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드론’ 무인수상정, K방산 새 먹거리로
지난 12일(현지 시각)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해군기지. 정박해 있던 이란 잠수함이 폭발했다. 잠수함을 공격한 것은 미사일도, 어뢰도 아니었다. 폭약을 실은 미군의 자폭형 무인수상정(USV) ‘코르세어’ 3척이 시속 약 60㎞로 돌진한 것이다. 미 방산업체 사로닉이 만든 코르세어는 길이 7.2m, 대당 가격은 100만달러(약 15억원)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군 역사상 첫 자폭형 무인수상정 작전의 성공을 공개했다. 척당 수천억~수조원에 달하는 군함·잠수함을 15억원짜리 ‘소모품’으로 격침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실전에서 증명된 순간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상전에서 드론의 위력을 각인시켰다면, 미·이란 전쟁은 ‘바다의 드론 시대’의 개막을 알린 셈이다. 방산업계에서는 “앞으로 해양 방산 시장은 함정과 무인수상정을 ‘패키지’로 팔 수 있는 기업이 주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HD현대·LIG...USV 뛰어든 한국 방산
무인수상정은 유인 함정과 한 팀을 이뤄 함대의 최선봉에 선다. 정찰·감시, 기뢰 제거처럼 사람을 태우고 가기엔 위험한 임무를 대신 떠맡는다. 코르세어처럼 여러 척이 무리를 지어 적함으로 돌진하는 ‘군집 공격’도 수행한다. 사람 없이 바다 위에서 표적을 식별하고 판단해야 하는 만큼,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은 결국 인공지능(AI)이다.
한화시스템은 독자 기술로 가장 먼저 무인수상정 개발에 뛰어들었다. 10여 년 전부터 무인수상정을 개발해온 한화는 AI를 자체 기술로 확보한 것이 강점이다. 2024년 길이 12m급 정찰용 무인수상정 ‘해령’을 개발해 시범 운항에 들어갔고, 이달 9일에는 21m급 시제함을 완성해 부산 가덕대교 인근 해상에 진수했다. 코르세어와 같은 자폭형(5.6m급)도 시제함을 만들어 시범 운용 중이다. 최근에는 자체 개발과 병행해 국내 AI 기업과의 협업으로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HD현대중공업과 LIG는 미국 방산 AI 기업과 손잡는 동맹 전략을 택했다. HD현대중공업은 선체를 만들고 AI 솔루션은 안두릴·팔란티어와 공동 개발하는 분업 구조다. 팔란티어와 2년간 공동 개발한 무인수상정 ‘테네브리스’의 시제품을 올 연말 내놓을 계획이고, 지난해 11월에는 안두릴과도 별도 시제함 개발에 착수했다.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는 팔란티어와 협업해 해상 정찰용 ‘해검-II’, 유도 로켓을 탑재한 ‘해검-III’ 등 ‘해검 시리즈’ 5종을 개발했으며,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와 수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유·무인 복합 해군 시대..USV는 10조원 시장 부상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퓨처에 따르면, 세계 무인수상정 시장은 2024년 26억달러(약 3조8500억원)에서 2035년 68억달러(약 10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성장을 이끄는 것은 각국 해군의 ‘유·무인 복합전력’ 전환이다. 미국은 유인 함정에 무인수상정을 대거 붙여 함대 규모를 불리는 방식으로 중국 해군의 양적 팽창에 맞서는 ‘골든 플릿’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아예 군함 설계 단계부터 무인수상정 탑재·운용을 전제로 하기 시작했고, 한국 해군도 2030년까지 유·무인 복합전력 ‘네이비 씨 고스트’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한국 방산의 주력 수출 상품인 함정 사업의 수주 조건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구축함·잠수함 등 해외 군함 사업을 따내려면 호환성 좋은 무인수상정을 함께 공급할 수 있느냐가 핵심 조건이 될 것”이라며 “무인수상정의 두뇌인 AI 경쟁력을 보강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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