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의자 하나 폈다고 나가라?”…영덕 경정리해수욕장 퇴거 논란
논란 확산되자 영덕군선 “개인장비 금지 현수막은 위법” 철거 명령

26개월 된 딸과 경북 영덕군 경정리해수욕장을 찾은 이용객이 캠핑의자 하나를 펼쳤다는 이유로 퇴거를 요구받았다고 주장해 논란이 된 가운데, 영덕군이 해수욕장 입구에 설치됐던 ‘개인장비 반입금지’ 현수막을 위법한 것으로 판단해 철거하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용객에게 캠핑의자를 치우고 해수욕장에서 나가라고 요구한 이유를 두고는 민원인과 해수욕장 운영위원회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영덕군은 캠핑의자를 처음 설치했던 정확한 위치와 피서용품 대여영업 허가구역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추가로 확인할 방침이다.
영덕군청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21일 주간경향과의 통화에서 “경정리해수욕장 입구에 개인장비 반입을 아예 금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한 것은 문제가 되는 사항”이라며 “백사장 전체에 점용허가를 내준 것이 아닌데도 전체 구역에서 개인장비를 사용할 수 없는 것처럼 표시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 부분은 위법사항이고 문제가 심각하다”며 “운영위원회에 바로 철거명령을 내렸고 운영위도 이를 받아들여 이날 오전 현수막을 철거했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주말이었던 지난 18일 26개월 된 딸과 경정리해수욕장을 찾았다가 캠핑의자 한 개를 펼쳤다는 이유로 쫓겨났다는 내용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A씨에 따르면 해수욕장 입구에는 ‘개인장비 반입금지’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A씨가 운영사무실에 개인장비를 금지하는 이유를 묻자 운영 관계자는 공유수면 점용·사용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개인장비를 반입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A씨는 공유수면 허가 조건에 캠핑의자 등 개인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는지를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해수욕장에서는 개인장비를 철거하라는 안내방송이 두 차례 나왔고 직원이 찾아와 의자를 치우라고 요구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잠시 뒤 남성 3명이 운영위원장의 지시라며 A씨에게 해수욕장에서 나가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A씨는 이들이 “개인장비를 펴면 누가 평상이나 파라솔을 빌리겠느냐”, “왜 남의 영업장에 와서 영업을 방해하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고성이 오가는 과정에서 위협감을 느낀 A씨는 결국 딸과 함께 다른 해수욕장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영덕군이 21일 오전 경정리해수욕장 운영위원회 측을 만나 확인한 내용은 A씨의 주장과 달랐다.
운영위원회 측은 A씨가 다시 캠핑의자를 설치한 곳이 인근 갯바위 부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 의자가 놓이면 운영상황실과 안전요원이 갯바위로 이동하는 사람을 확인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안전관리 차원에서 자리를 옮겨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 운영위 측 주장이다.
군 관계자는 “운영위원회는 갯바위가 위험한 데다 캠핑의자가 운영상황실의 시야를 가려 이동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민원인이 안내에 따르지 않고 계속 앉아 있어 운영위원회 관계자들이 찾아가 다시 안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A씨는 안전상 이유로 위치를 옮겨달라는 안내는 한 번도 받지 못했으며, 운영사무실에 개인장비 사용 여부를 묻자 처음부터 반입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입장이다.
영덕군이 확인한 경정리해수욕장 안내방송 문안에도 이용객이 개인장비 전체를 철거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표현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군 측은 “운영위원회가 방송 안내 문안을 엑셀파일로 보관하고 있어 내용을 확인했다”며 “규정된 구역에서는 개인장비를 설치할 수 없고 다른 장소로 이동해달라는 취지였다고 하지만, 일반 이용객이 들으면 개인장비가 있으면 모두 철거하라는 뜻으로 오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경정리해수욕장 백사장 전체 면적은 약 6500㎡이며, 이 가운데 운영위원회가 파라솔과 몽골텐트 등 대여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면적은 약 2000㎡다.
영덕군은 나머지 백사장에서는 이용객이 개인 캠핑의자나 파라솔 등 피서용품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에는 운영위원회의 허가구역과 일반 이용구역의 경계를 이용객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한 별도의 표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군 측은 “허가받은 구역이 일반인에게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상태”라며 “허가받은 2000㎡ 이외의 백사장에서는 개인장비를 설치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현행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2조 제1항 제2호는 관리청으로부터 비치베드와 파라솔 등 피서용품 대여영업허가를 받은 사람이 허가구역 밖에서 해수욕장 이용객의 개인 피서용품 설치나 이용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 조항은 피서용품 대여업자가 허가구역 밖의 백사장까지 사실상 독점하며 이용객의 개인 파라솔이나 텐트 등의 사용을 막는 관행을 방지하기 위해 2016년 12월 신설돼 2017년 6월부터 시행됐다.
경정리해수욕장 운영위원회는 영덕군의 허가를 받아 피서용품 대여영업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A씨가 캠핑의자를 설치한 장소가 운영위원회의 허가구역 밖이었다면, 개인 피서용품의 설치와 이용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한 해수욕장법 제22조 제1항 제2호가 적용될 수 있다.
허가구역 안에서는 운영위원회가 파라솔과 테이블·의자 등을 대여한다. 영덕군에 따르면 파라솔 이용료는 1만원, 테이블과 의자가 포함된 시설은 2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시설사용료는 해수욕장협의회를 거쳐 결정·공고되며, 수익금은 시설 개선과 운영인력 인건비, 재료비, 마을발전기금 등에 사용된다.
영덕군은 현수막 설치와 부정확한 안내 문구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A씨에게 의자 철거와 퇴거를 요구한 직접적인 이유가 영업 문제였는지 안전관리 때문이었는지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군 측은 “민원인이 처음 캠핑의자를 설치한 위치가 어디인지 확인해 허가구역과 대조할 예정”이라며 “현재 민원인과 운영위원회의 진술이 상반돼 어느 한쪽이 맞다고 공식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수욕장 운영위원장은 22일 “의자 사용 자체를 막은 것이 아니라 안전요원의 시야를 가리는 장소에서 이동해달라고 안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https://weekly.khan.co.kr/article/202607221537001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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