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허리 펴고' 심폐소생, 들것도 2개…충남 새 닥터헬기 타보니

변선진 2026. 7. 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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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 2배·체공시간도 4시간 20분으로 늘어…서해 먼 섬까지 닿는 '생명의 날개'
커진 동체에 악천후도 비행 가능…신생아 인큐베이터도 탈부착 가능한 첨단 기종
충남도, 중형 닥터헬기 도입 (천안=연합뉴스) 변선진 기자 = 지난 10년간 충남지역 중증 응급환자 1천400여명을 이송한 닥터헬기가 환자 2명을 동시에 태울 수 있는 중형 헬기로 교체됐다. 사진은 충남도와 단국대병원이 도입한 중형 닥터헬기 'AW-169EMS' 모습. 2026.7.16 bysj@yna.co.kr

(천안=연합뉴스) 변선진 기자 = "기존 닥터헬기는 한쪽 엔진당 560마력씩 총 1천100여마력이었는데, 이번 새 닥터헬기는 한쪽 엔진당 1천100마력씩 총 2천200마력입니다."

지난 16일 오전 10시 30분께 찾은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 헬기장. 햇빛에 반사돼 은백색으로 빛나는 중형 헬기 'AW-169EMS' 앞에서 김승현 기장이 기체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 닥터헬기는 2016년 1월 운항을 시작한 기존 소형 닥터헬기 AW-109EMS를 대신해 지난 1일부터 임무를 개시했다.

기존보다 출력이 두 배 세지면 무엇이 좋아질까. 김 기장은 "무거운 의료장비와 사람을 더 실어도 힘에 부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뜰 수 있다"며 "연료도 두 배 넘게 실어 더 멀리, 더 오래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체공시간은 기존 2시간 30분에서 4시간 20분으로 2시간 가까이 늘었다. 연료 부족으로 접근하지 못했던 서해안 섬 지역까지 이제는 닿을 수 있다.

위급한 도서 지역 환자를 '골든타임' 안에 병원으로 옮길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강해진 엔진과 커진 기체는 궂은 날씨에도 힘을 발휘한다. 기체가 무거워지고 출력이 커진 만큼 바람이 강하게 불거나 기상이 나쁜 상황에서도 이전보다 흔들림이 적고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다. 날씨 탓에 출동을 포기해야 했던 상황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객실 안으로 들어서자 소형 헬기와의 차이가 한눈에 들어왔다.

우선 천장이 한눈에 봐도 높았다. 기존 기체에서는 의료진이 심폐소생술(CPR)을 하려면 몸을 잔뜩 구부려야 했지만, 새 헬기에서는 허리를 펴고 처치할 수 있게 됐다.

충남도, 중형 닥터헬기 도입 (천안=연합뉴스) 변선진 기자 = 지난 10년간 충남지역 중증 응급환자 1천400여명을 이송한 닥터헬기가 환자 2명을 동시에 태울 수 있는 중형 헬기로 교체됐다. 사진은 충남도와 단국대병원이 도입한 중형 닥터헬기 'AW-169EMS' 모습. 2026.7.16 bysj@yna.co.kr

가로로 놓인 침대 양옆으로는 의료진이 나란히 설 공간이 넉넉했다. 김 기장은 "공간이 두 배로 커져 의료진이 환자 양쪽에서 동시에 응급처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환자용 들것인 '스트레처'(stretcher)였다. 기존 헬기는 1개뿐이라 환자를 한 명씩만 옮겼지만, 새 헬기에는 2개가 나란히 들어간다. 대형 사고 등으로 위급한 환자가 여럿 발생해도 한 번에 두 명을 태울 수 있어, 여러 차례 왕복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됐다.

기내 곳곳에는 첨단 의료장비가 빈틈없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환자의 심박·혈압·산소포화도 등 바이탈 사인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이동형 환자 감시 장치를 비롯해, 응급 현장에서 환자 상태를 곧바로 살필 수 있는 이동형 초음파 진단기가 갖춰졌다.

의료용 고압 산소 공급 시스템과 기도 내 이물질을 빨아내는 흡인기, 정밀하게 약물을 투여하는 약물 주입기도 여러 대를 동시에 장착할 수 있다.

여기에 환자 상태에 따라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장치)와 신생아 인큐베이터도 탈부착할 수 있다. 응급처치를 넘어 사실상 '날아다니는 중환자실'의 역할도 하는 셈이다.

조종석 앞은 마치 커다란 태블릿 여러 대를 펼쳐 놓은 듯했다. 대형 디지털 화면이 속도와 고도, 엔진 상태, 항로와 지형 정보를 그래픽으로 그려냈다. '글라스 콕핏'이라 불리는 신형 조종석의 풍경이다.

새 닥터헬기 조종석 내부 [촬영 변선진]

200억원에 이르는 헬기를 두고 김 기장은 '명품가방'에 빗댔다. 그는 "잘 관리하면 오래 쓰는 명품가방처럼, 헬기도 부품만 제때 갈아주면 오래 탈 수 있다"며 "동체가 두랄루민 재질이라 녹슬거나 썩지 않는다"고 말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으로 응급의료 전용헬기의 기령(機齡) 기준이 '10년 이하'에서 '15년 이하'로 완화되면서, 새 헬기는 앞으로 15년간 충남 하늘을 누비게 된다.

기존 소형 헬기도 퇴역 후 폐기하지 않고 일본 업체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1세대 닥터헬기와 4년 반을 함께한 김 기장은 "성능이 강화된 새 닥터헬기로 꺼져가는 생명을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by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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