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근저당 끼고 집 파는 나라…부동산규제 과도하단 증거 [사설]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아파트를 처분하면서 근저당권을 설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계약 체결 이틀 만에 소유권 이전 등기부터 넘겨주고, 매매 대금의 50%에 가까운 잔금을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대출하는 형태의 거래이기 때문이다. 위법은 아니지만 촘촘히 얽힌 부동산 규제망을 우회한 거래의 당사자가 최고 정책결정권자라는 점은 씁쓸하다.
이 대통령은 김혜경 여사와 공동 소유했던 아파트를 29억원에 매도하면서, 매수인을 상대로 채권 최고액 17억7000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금융사가 대출액의 120% 정도를 채권 최고액으로 설정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 대통령 부부가 매수인에게 14억~15억원을 빌려준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거래가 이뤄진 배경에는 재건축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임대차보호법 등 다양한 규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이 대통령이 처분한 집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위치한 데다 세입자의 전세 계약이 오는 10월에 만료된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10월에 잔금을 지급하고 매수자가 입주하면 되겠지만,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이 아파트는 사업시행자 지정고시를 앞두고 있다. 고시 이후에 소유권을 이전받으면 조합원 지위를 승계하지 못하고 현금 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
청와대는 "부동산 정상화 정책 실현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매수인이 '매도인 대출'이라는 사금융을 활용한 것은 대출을 엄격히 규제하는 정부 정책 방향에 어긋난다. 대통령처럼 다른 거주지가 있거나 여유자금이 없는 매도인이라면 이런 거래를 할 수 없다는 점도 서민들을 허탈하게 한다.
부동산 대토론회를 앞둔 시점도 공교롭다. 이 대통령은 21일 "불법과 편법이 동원되는 부동산 불로소득은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주범"이라며 세제 개편을 예고했다. 하지만 대통령마저 우회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어떤 대책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정책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할 때 시장은 다른 길을 찾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촘촘한 규제가 아니라 규제의 정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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