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이 언론을 길들인 '채찍과 당근' 무엇이었나?
[토론회①] 80년언론인해직 역사재판 대토론회, 박정희 정권 언론탄압
김서중 성공회대 명예교수, 민족일보 폐간과 조용수 사장 사형선고
신문 기업화·차관 도입, 1도1사 지방지 통폐합 프레스카드 언론수 통제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김서중 성공회대 명예교수는 20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80년 언론인해직의 역사재판 국민대토론회' 주제발표에서 해방 이후 군사독재 정권의 언론탄압사, 특히 박정희 정권의 언론탄압 사건과 그 의미를 짚었다. 김 교수는 “불행하게도 한성순보 창간(1983년) 이후 대부분 언론통제를 경험하면서 지냈는데 한국은 후발 근대국가이기 때문에 서구 국가들의 전통을 흡수했다면 성숙된 언론환경 속에서 성숙한 민주국가로 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며 5·16쿠데타 세력의 언론탄압은 언론인 통제, 언론사 통제, 보도 내용 통제 등으로 구분했다.
쿠데타 세력의 대표적 언론탄압 '민족일보 폐간'
이중 언론인 통제는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에 대한 사형선고다. 김 교수는 “4·19혁명이 있었지만 한국 사회가 미군정을 지내며 한쪽으로 이념이 제한돼 사상의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계기가 혁신계 언론의 등장이고 이는 보수언론과 당시 민주당 정권에게도 위협적인 존재였다”며 “'좌경용공'이라는 이미지로 훼방을 놓으려했는데 그 분위기가 5·16쿠데타 세력으로 인해 대표적인 언론탄압 사건이 됐다”고 했다.
김 교수는 “(민족일보가) 북을 이롭게 하려한 게 아니라 남쪽에 신음하는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평화통일을 주장했던 것이 좌경용공으로 왜곡된 것”이라며 “혁신계 언론 민족일보를 폐간하고 조용수 사장을 사형시키면서 사상의 시장에서 다양성이 훼손됐고 다양한 사상이 공존하며 사회가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정희 정권에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서 발생한 언론민주화 투쟁으로 대량 해고가 발생했고, 동아투위와 조선투위의 투쟁은 널리 알려졌다.
박정희 정권, 특혜 제공으로 '신문사 기업화'
또한 언론사의 기업화가 진행된 시기이기도 했다. 김 교수는 “신동아의 차관 기사 이후 언론의 보도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는데 그나마 가졌던 보도의 자유조차도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1968년 12월6일 신동아는 '1959년 1월부터 1968년 9월까지 한국에 도입된 차관 12억 달러의 내역과 경제에 끼친 공과'를 분석해 보도했는데 '차관이 정경유착의 표본이며 정치자금의 원천이다'가 주요 내용이다. 시중금리가 25% 육박하는데 차관 금리는 7~8%에 불과해 차관 배정 자체가 특혜였기 때문이다. 당시 경찰은 천관우 주필, 홍승면 신동아 주간을 구속수사했고, 이들과 손세일 부장까지 3인의 사표를 수리하는 것으로 정부와 타협했다.

당시 신문편집인협회장 최석채는 '신문은 편집인의 손에서 떠났다'고 했는데 김 교수는 “기업화된 언론사가 언론인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권력에 굴복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박정희 정권은 신문사들에게도 차관을 도입해주는데 신문사들에겐 18%란 낮은 금리로 특혜를 제공했다. 조선일보는 1968년 400만 달러 차관을 도입해 관광호텔을 건축했고, 동아일보, 서울신문, 경향신문, 중앙일보 등도 차관을 통해 1970년에 윤전기를 도입했다. 김 교수는 “신문의 기업화는 그 이전에 비교적 동질성을 보였던 신문사들조차 언론사 사주와 언론인 사이의 간극을 만든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프레스카드 제도 도입, 언론인 수 통제
미디어오늘 1995년 12월 보도를 보면, 박정희 정권의 문공부 장관은 1971년 12월13일 한국신문협회, 통신협회, 편집인협회, 기자협회 등 언론단체에 보낸 공한과 이에 응답한 12월17일자 신문협회의 회신인 '언론자율정화에 관한 결정사항'을 통해 구체화됐다. 김 교수는 “자율의 형태로 나타났지만 법적·제도적 장치를 통해 기자를 제한하면서 특히 비판적인 기자의 목소리, 기자들이 많은 것이 불편한 현실을 타개하려 했다”고 했다.
신문사 입장에서는 기자들의 임금인상 압박과 70년 차관 도입으로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경영합리화에 직면한 것이다. 이에 71년 10월 5057명이었던 기자 수는 프레스카드 발급을 기회로 1년 사이 전체 기자의 38%에 해당하는 1920명을 해고하면서 72년 12월 3137명(62%)으로 줄었다. 김 교수는 “이는 신문기자의 자격, 취재의 자격을 정부가 마음대로 좌우한다는 것으로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중대하고도 심각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프레스카드제 발급은 73년 3월7일 행정부 각처 기자실을 줄이고 출입기자를 줄이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정부출입기자대책'으로 이어졌다.
기자 수를 관리하면서 언론사 수도 통제했다. 1972년 유신정권에 순응하는 언론만 남기려는 통폐합이 이뤄졌다. 1972년 대구일보(3월30일)와 대구경제일보(4월1일)가 자진 폐간 형식으로 문을 닫았고, 1973년 한국경제일보(3월28일), 동화통신(3월31일), 대한일보(5월15일) 등 차례로 폐간했다. 중앙지뿐 아니라 지방지 통폐합도 이뤄졌다. 정부는 1도 1사 원칙을 내세웠는데 대전일보가 중도일보를 합병해 5월25일 충남일보로 제호를 바꿨고, 6월1일엔 전북일보·전북매일·호남일보가 통합해 전북신문을 발족했다. 9월1일에는 경기일보·경기매일·연합신문이 경기신문으로 통합했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통합이 이뤄지면 1위 신문이 주도하는 통합을 예상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1위 신문이 아닌 신문사에게 통합을 주도하게 해 그 혜택에 대한 보답을 친정부적 성향으로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이뤄진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부산, 경북, 경남, 전남을 제외하고는 1도 1사주의가 관철됐다.
채찍과 함께 당근도 제공한 독재정권
김 교수는 “언론인에게 채찍뿐 아니라 당근도 제공했다”며 “언론인의 정관계 진출”이라고 말했다. 이는 개인의 역량이라기 보다는 권력이 언론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우호적 언론인을 관리한 것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3선 개헌 후 관변으로 간 언론인들이 양산됐고 언론정책을 담당하는 사례가 늘었는데 언론인의 관계 진출이 가장 많이 나타난 건 1973년이었다.
1973년 4월23일 정부는 11개 부처에 대변인직(이사관 또는 부이사관급)을 신설해 거의 전원을 언론계에서 기용했다. 중앙일보 서기원 논설위원이 기획원 대변인으로, 이광표 편집국장 대리가 상공부 대변인으로 가는 등의 일이 벌어졌다. 9대 국회에선 유정회 의원 8명을 포함해 19명의 전직 언론인이 여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고, 언론인 6명이 비서실장이 됐으며 앞서 언론인 11명이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이 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유정회 1기로 원내 진출한 언론인들은 문태갑(동양통신), 이종식(조선일보), 이진희(서울신문), 임삼(한국일보), 정재호(경향신문), 최영철(동아일보), 주영관(합동통신) 등인데 대체로 청와대를 오래 출입한 정치부장 출신이었다. 정부 대변인인 문화공보부 장관도 1970년 내내 언론인 출신이 맡았다. 신범식(1969년 4월~1971년 6월), 윤주영(1971년 6월~1974년 9월), 이원경(1974년 9월~1975년 12월), 김성진(1975년 12월~1979년 12월), 이규현(1979년 12월~1980년 5월) 등이다.
이날 토론회는 80해언협이 주관하고, 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자유언론실천재단·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언론시국회의·민주언론시민연합·새언론포럼·광주5·18기념재단·5·18공로자회·5·18유족회·5·18서울기념사업회·유신청산민주연대가 공동주최했다. 또한 이학영(전 국회부의장)·유동수(국회 정무위원장)·백혜련(전 국회 정무위원장)·전진숙(소개의원)·조경태·김주영·박상혁·허종식·권향엽·김기표·김남근·김용만·김윤·김준혁·김현정·노종면·문금주·박선원·박용갑·박정현·박지혜·박해철·박희승·백승아·서미화·손명수·송재봉·안도걸·염태영·오세희·이강일·이건태·이광희·이연희·이재강·이재관·이정헌·이주희·이훈기·임미애·정종태·정진욱·한민수·황명선·황정아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5.18기념재단·미디어오늘·서울특별시가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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