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앞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인간 신진서의 의지’ [뉴스in뉴스]
[앵커]
신진서 9단과 카타고 사이의 대국이 지금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세돌-알파고 이후 10년 만에 다시 성사된 AI와 인간 사이 바둑의 의미 살펴봅니다.
서영민 기자, 10시 시작한 대국이 아직 진행되고 있나요?
[기자]
사실 인간 사이 대국이었다면 좀 더 일찍 끝나는 게 통상인데, 1차전도, 2차전도 4시간을 넘었습니다.
오늘 경기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인공지능과의 대국은 원래 오래 걸리나요?
[기자]
그렇다기보다는 전략 때문입니다.
워낙 인공지능 연구를 많이하다보니 어느정도 결론이 난게, 인공지능 상대로 공격을 하면 절대 못이긴다.
철저히 수비만 하는 장기전이다, 이렇게 전략을 짜고 최대한 버티다보니 시간이 더 걸리는거죠.
[앵커]
10년이 지났지만 알파고와 이세돌 9단 사이 대결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이 9단이 공격도 했구요.
그 사이 많이 변했군요?
[기자]
세계 랭커들의 바둑 실력을 숫자로 환산한 고레이팅 점수를 보죠.
신진서 9단이 3천 8백 점이 넘는 압도적 1등입니다.
6 년째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포함해서 그 어떤 인간도 이 점수를 넘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AI는 몇 점이냐?
공식 점수는 없습니다.
인간이 아니니까요,
다만,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가 ‘네이처’지에 기고한 논문에 자체 산정한 점수가 있습니다.
알파고 제로 기준인데요, 5천 1백 점이 넘습니다.
그런데 이게 2017년, 9년 전 숫자고요.
이번에 신 9단과 대결한 카타고는 1만 점이 넘는다는 얘기도 있는데 검증은 안됐고요,
분명한 건 최소한 5천 점 수준 이상이고 이젠 모두가 이 역량 차이를 인정합니다.
[앵커]
자 그런데 신 9단이 이미 두 번 가운데 한 번 이겼잖아요?
그러면 인간이 그래도 인공지능을 이길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겁니까?
[기자]
그렇게 보긴 어렵습니다.
불평등 대국이거든요.
착수 제한시간도 인간에 유리하고, 무엇보다 신 9단이 2점을 먼저 두고 시작하는 접바둑입니다.
바둑을 두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접바둑은 ‘공정하게 경기하면 절대 못이긴다’는 점을 전제로 경기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규칙을 정한 게 신 9단이라고요?
[기자]
인간 최강자지만 카타고가 더 강하다고 인정한거죠.
이번에 대결하는 카타고는 미국의 개방형 AI입니다.
일각에선 중국의 ‘절예’라는 AI가 더 뛰어나다고도 하는데, 여튼 중요한 건 카타고는 개방형이고 그래서 무료이고, 한국의 프로기사 대부분이 카타고로 연습한단 점입니다.
즉, 신 9단도 이 카타고와 수없이 대결해봤고, 그래서 실력을 아는거죠.
실제로 신 9단은 대결에 앞서서 3점을 접고 두면 이길 것 같다.
그런데 2점을 접으면 잘 모르겠다.
그러니 2점 접고 둬보련다 하고 정했습니다.
[앵커]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좀 허무해져요.
이게 다 뭔가.
그럼 이 대결은 아무 의미가 없는건가?
신 9단은 왜 이런 대결에 응했나, 궁금해요.
[기자]
제가 답하긴 어려운 질문인데요,
사실은 이세돌 9단의 경우에는 10년 전에 인공지능과의 대결에서 패한 뒤에 얼마 지나지 않아 은퇴를 했단 말이에요.
의미를 찾기 힘들었다고 인터뷰한 적도 있고요.
다만 한가지 힌트가 있다면 인공지능이 먼저 점령한 바둑 세계를 다룬 책 한권입니다.
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란 책인데, 여기에 많은 바둑기사들의 인터뷰가 담겨 있고 신 9단 인터뷰도 있습니다.
신 9단의 경우에는요,
매일 인공지능과 함께 바둑을 12시간 씩 연구했는데, 그렇게 노력한 이유는 하면 할수록 내가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단 확신이 생겨서다.
지금보다 더 잘할 확률이 100%라고 믿는다고 인터뷰했더라고요.
인간 최고수이지만, 더 나아갈 길이 있다는 것을 AI를 통해서 배운 겁니다.
[앵커]
AI를 이기는 자체보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그 자세가 중요하다?
[기자]
다시 한번 신 9단의 말로 돌아가보죠.
2국을 이기고 나서 한 말이 있어요.
1국은 무모하게 서둘러 공격하다가 졌고 2국은 참고 또 참았다.
엄청 인내했는데 그러다가 마지막에 작은 공세를 펼쳐서 승부를 확정지었다.
그런데 시작 때 말씀드렸지만, AI 상대로 공격하면 져요.
그런데 이번에 신 9단이 작은 공격이지만 공격을 해서 이긴 거예요.
'나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라고 말했고요.
이건 2국을 통해서 본인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이런 얘기도 되는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계를 넘기 위해 신 9단이 어떻게 경기를 했나 보면, 자신보다 강한 상대 앞에서 스스로를 절제하고 참고 또 참았어요.
동시에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으면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려고 하는 인간적인 의지를 보여줬단 말이에요.
그걸 보고 우리가 느끼는 어떤 감정.
커다란 울림.
이런게 분명 있거든요.
그리고 이건 AI는 절대로 줄 수 없는 것이구요.
AI 시대에 우리 인간에게 중요한건 이거 아닐까,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유튜브, 네이버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서영민 기자 (seo0177@gmail.com)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이 대통령 “부동산 조세제도, 국민 상식 기초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비”
- 국산 삼겹살만 판다더니…상황 따라 ‘위장 판매’
- 미국 공항·학교의 ‘무료 생리대’…“휴지처럼 화장실 기본용품” [특파원 리포트]
- 트럼프 “이란, 미 병사 죽일 때마다 몇 배 대가”…이란은 항전의지
- “소원 동전 싹 주워가더라”…청계천에서 무슨 일이? [잇슈 키워드]
- “이제 빙수 못 먹겠다”…위생 논란에 본사 사과 [잇슈 키워드]
- “AI 아니야”… 미 SNS 뒤흔든 시애틀의 명물 라쿤 ‘지모시’ [잇슈 SNS]
- [잇슈 키워드] “저도 데려가면 안 돼요?”…20km 따라온 유기견
- [잇슈 SNS] 보디캠에 담긴 긴박 구조…불타는 차량서 운전자 구한 미 경찰
- [잇슈 SNS] 젠슨 황의 상징 ‘검은 가죽 재킷’, 14억 원 낙찰 “예상가 16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