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조국의 야호, 청년의 한숨

어수웅 논설위원 2026. 7. 20.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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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티 생각나는 ‘야호’ 촌극
“다시 들통난 특유의 자의식”
코인·레버리지 계속 털리고
진짜 ‘어른’은 어디에 있나
리센느 원이의 개인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에서 거제를 방문한 일본인 멤버 미나미가 "거제 야호!"를 외치는 장면. 원이와 미나미의 티격태격 호흡에 거제 배경까지 어우러지며 현재 1000만 조회수를 넘겼다. /유튜브

문화부 기자 꿈꾸던 시절부터 위트 있는 사람을 꿈꿨다. 젊었을 땐 꽤 재치 있다는 평도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힘들다. 50대 이상 중년에게 후배들이 기대하는 건 위트가 아니다. 특히 청년들은 더하다. 2030이 중년에게 바라는 건 얄팍한 유머가 아니라 따뜻함이다. 말 줄이고 지갑 여는 어른의 책임 말이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수많은 논란 중 덜 주목받은 대목이 있다. 걸그룹 리센느의 ‘무섭노’를 일베에 연결했다가 사과한 건 잘 알려졌지만, 자기 글 말미에 덧붙인 ‘리센느, 야호!’가 그 한 예다. 이 ‘야호’는 한국인이 산 정상에서 지르는 환호성이 아니라 일본어의 가벼운 인사말이다. 리센느의 일본인 멤버 미나미가 시작했는데, 팬들은 자신들 고유의 인사법으로 쓴다. 조국 전 대표가 이 차이를 제대로 알고 썼는지는 본인만 알 것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이를 두고 조 대표 특유의 자의식이 다시 들통난 사례라며 꼬집었다. ‘리센느 야호!’ 앞에 쓴 “이번 일로 알게 된 구호를 외쳐봅니다”라는 문장이 단초가 됐다. 젊은 척 흉내만 내는 소위 영포티처럼, ‘구호’라는 단어 쓴 걸 보면 맥락도 모른 채 주파수 맞추는 얄팍함이라는 것이다.

정치인의 엇나간 ‘야호’가 힙한 어른 연기하고 싶은 개인 해프닝이라면, 이 정권의 청년 정책은 국가가 주도하는 무책임한 엇박자다. 평생 벌어도 서울서 집 한 채 살 수 없는 현실은 외면한 채, 이 정부는 ‘주식과 자산 시장을 통한 기회의 사다리’를 강조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하다. 이번 급락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상품 투자에서 입은 손실은 2조1500억원에 달한다. 특히 금액 전부를 청산당해 껍데기만 남은 계좌 중 2030 청년 세대의 비율이 62%라고 한다. 코인에 털리고, 레버리지로 털리고. 물론 투자는 개인의 선택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먼저다’가 아니라 ‘주식이 먼저다’를 신조로 삼은 듯 판돈 키우고 위험 방치한 이 정부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최근 자신을 ‘폰팔이’로 낮춰 소개한 40대 중소기업 대표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폰팔이는 휴대폰 판매원을 비하하는 대표적 멸칭이다. 그는 연 매출 500억원 규모로 대리점 50여 개를 운영한다고 했다. AI 스타트업은 비싼 인재 모셔오려 전쟁을 벌인다지만, 이 회사에는 고교 중퇴한 청년들이 부지기수다. 아침에 입사해 저녁에 퇴사하는 이들도 숱하다. 1년에 직접 보는 면접이 300번 이상. 지원자에게 “꿈이 있냐”고 물으면, 있다고 답하는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심지어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청년들에게서 ‘하얀 A4 용지’라는 공통점을 찾았다. 그 텅 빈 도화지에 개인의 꿈을 그리게 했다. 그러자 차를 갖고 싶다, 집을 사고 싶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다른 회사처럼 타인과의 줄 세우기 실적 경쟁을 시키지 않는다. 오직 직전 달의 자신과만 싸우게 한다. 남을 이기는 1등에게 상을 주는 게 아니라, 과거의 나보다 성장했을 때 함께 축하하고 상을 준다. 이 투박한 시스템을 통해 그는 회사도 키우면서 자립한 청년 200여 명을 길러냈다.

청년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젊은 말투 흉내 내며 씩 웃는 값싼 ‘야호’가 아니다. 주식 신기루 보여주며 카지노로 떠미는 부추김은 더욱 아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소박한 꿈을 비웃지 않는 진짜 어른과의 연대 아닐까. 차 사고 집 사고 싶다는 당연한 열망을 하얀 A4 용지에 함께 그리는 실질적 도움 말이다. 젊은 세대에 얄팍하게 무임승차하며 ‘힙한 중년’인 척하는 어른은 가라. 딛고 설 진짜 삶의 토대를 내어주는 것, 그것이 이 무책임한 구조를 만든 기성세대가 져야 할 ‘어른의 책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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