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 속도…'출시 전 안전장치' 관건

이민섭 기자 2026. 7. 2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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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ETF 과열 뒤 규제 강화
기준가격·수탁·환매 체계 선행 과제
[사진=신아일보DB]

정부가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국내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투자자 손실 위험을 줄일 사전 안전장치 마련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장의 과열과 개인투자자 손실 우려가 커진 뒤에야 투자 문턱을 높인 전례가 있는 만큼,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같은 사후 대응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을 위한 제도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를 국내에 도입하려면 기준가격 산정과 현물 조달 방식, 수탁·보관 및 설정·환매 체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특히 국내 가상자산 가격이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이 발생할 수 있어 어떤 가격을 기준가격으로 활용할지가 주요 과제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는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사례를 비트코인 현물 ETF 제도 설계에 참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장의 과열 우려가 커지자 신규 상품 상장을 잠정 중단했다. 기본예탁금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였으며 사전교육과 괴리율 관리 기준도 강화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의 시가총액은 지난 20일 기준 8조8271억원으로 집계됐다. 상장 첫날인 지난 5월27일 4조8836억원과 비교하면 80.7% 증가한 규모다.

다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비트코인 현물 ETF는 상품 구조와 위험 요인이 다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종목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손익 변동폭이 커진다. 장기 보유할 경우에는 복리 효과에 따른 손실 위험도 발생할 수 있다. 반면 비트코인 현물 ETF는 별도의 레버리지 없이 비트코인 현물 가격을 추종한다.

두 상품의 도입 배경에는 공통점이 있다. 해외에서 먼저 시장이 형성된 뒤 국내 도입이 추진됐고, 투자자의 해외시장 투자 수요를 제도권으로 흡수해 국내외 규제 비대칭을 완화하려는 취지도 같다.

해외 주요 시장은 비트코인 현물 ETF를 허용하면서 상품 운용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율도 함께 마련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4년 1월 비트코인 현물 ETP의 상장과 거래를 승인하면서 정보공개와 사기·시세조종 방지를 위한 기존 자본시장 규율을 적용했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현금과 현물 방식의 설정·환매를 허용하되 가상자산 거래가 인가받은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도록 했다. 수탁기관이 가상자산을 자체 자산과 분리해 콜드월렛 중심으로 보관하도록 했다.

국내에서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기준가격 산정 방식과 수탁·보관 체계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국내 거래소 가격만 활용할 경우 거래소별 가격 차이와 김치 프리미엄이 ETF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글로벌 주요 거래소의 가격을 종합한 지수를 활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수탁 체계도 구체화해야 한다. 자산운용사의 비트코인 직접 보유를 허용할지, 별도의 수탁기관에 맡기도록 할지 결정해야 한다. 해킹이나 자산 분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용사와 수탁기관의 책임 범위도 사전에 정해야 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현물 ETF는 레버리지 상품이 아니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위험 구조를 동일하게 볼 수 없다"며 "국내외 가격 차이와 수탁·보관, 설정·환매 등 고유한 과제가 있는 만큼 출시 전에 운용 인프라와 투자자 보호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커진 뒤 투자 문턱을 높이는 사후 대응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신아일보] 이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