다.

학생들과 만난 키팅. /연합

영화를 그대로 무대에 옮기지는 않았다. 조광화 연출은 “원작 텍스트만 가져왔는데 장면 구분이나 무대 지시가 거의 없어 영화 시나리오처럼 쓰여 있었다”며 “이를 무대 언어와 문법으로 번역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했다. 카메라의 클로즈업으로 보여주던 학생들의 불안과 혼란은 대사와 음악, 안무로 풀어냈다. 일반 연극보다 음악의 비중도 크게 높였다.

이동준 음악감독은 학생들이 책상 위에 올라 키팅을 배웅하는 마지막 장면부터 작업했다고 한다. 그는 “‘오 캡틴! 마이 캡틴!’ 장면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이자 연극을 풀어갈 열쇠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스크린의 영상미 대신 배우와 관객이 한 공간에서 호흡하는 연극의 현장감으로 원작의 감동을 되살린 것이다.

키팅 역을 맡은 차인표와 그의 제자들. /연합

키팅 역을 맡은 세 배우는 같은 대사를 저마다 살아온 인생의 무게로 전한다. 이번 작품으로 처음 연극에 도전한 차인표는 “원작의 키팅 선생은 35세지만 나는 58세”라며 “그보다 20년 넘게 더 살아보니 그의 가르침이 옳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키팅을 학생들 위에 선 교사가 아니라 “이 삶을 함께 살아가는 동료”로 바라보고 자신의 인생을 연기에 녹였다고 한다.

배우 연정훈이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프레스콜에서 주요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

연정훈 역시 데뷔 후 첫 연극이다. 그는 “십몇 년 만에 막내가 돼 선배들과 호흡하고 있다”며 “세 명의 키팅이 정말 달라 선생님에 따라 공연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꼭 세 번 봐달라”고 웃었다. 오만석은 “연정훈은 얼굴만 봐도 다정함이 묻어나고, 차인표는 매주 후배들에게 고생한다며 밥을 샀다”며 “나도 두 사람의 다정함을 닮으려 했다”고 했다.

또 다른 키팅 역의 배우 오만석. /연합

무대에서는 실제 스승과 제자의 인연도 이어진다. 오만석은 30여 년 전 부모의 반대를 피해 아르바이트비를 모아 연기학원에 다녔고, 당시 그를 가르친 선생이 이번 작품에서 놀란 교장 등을 연기하는 남경읍이다. 남경읍은 “분장을 지우니 얼굴이 까맣길래 ‘넌 부시맨 같다’고 했더니 만석이가 ‘선생님은 원숭이 같아요’라고 하더라”며 “자기 생각을 감추지 않고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좋은 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고3 제자와 스승은 30여 년이 흘러 ‘참된 교육’을 묻는 작품에서 나란히 무대에 서게 됐다.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제자들을 연기하는 신예 배우들. /연합

신예 배우들도 웰튼의 교실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아버지의 강요와 자신의 꿈 사이에서 갈등하는 닐 페리 역은 김락현·이재환·SF9 찬희가, 소심하지만 키팅을 만나 변화하는 토드 앤더슨 역은 김태균·문성현이 맡았다. 배우 이종혁의 아들로 알려진 이탁수는 학교의 권위에 거침없이 맞서는 찰리 달튼 역으로 첫 연극 무대에 오른다.

작품이 말하는 ‘카르페 디엠’은 하고 싶은 대로 살자는 구호와는 조금 다르다. 연정훈은 “욜로처럼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자는 뜻이 아니라, 어떤 상황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그 순간을 살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조 연출도 “카르페 디엠을 외치기는 쉽지만 실제로 그렇게 살기는 어렵다”며 “배우와 관객이 무대에서 뜨겁게 만나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카르페 디엠”이라고 했다.

공연은 서울 종로구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9월 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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