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머니 몰린 아시아 증시 덕에… 월가 투자은행 ‘역대급 호황’
中 넘어 韓·대만 등 투자다변화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을 장악한 아시아 증시가 미국 월스트리트 투자은행(IB)들의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급부상했다. 아시아 시장은 올해 유럽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금융 투자 수익원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대형 투자은행들은 아시아 지역의 주식 거래 호황에 힘입어 직전 분기 주식 매매 부문에서만 총 257억 달러(약 38조205억 원)라는 전례 없는 수익을 올렸다.
이 같은 호실적은 글로벌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들이 AI 반도체 산업의 핵심 인프라를 제공하는 아시아 기업들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 중국의 캠브리콘 테크놀로지스 등이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세계거래소연맹(WFE)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5월 말까지 아시아 전역의 주식 거래 대금은 52조 달러를 돌파하며 북미 지역(53조5000억 달러)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과거 ‘아시아 투자’가 범중국 시장에만 국한됐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한국·대만·일본·인도 등으로 투자 지형이 크게 다변화된 것도 특징이다. 중국 정부의 거래 수수료 인하 정책과 미국의 희토류 의존도를 고려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무역전쟁 완화 기조 역시 시장의 온기를 더했다.
아시아 시장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자금을 대출해주고 거래를 지원하는 ‘프라임 브로커리지’ 사업이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면서, 월가 은행들은 다른 지역의 자본까지 빼내 아시아 시장에 집중 배치하고 있다.
다만 월가 은행들은 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도로 경계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내 금융 자산이 동결됐던 사태를 학습한 바 있다. 투자은행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시아 주식에 투자할 때 주로 활용하는 ‘스와프(Swap) 계약’의 조건을 대폭 강화하는 등 선제적인 위험 차단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종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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