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호주 스키장 '개점휴업'...이상고온에 사라진 눈

호주가 한겨울에 접어들었지만 주요 스키장의 기온이 평년보다 최대 12℃ 높게 치솟으며 눈이 녹고 스키장 곳곳에 흙과 풀이 드러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호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주말 산악지역인 뉴사우스웨일스주와 빅토리아주의 기온이 역대 7월 가운데 가장 높았다. 마운트 호섬과 폴스크리크도 낮 최고기온과 밤 최저기온이 역대 7월 최고치를 기록했고, 스레드보에서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7월 기온을 나타냈다.
빅토리아주 마운트 호섬에서는 지난 19일 낮 최고기온이 12℃까지 올랐다. 이 지역의 7월 평균 최고기온은 0℃ 안팎이다. 평년보다 기온이 12℃나 높았던 셈이다. 36년간의 관측 기록에서 기존 7월 최고기온은 1994년의 8.7℃였지만, 이달들어서만 기존 기록이 세 차례 깨졌다.
인근 폴스크리크에서도 지난 18일 11.5℃를 기록한데 이어 다음날에는 13℃까지 기온이 상승했다. 이곳의 7월 평균 최고기온은 1.2℃이며, 종전 기록은 1992년의 9.8℃였다. 뉴사우스웨일스주 스레드보에서도 14℃가 관측됐고, 카브라머라와 마운트 윌리엄의 기온도 각각 14.3℃와 15.2℃까지 올라 7월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밤에도 기온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았다. 마운트 호섬과 폴스크리크의 최저기온은 각각 4.6℃에 머물렀고, 마운트 불러 5.7℃, 마운트 보보 12℃, 마운트 윌리엄 9.4℃ 등 여러 지역에서 7월 최저기온 가운데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하게 됐다. 겨울철 산악지역에서도 밤사이 얼어붙지 못한 눈이 낮동안 빠르게 녹아 질척한 상태로 변했다.
스키장 모습도 한겨울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달라졌다. 폴스크리크의 현장 카메라에는 산비탈과 능선에 눈이 거의 남지 않은 모습이 포착됐으며, 일부 슬로프에서는 눈이 녹아 갈색 흙과 초목이 그대로 드러났다. 마운트 호섬과 폴스크리크를 찾은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반팔 티셔츠를 입거나 장갑을 끼지 않고 스키를 타는 모습도 나타났다.
현지 방문객들은 오전에는 스키를 탈 수 있었지만 해가 뜨면서 눈이 빠른 속도로 녹아 스키 코스가 질척해졌다고 전했다. 자연설이 불규칙하게 내리는 데다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스키장들은 대부분 인공 제설에 의존하고 있다. 방문객들은 인공눈이 없었다면 이번 시즌 스키장 운영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기상청은 이번 이상고온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이동 속도가 느린 고기압을 지목했다. 맑은 하늘과 하강하는 건조한 공기가 산악 지역의 기온을 끌어올린 데다, 해수면과 가까운 낮은 지역보다 고도가 높은 곳의 기온이 더 높아지는 '기온 역전' 현상까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호주 기상청은 따뜻한 날씨가 주 중반까지 이어진 뒤 주말에는 일부 지역에서 약한 눈발이 날릴 수 있지만, 다음주 초 기온이 다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호주 스키 시즌은 지난달 초 시작됐지만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로 자연설이 간헐적으로만 내리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주 기상청은 앞서 올겨울 산악 지역의 최고·최저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강설량은 평년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열대 태평양에서 발달한 엘니뇨까지 겹치면서 따뜻하고 건조한 겨울이 나타나기 쉬운 조건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이어질수록 호주 스키장의 운영기간은 더 짧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국립대학교 연구진의 기후모델 분석에서는 인공 제설을 고려하더라도 호주 주요 스키장의 평균 운영기간이 현재 105일에서 2030년 81일, 2050년 70일로 줄어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 스키 시즌이 61일까지 짧아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호주 기상청의 앵거스 하인스 선임예보관은 이번 기온이 평년은 물론 과거 7월의 일시적인 고온 현상과 비교해도 크게 벗어난 수준이라며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앞으로 스키 시즌이 직면할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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