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공학회 “AI 반도체, 칩보다 풀스택 생태계가 경쟁력”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개별 칩 개발을 넘어 설계부터 소프트웨어, 양산, 수요처 확보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연구개발(R&D) 중심의 지원 체계를 사업화와 양산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도체공학회와 한국팹리스산업협회,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인공지능반도체포럼은 지난 15일 부산 아난티앳 부산 코브에서 ‘AI 반도체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풀스택 생태계 전략’을 주제로 정책 포럼을 개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날 참석자들은 AI 반도체 경쟁력이 개별 칩의 연산 성능이 아니라 기획·설계부터 IP(설계자산), 파운드리, 시스템 소프트웨어, 실증, 첫 구매, 양산까지 이어지는 생태계에서 결정된다고 진단했다. 또 현재 국내 지원 체계는 부처와 사업별로 분산돼 기업들이 사업화 단계에서 지원 공백을 겪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포럼에서는 국내 AI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병목으로 검증의 계곡, 풀스택 소프트웨어 부족, 설계자산(IP)·전자설계자동화(EDA) 해외 의존, 첫 고객 부재, 분산 지원, 영세한 팹리스 구조 등 6가지를 제시했다. 이들 문제가 연쇄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개별 사업 확대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용석 가천대 교수는 시스템 소프트웨어 경쟁력 부족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칩 설계와 시제품 제작에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드라이버와 컴파일러, 런타임 등 소프트웨어가 뒷받침되지 않아 양산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연구개발 이후 양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검증의 계곡’을 극복하기 위한 후속 지원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개발 평가 역시 논문과 특허 중심에서 제품 완성도와 고객 확보, 양산 가능성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업계는 국산 AI 반도체의 사업화를 위해서는 ‘첫 고객’ 확보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공공 데이터센터와 국방,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국산 칩의 장기 실증과 초기 구매를 확대하고, 개념검증(PoC)을 통과한 기업에는 양산 자금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또 AI 반도체 개발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지원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퓨리오사AI는 차세대 제품 양산까지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업계는 소규모 분산 지원보다 단계별 선택과 집중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정책의 무게중심을 ‘칩 개발’에서 ‘풀스택 제품 완성’으로, ‘R&D 성과’에서 ‘첫 구매·양산·수익성’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최기영 반도체공학회 회장은 “AI 대전환으로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에 기회가 다시 열렸는데,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 이번에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며 “AI 반도체가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의 역량이 맞물려야 완성되는 분야인 만큼, 팹리스, 메모리 기업, 파운드리 등이 각자의 영역에 머물지 말고 산업 전반이 힘을 모아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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