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일보 인터뷰] 한재권 에이로봇 CTO "구미 ‘주목’ 피지컬AI 승부처는 공급망·제조 데이터"
"휴머노이드 경쟁력은 부품 공급망·공장 실증이 핵심"
경북도청 ‘휴머노이드 로봇의 등장과 미래 교육의 진화’ 화공 특강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에서 구미가 로봇·피지컬 AI 분야의 한 축으로 방향을 잡은 가운데, 미래 로봇산업의 승부처는 부품 공급망과 제조 현장의 작업 데이터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한재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 겸 ㈜에이로봇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1일 경북도청에서 열린 화공특강(휴머노이드 로봇의 등장과 미래교육의 진화)에서 "AI의 다음 전쟁터는 피지컬 AI"라며 "이제 모든 휴머노이드 기업이 어느 공장의 어떤 공정에 들어갔고, 어떤 데이터를 확보했는지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지컬 AI는 로봇이 주변 상황을 보고 인간의 지시를 이해한 뒤 스스로 판단해 실제 행동으로 결과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정해진 위치에서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면 피지컬 AI 로봇은 변화하는 작업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에 맞게 행동한다.
◆생성형 AI와 피지컬 AI의 가장 큰 차이는 '경제성'
한 교수는 생성형 AI와 피지컬 AI의 가장 큰 차이로 경제성을 꼽았다. 그는 "일반 AI 서비스는 투자 대비 수익을 확인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피지컬 AI는 로봇이 현장에 투입돼 사람의 일을 하면 인건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 효과를 곧바로 측정할 수 있다"며 "인간이 하는 일 전체가 잠재적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주목받는 이유도 한 가지 작업에 그치지 않고 여러 일을 연속해서 수행할 수 있는 범용성 때문이다. 특정 작업만 하는 로봇은 해당 작업이 끝나면 가동을 멈춰 투자비 회수가 어렵지만, 휴머노이드는 조립과 운반, 검사 등 여러 공정을 옮겨 다니며 일할 수 있어 가동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응 전략으로는 부품 공급망과 제조 데이터 확보를 제시했다. 한 교수는 "중국 이외의 국가 가운데 휴머노이드 로봇에 필요한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폭넓게 갖춘 국가는 한국"이라며 "휴머노이드는 자동차와 같은 수많은 부품의 조립체이고, 특히 전기자동차 부품과 상당 부분 겹친다"고 말했다. 실제로 휴머노이드에는 모터와 감속기, 센서, 배터리, 반도체, 제어기 등 전자·기계 부품이 대거 들어간다. 완성 로봇뿐 아니라 핵심 부품과 소재,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 생태계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 피지컬 AI 산업 생태계 구미 '주목'
이 같은 분석은 전자·반도체와 방산, 자동차 전장 분야 기업이 밀집한 구미의 산업 기반과 맞닿아 있다. 구미국가산업단지의 기존 제조 공급망을 로봇 부품 생산과 실증으로 전환·확장할 경우 피지컬 AI 산업 생태계를 조기에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경쟁력은 제조 현장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다. 한 교수는 "첫 번째 전략이 공급망이라면 두 번째 전략은 데이터"라며 "좋은 데이터가 좋은 AI를 만들고, 피지컬 AI에서 가장 가치 있는 데이터는 실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공장에서 숙련 근로자가 수행하는 용접과 조립, 검사, 운반 등의 손동작과 작업 방식이 로봇을 학습시키는 핵심 자료가 된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공정에서 축적된 고숙련 작업 데이터가 많을수록 로봇은 새로운 상황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업종의 공장과 손기술이 뛰어난 숙련 근로자가 많다"며 "이들의 작업 데이터를 로봇에 학습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석유보다 더 큰 산업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구미 피지컬 AI 메가프로젝트도 연구시설이나 로봇 시제품 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공장 라인을 개방해 로봇을 투입하고, 공정별 작업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생산 현장을 실증 공간으로 제공하고 대학과 연구기관이 AI 학습과 로봇 제어 기술을 지원하며, 부품기업이 상용화와 대량생산을 담당하는 생태계 구축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한 교수는 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도 휴머노이드 산업의 성장을 앞당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문제는 사람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일할 사람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라며 "사람의 일을 대신할 수 있는 기계를 산업 현장에 투입한다면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동력과 수출산업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 교수는 최근 ㈜에이로봇 대구지사를 설립했다고 밝히고, 2028년까지 연간 1천대 이상의 로봇 생산체계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에이로봇은 현재 제조공장에 바퀴형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해 실증을 확대하고 있으며, 조선소 등 험지 작업을 위한 이족보행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문정화 기자 moonj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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