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칼럼] 반도체 팹 투자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1950년 앨런 튜링은 기계가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인간이 그것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 지 알아볼 수 있는 '튜링 테스트'를 제안했다. 여기에서 놀라운 것은 '기계가 생각할 수 있다면'이라는 가정이다. '기계가 생각을 하다니'. 챗GPT와 제미나이를 이용해서 매일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지금도 우리는 기계가 생각한다는 것을 사실로 동의해야 할 지 말 지 혼란스럽다.
어쨌거나 이 인공지능 서비스들은 우리돈으로 3만원만 내면 박사급 수준의 보고서를 척척 내놓는다. 이제는 사람이 시킨 일을 에이전틱(Agentic) AI가 비서처럼 해내는가 하면, 앞으로 피지컬(Physical AI)는 우리 대신 노동까지 해낼 것이다.
우리는 인공지능의 능력을 놀라워 한다. 하지만 아직도 '기계가 생각한다'고 믿느냐고 하면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눈앞에서 사람이 묻는 질문에 기계가 '좋은 질문입니다'라며 아부를 하는 답변을 하는데도 이 것을 기계가 생각하고 답한다고 말하기에는 주저하게 된다.
며칠전 노벨상을 받은 인공지능 과학자인 데미스 하사비스도 '우리는 본질적으로 모래가 생각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기적같다'고 (we've essentially found a way to make sand think. It's miraculous.)고 말했다. 그 역시 기계가 생각하는 것이 기적처럼 여겨지는 모양이다.
데미스 하사비스가 말한 모래란 실리콘을 뜻한다. 실리콘은 주성분이 규소로 이루어진 물질로 모래에서 추출된다. 반도체는 실리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결국 모래로부터 우주에서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현상 가운데 하나인 '지능'이 나오는 것을 이렇게 멋지게 표현한 것이다. 그가 만들었다고 한 것이 아니라 발견했다고 한 것도 의미있는 대목이다.
인간이 다룬 가장 강력한 힘인 불과 전기처럼 인공지능은 모래(반도체)가 생각하게 하는 방법을 발견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잘 짜서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데이터를 주고 학습하게 했더니 생각을 하더라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니 사실 만들었다는 의미인 '인공'이라는 용어를 '지능' 앞에 쓴 것은 잘못이라고 할 수도 있다. '기계지능'이 더 나은 표현일 것이다.
어쨌든 인공지능을 향한 세계의 경쟁은 이제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국가안보는 물론 산업과 생활, 문화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이 미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과거 서세동점의 제국주의 시절에 동북아 3국은 각각 동도서기, 화혼양재, 중체서용 등을 내세우며 서양의 물질문명은 받아들이더라도 정신은 자신의 것을 유지하고자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정신조차 기계가 대신하는 세상이 되면서 이 경쟁에 낙오할 경우 닥칠 위험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인공지능 선도국 G2 국가인 미국과 중국은 하루가 다르게 서로 다른 경쟁 모델을 내놓으면서 국가의 운명을 걸고 다투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첨단 반도체를 팔지 못하게 하면서 'Winnig the race'를 외치고 중국은 '동주공제(同舟共濟)'로 대응하면서 기술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 비해 다소 떨어졌던 중국은 지난해 DeepSeek이 충격을 주더니 올해는 Kimi가 프런티어 모델에서 미국을 2개월 차이로 뒤쫓고 있는 것이 확인돼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인공지능에 쓰이는 메모리 반도체가 공급부족에 시달리면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그 병목을 쥐고 있는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속가능한 시장 확보를 위해 호남에 대규모 반도체 팹을 증설하기로 했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데이터센터와 피지컬AI를 포함, 3대 메가프로젝트를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정했다.
송정 군공항에 들어오는 4기팹에 대한 투자만 800조가 넘고 국가 전체적으로는 GDP의 2배는 5천조에 육박하는 미래산업 투자가 발표되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가 광주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다.
지금 광주가 맞은 변화는 단순한 지역내 반도체 공장의 유치가 아니다. 앨런튜링이 76년전에 처음 제안한 기계지능을 위해 가장 필요한 메모리를 만들어 세상을 바꾸려는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이 분단과 독재를 극복하고 동서 차별, 중앙-지방 차별의 시대를 넘어서려는 것이다.
인구감소와 제조업 쇠락으로 청년들이 잃어버린 꿈을 되찾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다시 만들려는 것이다. 인간과 기계가 함께 지능을 가진 새로운 미래시대를 준비해 누구도 낙오되거나 소외받지 않는 AI기본사회를 실증하려는 것이다.
이 막중한 역사적 변화의 순간에 전남광주통합특별시민이 된 우리는 무슨 생각을 가져야 하는가. 바로 현상을 뛰어넘는 상상력과 역사적 소명의식이다. '기계가 생각할 수 있다면'은 이제 현실이 되었다. 범용인공지능(AGI)과 특이점(Sigularity)도 수년내에 우리가 맞이할 것이다.
우리는 그보다 더 앞서가는 새로운 상상력과 도전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 변화를 주도하고 과감하게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지역', '과거', '비주류'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어야 한다. 미국,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AI G3에 도전하고, 실리콘 밸리와 경쟁하는 연구와 창업, 문화의 도시를 만드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문명이 오고 있다. 새로운 세상이 오고 있다. 우리의 꿈과 생각의 크기만큼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 스스로 역사의 주인이 되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민의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