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친구들도 때론 다투고 외롭다

인현우 2026. 7. 2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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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패니언' 캐릭터로 유명한 미국 팝아트 작가 카우스
국내 첫 미술관 개인전서 '갈등과 치유' 주제로 전시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에서 열린 카우스의 개인전 '친구 그리고 이웃'의 전시 모습. 카우스의 캐릭터 컴패니언(왼쪽)과 어컴플리스 조각이 서로를 마주 보는 가운데 배경으로 대형 회화 '치유'가 걸려 있다. 스페이스K 제공

해골 모양 얼굴과 엑스(X) 표시 눈, 머리 양옆으로 삐져나온 뼈, 미키마우스로부터 따 온 장갑과 반바지. 미국 팝아트 작가 카우스(KAWS·본명 브라이언 도넬리)를 상징하는 귀여운 캐릭터 '컴패니언(Companion)'은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나 지드래곤도 애호하는 인기 아트토이 캐릭터로 알려져 있다. 2018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키가 28m에 이르는 컴패니언이 드러누운 채 떠 있는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국 대중에게 친숙한 카우스가 미술 작가로서 서울에서 대형 전시를 연다. 23일부터 강서구 스페이스K에서 문을 여는 '친구, 그리고 이웃'은 한국에서 열리는 그의 첫 미술관 개인전이다. 보통 사진이나 아트토이를 통해서 알려졌던 그의 작품을 직접 회화와 조각으로 볼 수 있다.

카우스는 전시 개막을 앞두고 21일 전시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 작품이 인쇄물이나 디지털 이미지로 전달되는 것을 알지만, 작품을 실제로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라면서 "직접 보아야만 미묘한 질감과 색채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엔 뉴욕 시각예술학교(SVA) 일러스트레이션 전공자 출신답게 매끈하게 처리한 색면과, 스프레이 캔으로 거리작품을 그리면서 체득한 점을 흩뿌린 듯한 거친 면이 공존한다.

다투고 있는 두 '첨'을 그린 자신의 회화 앞에서 포즈를 취한 카우스. 스페이스K 제공
카우스의 2026년작 조각 '막상막하'. 캐릭터 '첨' 2명이 다투는 모습을 연출했다. 스페이스K 제공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은 대부분 신작이다. 유명한 '컴패니언'과 얼굴은 비슷하지만 체형은 펑퍼짐한 캐릭터 '첨(Chum)'이 이번 전시의 주역이다. 두 명 이상의 캐릭터를 그릴 때 서로를 끌어안거나 기대는 모습을 많이 선보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둘이 멱살을 잡고 다투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연출했다. 펑퍼짐한 '첨'의 특성상 이 싸움이 거칠어 보이진 않지만, 대립·갈등이 깊어지고 '친구와 이웃'끼리도 경계선을 긋는 현실의 모습이 절로 투영된다.

'컴패니언'과 또 다른 캐릭터 '어컴플리스' 조각 또한 전시장에 나와 마주 앉아 있지만, 서로를 보지 않은 채 고독과 거리감을 드러낸다. 카우스는 "지난 몇 년간 정치적 긴장이 상당히 고조되고, 코로나19는 타인을 향한 경계심과 서로에 대한 감사함을 동시에 불러왔다"면서 "곳곳에 퍼진 강렬한 감정들이 이번 작업에 드러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우스의 2025년작 회화 '치유'는 미술 강습을 받은 아마추어 작가들이 함께 자신의 작품을 들어 보이는 사진에서 출발했다. 카우스는 이들이 들어 보인 사진 자리에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바다 그림을 그려 넣었다. 연합뉴스

갈등 속에서도 희망은 있다. 길이 6.5m짜리 회화 '치유'는 '첨' 11명이 함께 바다 그림을 들어 보이는 화면을 연출했다. 서로 다른 캐릭터가 그린 여러 장의 바다 그림이 하나로 이어지는 모습은, 타인과 감정을 함께 나누는 것이 치유의 길이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카우스는 "수평선과 끝없이 반복되는 물결은 내 스스로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이미지였다"면서 "그 순간 제 작업실에 필요했고, 세상에 내놓고 싶었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12월 27일까지.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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