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를 딸처럼 아낀 아버님… 그곳서도 잘 드시고 계시나요[그립습니다]

시아버님께서는 나를 늘 ‘미스 김’이라고 불러주셨다. 저 먼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으로 가시는 그날까지.
아버님은 내가 결혼 전 다니던 회사의 고문변호사 사무실에 근무하셨다. 때때로 우리 회사를 방문하실 때마다 나를 어여삐 여겨 주시던 분이다. 아버님이 회사에 오실 때마다 나는 차 대접을 하여 드리곤 했다. 또한 남편도 나와 같은 회사에 근무했는데 아버님께서는 나를 며느릿감으로 생각하셨는지 ‘미스 김’을 집으로 한번 데려오라고 하셨다 했다. 하지만, 이미 남편과 나는 좋은 사이로 지내는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댁이 될 어른들을 뵈러 가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아뿔싸. 그 처음 뵙는 자리의 음식은 다름 아닌 ‘영양탕’이었다. 아버님께서 맛있는 음식을 사 주신다며 나를 데리고 가 주신 곳이었다. 난 난생처음으로 먹어보는 음식이었는데 의외로 맛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모든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그래서인지 표정의 변화는 없었던 듯하다. 아버님께서는 음식 맛이 어떠냐고 하셨다. 나는 “아버님, 진짜 맛있어요. 다음에 또 사 주실 거죠? 감사합니다”라고 하였다. 아버님의 흐뭇해하시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아마도 아버님께서는 그 당시 내가 몸무게가 42㎏ 정도여서 몸보신을 시켜 주시고 싶으셨던 것 같다.
그 후로 아버님은 거의 매주 나를 불러 맛난 음식들을 사 주시곤 하였다. 1980년대만 해도 가족 외식이 그리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아버님께서는 그때의 맛 나는 음식들로, 압구정동의 복지리탕, 추어탕, 당시 아주 유명했던 삼원가든 갈비, 감미옥의 우설 수육과 설렁탕, 어느 주말 아침으로는 청진동의 해장국 등을 자주 사 주시곤 하였다. 그 중 감미옥의 소 혀가 나오는 수육은 정말 맛있었다. 남편은 그런 나를 보고 내 미각이 조금은 특이하다고 말하곤 했다.
몇 해 전, 아버님은 이승보다 더 좋은 곳이라도 있는 듯, 세상을 떠나셨다. 아버님을 장지로 모시던 장례 버스 안에서 나는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다 결국은 소리 내어 크게 울고 말았다. 그때는 코로나 시기여서 호스피스 병동에 계시는 아버님을 뵐 수도 없었기 때문에 그 슬픔이 더하였다. 셋째 며느리를 그리도 예뻐해 주시던 아버님. 아이가 없어서인지 결혼 후에도 나를 항상 ‘미스 김’이라고 불러주시던 아버님이 너무도 그리워서 큰 소리로 우니, 오히려 어머님께서 “그만 울거라 아가, 그리 울면 지친다” 하시며 내 손을 꼭 잡아 주셨다. 그래도 눈물은 하염없이 내 볼을 타고 내렸다.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시간이 지난 뒤, 아버님은 하얀 달항아리 속 한 줌의 재가 되어 우리 가족의 품에 안겼다. 따뜻했다.
살아 계신 동안 아버님께서는 식사하실 때도 늘 차려진 음식을 먼저 드시는 법이 없으셨다. 항상 며느리들까지 식사 자리에 모두 앉으면 그제야 수저를 드시는 분이셨다. “얘들아, 다 차려진 거 같으니 어서 와서 식사하자.” 항상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이셨다. 그 모습은 누구에게나 배려를 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 듯하였다. 또한 주말이면 대청소를 하겠다고 자청하셨고, 근처에 사는 내게도 가끔 당시에는 고가였던 파스퇴르 우유를 사다 주시는 다정스러운 분이셨다. 이제는 저 먼 곳에서 나를 지켜보실 아버님이지만 ‘미스 김’하고 환하게 웃으며 오실 것만 같다.
화초도 좋아하셔서 화초의 잎들이 반짝반짝 빛이 나게 키우던 분, 집안에서 키우던 철쭉도 분홍빛 자태를 한껏 뽐내도록 화려하게 키워내던 분, 사랑초 또한 작은 핑크색꽃을 항상 피우고 있게 잘 키우던 아버님. 더 아름다운 꽃밭에서 잘 계시는 거죠? 식사도 여전히 잘하시나요? 찬은 맛나게 나오나요? 우리 아버님, 조미료를 영양제처럼 듬뿍 드시는 분인데 그곳에도 조미료가 있나요? 혹여 원하시는 찬이 없더라도 잘 드셔야 건강 지키십니다.지금이라도 ‘미스 김’하고 부르며 오실 것만 같습니다. 슬하에 따님이 없어서인지, 셋째 며느리를 늘 딸처럼 아껴주신 은혜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에게 보내주신 사랑,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먼 그곳에서도 편히 잘 지내실 거라고 믿습니다. 아주 많이 아버님이 그립습니다.
셋째 며느리 김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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