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또 중대재해 무죄, SK 계열사 대표 ‘면죄부’

홍준표 기자 2026. 7. 21.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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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멀티유틸리티 대표·하청 대표 무죄 확정 … 의무 위반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 부정
▲ SK멀티유틸리티 홈페이지 갈무리

SK 계열사인 공기조절 공급업체 SK멀티유틸리티(SKMU) 대표가 하청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원청 대표에게 무죄가 확정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대법원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과 사망사고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와 '사고 회피 가능성'을 엄격하게 판단했다. 하청노동자 1명이 공구에 부딪혀 숨진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평화오일씰공업' 대표가 지난달 26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무죄가 확정된 데 이어 대법원이 또다시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했다.

'위험성평가 미이행' 인정에도 형사책임은 '부정'

20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지난 16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남규 SKMU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24년 1월 기소된 지 2년5개월 만의 최종 결론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된 하청업체 대표 A씨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하청 법인·상무이사·현장소장도 무죄가 확정됐다. SKMU 법인은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다만 사고를 일으킨 석탄운송업체 대표와 덤프트럭 운전기사는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사고는 2022년 12월 울산 남구 SKMU 석탄 반입장에서 발생했다. 노무관리 용역업체 소속 하청노동자가 석탄 하역 중 전도된 덤프트럭에서 쏟아진 석탄에 매몰돼 숨졌다. 조사 결과 덤프트럭에는 허용 적재량 25.65톤을 크게 초과한 38톤의 석탄이 실려 있었고, 운전기사가 후방 게이트(호퍼)를 열지 않은 채 적재함을 들어 올리는 오조작을 하면서 적재함을 지지하던 유압실린더가 꺾여 전도됐다.

검찰은 SKMU가 사고 발생 두 달 전 위험성 평가를 통해 석탄 낙하 위험을 인지하고도 감시인 배치나 출입통제 조치를 하지 않았고, 안전보건협의체 회의에서 유사 사고 사례를 보고받았는데도 필요한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김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상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4조3호) △재해예방 예산 편성 및 집행(4조4호)을 적용했다.

'트럭기사 오조작' 재해자 과실로 돌린 법원

그러나 1심은 물론 항소심도 검찰의 공소사실을 배척했다. 법원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덤프트럭 운전자의 '오조작과 과적'이었다고 판단했다. 원·하청 대표 모두 위험성 평가상 일부 조치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은 점은 인정하면서도 사고 발생으로 곧바로 이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사고로 숨진 하청노동자의 책임도 일부 지적했다. 현장에 '하역 중 절대출입금지'라는 주의사항이 있는데도 하역장소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고 책임은 '민사소송'으로 해결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SKMU 사업장에서 2010년부터 15년간 고용노동청에 신고된 유사한 덤프트럭 전도사고는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원청 대표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사고 예견 가능했나" 향후 무죄 선고 판가름 전망

원청 사업주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이 실제 사고 발생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진 판결이 잇따라 나오면서 무죄 사건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전관리가 미흡했더라도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으면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게 된 셈이다.

실제 이번 사건에서도 덤프트럭 과적 상태에서 운전자 오조작으로 인한 전도 사고까지 사업주가 예견하기 어렵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하청노동자가 압축 성형기에서 튕긴 플라스틱 공구에 머리를 부딪혀 숨진 '평화오일씰공업' 사건도 비슷한 법리로 원청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과거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다"며 사고 예견가능성을 낮게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에서 검찰의 입증 부담을 한층 높일 것으로 보인다. 조재민 변호사(조안전법률사무소)는 "대법원이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경영책임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지지한 것은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으로 안전을 경시한 사업주에게 책임을 추궁하고자 하는 국민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추정 규정을 도입하고자 했던 최초 입법부 논의가 다시 시작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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