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조국의 야호, 청년의 한숨
“다시 들통난 특유의 자의식”
코인·레버리지 계속 털리고
진짜 ‘어른’은 어디에 있나

문화부 기자 꿈꾸던 시절부터 위트 있는 사람을 꿈꿨다. 젊었을 땐 꽤 재치 있다는 평도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힘들다. 50대 이상 중년에게 후배들이 기대하는 건 위트가 아니다. 특히 청년들은 더하다. 2030이 중년에게 바라는 건 얄팍한 유머가 아니라 따뜻함이다. 말 줄이고 지갑 여는 어른의 책임 말이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수많은 논란 중 덜 주목받은 대목이 있다. 걸그룹 리센느의 ‘무섭노’를 일베에 연결했다가 사과한 건 잘 알려졌지만, 자기 글 말미에 덧붙인 ‘리센느, 야호!’가 그 한 예다. 이 ‘야호’는 한국인이 산 정상에서 지르는 환호성이 아니라 일본어의 가벼운 인사말이다. 리센느의 일본인 멤버 미나미가 시작했는데, 팬들은 자신들 고유의 인사법으로 쓴다. 조국 전 대표가 이 차이를 제대로 알고 썼는지는 본인만 알 것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이를 두고 조 대표 특유의 자의식이 다시 들통난 사례라며 꼬집었다. ‘리센느 야호!’ 앞에 쓴 “이번 일로 알게 된 구호를 외쳐봅니다”라는 문장이 단초가 됐다. 젊은 척 흉내만 내는 소위 영포티처럼, ‘구호’라는 단어 쓴 걸 보면 맥락도 모른 채 주파수 맞추는 얄팍함이라는 것이다.
정치인의 엇나간 ‘야호’가 힙한 어른 연기하고 싶은 개인 해프닝이라면, 이 정권의 청년 정책은 국가가 주도하는 무책임한 엇박자다. 평생 벌어도 서울서 집 한 채 살 수 없는 현실은 외면한 채, 이 정부는 ‘주식과 자산 시장을 통한 기회의 사다리’를 강조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하다. 이번 급락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상품 투자에서 입은 손실은 2조1500억원에 달한다. 특히 금액 전부를 청산당해 껍데기만 남은 계좌 중 2030 청년 세대의 비율이 62%라고 한다. 코인에 털리고, 레버리지로 털리고. 물론 투자는 개인의 선택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먼저다’가 아니라 ‘주식이 먼저다’를 신조로 삼은 듯 판돈 키우고 위험 방치한 이 정부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최근 자신을 ‘폰팔이’로 낮춰 소개한 40대 중소기업 대표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폰팔이는 휴대폰 판매원을 비하하는 대표적 멸칭이다. 그는 연 매출 500억원 규모로 대리점 50여 개를 운영한다고 했다. AI 스타트업은 비싼 인재 모셔오려 전쟁을 벌인다지만, 이 회사에는 고교 중퇴한 청년들이 부지기수다. 아침에 입사해 저녁에 퇴사하는 이들도 숱하다. 1년에 직접 보는 면접이 300번 이상. 지원자에게 “꿈이 있냐”고 물으면, 있다고 답하는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심지어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청년들에게서 ‘하얀 A4 용지’라는 공통점을 찾았다. 그 텅 빈 도화지에 개인의 꿈을 그리게 했다. 그러자 차를 갖고 싶다, 집을 사고 싶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다른 회사처럼 타인과의 줄 세우기 실적 경쟁을 시키지 않는다. 오직 직전 달의 자신과만 싸우게 한다. 남을 이기는 1등에게 상을 주는 게 아니라, 과거의 나보다 성장했을 때 함께 축하하고 상을 준다. 이 투박한 시스템을 통해 그는 회사도 키우면서 자립한 청년 200여 명을 길러냈다.
청년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젊은 말투 흉내 내며 씩 웃는 값싼 ‘야호’가 아니다. 주식 신기루 보여주며 카지노로 떠미는 부추김은 더욱 아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소박한 꿈을 비웃지 않는 진짜 어른과의 연대 아닐까. 차 사고 집 사고 싶다는 당연한 열망을 하얀 A4 용지에 함께 그리는 실질적 도움 말이다. 젊은 세대에 얄팍하게 무임승차하며 ‘힙한 중년’인 척하는 어른은 가라. 딛고 설 진짜 삶의 토대를 내어주는 것, 그것이 이 무책임한 구조를 만든 기성세대가 져야 할 ‘어른의 책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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