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챗봇·공공 에이전트는 무료 제공 광고·고도화 기능 유료화는 기업 자율 공공성 기준 모호…이용자 부담 우려
공진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정책기획과장이 21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모두의 AI' 사업설명회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수영 기자
정부가 연말부터 전 국민에게 무료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두의 AI'에 광고와 유료 기능을 허용한다. 범용 AI 챗봇과 공공 AI 에이전트의 필수 기능은 무료로 제공하되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 광고를 붙이거나 고도화 기능을 유료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낼 수 있게 한다.
정부 지원이 끝난 이후에도 서비스를 지속하려면 민간 기업의 수익 모델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광고 노출 수준과 무료·유료 기능을 나누는 기준은 정해지지 않아 전 국민 AI 서비스가 기업의 이용자 확보와 유료 전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21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모두의 AI 사업 설명회'를 열고 서비스 운영과 사업자 선정 계획을 공개했다.
■ 광고·유료 기능 허용 "수익 모델은 기업 영역"
모두의 AI는 국산 AI 모델을 활용한 범용 챗봇과 공공 AI 에이전트를 전 국민에게 제공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사업자 2~3곳을 선정해 엔비디아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B200 총 512장을 배분하고 오는 9월 말 베타서비스를 거쳐 연내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정부가 무료 제공을 요구하는 범위는 범용 AI 챗봇과 공공 AI 에이전트의 필수 기능이다. 공공 AI 에이전트는 이용 가능한 복지·민원 서비스를 안내하고 자격 요건 확인과 신청까지 지원하는 서비스를 목표로 한다.
지원받은 GPU를 모두 사용하거나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 운영비가 증가하더라도 필수 기능은 계속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 대신 참여 기업은 광고와 유료 기능 등 자체 수익 모델을 활용해 추가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정부지원금 대비 자부담 비율/사진=이수영 기자
이날 현장에선 모두의 AI 화면에 광고를 붙이거나 기본 기능을 제외한 고도화 기능을 유료화할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제기됐다. 정부는 구체적인 수익 모델을 제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소비자와 어떤 접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기업마다 비즈니스 모델이 다를 수 있다"며 "확보한 이용자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는 것은 기업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정 부분 수익이 나야 자생적인 생태계가 돌아갈 수 있다"며 "참여 기업과 수익 모델을 계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고성능 추론이나 전문 에이전트 등 기본 기능을 넘어선 서비스도 유료로 제공할 수 있다. 정부는 국민 대부분이 외산 AI의 무료 버전을 이용하는 상황을 고려해 현재 무료 외산 서비스와 비슷한 수준의 기능을 모두의 AI에서도 비용 없이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과기정통부 조사 결과, 현재 전 국민 약 5200만명 가운데 2300만명이 챗GPT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그 중 2100만명은 무료 버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본 기능에 버금가는 성능을 제공하면 상당수 국민이 불편 없이 모두의 AI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이 고도화 기능에 대한 유료 이용자를 확보할 전략이 있다면 기본 기능을 넘어서는 범위에서 유료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참여 기업은 기존 유료 서비스도 모두의 AI와 연계할 수 있다. 자사 플랫폼이나 스타트업의 특화 서비스를 붙여 이용자를 유료 서비스로 유도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아울러 모두의 AI 사업에 선발된 기업은 앞서 독자 파운데이션 개발 프로젝트의 '국가대표 AI' 표시처럼 모두의 AI 공통 로고를 쓸 수 있게 된다.
■ 공공성 기준은 미정…'무료 AI' 취지 퇴색 우려
문제는 정부가 무료로 보장할 필수 기능과 공공성을 저해하는 수익 모델의 기준을 아직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광고의 위치와 노출 횟수, 이용자 데이터의 광고 활용 여부 등은 사업자 선정 이후 기업과 협의할 예정이다.
광고가 과도하게 노출되거나 실질적으로 필요한 기능이 유료 영역으로 분류될 경우 전 국민이 비용과 이용량 제한 없이 AI를 쓰게 한다는 사업 취지가 약해질 수 있다. 정부 GPU와 예산으로 이용자를 확보한 기업이 광고·구독 수익까지 가져가는 것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이용자 데이터 관리도 과제로 꼽힌다. 모두의 AI를 통해 축적되는 대화와 이용 기록은 각 서비스 기업이 보관·관리한다. 기업은 이용자 동의를 받아 서비스 고도화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서비스 기업이 데이터 관리와 유출 등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을 지되 정부 사업으로 추진되는 만큼 데이터 활용과 보관 실태를 함께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부 사업으로 진행되는 만큼 정부도 이용자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고 관리되는지 참여 기업과 같이 면밀히 검토하면서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모두의 AI 사업에 네이버와 카카오, 이동통신 3사 등 이미 대규모 이용자를 확보한 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대국민 서비스 운영 경험과 서비스 확산 능력을 주요 평가 요소로 반영하면 기존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이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정부 GPU가 대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특정 기업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공진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정책기획과장은 "이번 사업은 우리 AI를 활용해 전 국민이 쓸 수 있는 서비스를 가장 잘 구현할 기업을 선발하는 데 목적이 있다. 대기업이 강점을 가질 수 있지만, 스타트업도 창의성과 빠른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라며 "특정 기업을 염두에 두거나 대기업만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한 사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