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소환한 ‘라임의 추억’

윤민혁 기자 2026. 7. 2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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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혁 마켓시그널부 기자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세계는 입을 모아 월가의 탐욕을 성토했다. 하지만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을 키운 대출 심사 완화는 사실 미국 정치권의 작품이었다. 클린턴·부시 행정부는 여야를 떠나 저소득층 대출 확대를 위해 심사 기관을 압박했다. 유권자들의 ‘내 집 마련 꿈’을 통해 얻을 표심이 탐났을 것이다. 정작 금융위기가 터지자 정치인들은 월가 최고경영자(CEO)들을 청문회에 불러 호통치기 바빴다. 정치적 과오는 교묘하게 지워지고 시장의 탐욕만 남았다.

2019년 투자자 눈물을 자아낸 ‘라임 사태’의 시작은 2015년 금융위원회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에 있었다.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 요건이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개인 투자 최소 금액이 1억 원으로 낮아진 게 이때다. 리스크 우려는 정부의 ‘모험자본 육성’ 기치 아래 무시됐다. 라임 ‘로비스트’인 스타모빌리티의 김봉현 회장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 로비를 벌였다. 사태가 터지자 정치권과 당국은 판매사의 도덕적 해이를 겨냥했다. 위험 상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금융사 CEO들이 줄징계를 받았다. 그 징계는 7년이 지난 이제야 연이어 ‘부당’ 판결을 받는 중이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기시감을 느낀다. 상품이 ‘청와대발’로 만들어졌다는 점은 출시 전부터 공공연했다. 운용사도 대다수가 반대 입장을 냈다. 상품을 내놓은 한 운용사가 마케팅 문구로 “위험한 상품이니 단기 투자만 하라”고 적을 정도였으니 비정상적인 출시 과정을 짐작할 만하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선거를 앞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자금을 몰아 지수를 끌어올리고자 졸속 추진됐다는 걸 업계는 다 안다”고 한탄했다. 막상 변동성 폭주에 시장이 교란되자 “책임을 통감한다”는 흔한 말조차 들리지 않고 업계인을 불러 모아 대책을 요구한다. 정부의 사고를 시장이 수습하는 촌극이다.

얄궂게도 기시감의 중심에 같은 인물이 서 있다.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 당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과 사무처장을 지냈고 2026년 단일 종목 레버리지 출시를 주도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공은 챙기고 과는 시장에 돌리는 관치의 태도가 시간과 정권을 뛰어넘어 겹쳐 보인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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