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될까 봐 줄섰다" 패딩도 싹쓸이…계산대기줄 꽉 찬 이유 [덕질경제학]
붕괴 스타레일 전시 주말·공휴일 매진
전시·굿즈·패션까지, 경계 없는 IP 소비
블루아카이브X무신사도 사흘 만에 품절

지난 17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 아이스링크 인근 이머시브 플랫폼 딥(DEEP). 전시가 시작된 지 30분이 지났지만, 입구에서 시작된 줄은 출구를 돌아 이어졌다. 현장 입장 대기열도 전시장 외벽을 따라 길게 늘어섰다. 호요버스의 서브컬처 역할수행게임(RPG) '붕괴: 스타레일'의 3주년 기념 몰입형 체험 전시를 찾은 팬들이다. 일부 관람객들은 "굿즈가 품절될까봐 전시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왔다"고 말했다.
서브컬처 게임 팬덤 사이에서 '덕질 소비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이들은 게임 안에서만 지갑을 열지 않았다. 전시를 찾고 굿즈를 구매하는 것은 물론 패션 브랜드 협업 상품까지 적극 소비하면서 서브컬처 게임 팬덤은 전시와 팝업, 브랜드 협업 등 오프라인 IP 비즈니스의 흥행을 이끄는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450평 전시장 채운 '덕질 코스'…계산 대기줄까지 '빽빽'

서브컬처 팬들은 단순히 전시를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게임 속 세계관을 체험하고, 전시 한정 굿즈를 구매하는 것까지를 하나의 '덕질 코스'로 즐겼다. 국내 최초로 열린 이번 몰입형 전시는 공휴일과 주말 입장권이 일찌감치 매진될 만큼 관심을 끌었다.
전시장에 들어선 팬들은 일제히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안내가 끝나자마자 QR코드를 스캔하며 미션을 수행했다. 입구 초반 이벤트 구간에는 관람객이 몰려 잠시 병목현상이 빚어졌다. 이들은 게임 캐릭터로 분장한 직원과 사진을 찍거나 전시물을 촬영하기도 했다. 3년간의 게임 역사를 담은 몰입형 영상이 끝난 다음에는 곳곳에서 "생각보다 재밌다", "의외로 감동했다"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전시에서 팬들이 느낀 감동은 굿즈 소비로도 이어졌다. 450평 규모의 전시장을 돌고 나오면 바로 나오는 굿즈샵은 계산 대기 줄로 공간 일부가 꽉 차 있었다. 쇼핑백을 양손에 들고나오던 김모씨(30)는 "친구 것까지 대신 사느라 많이 샀다. 제 것으로 산 것만 10만원 된다"며 "오픈 배타일 때부터 게임을 하고 크리에이터 활동도 했다. 굿즈가 품절될 까봐 일찍 들어가기 위해 한 시간 일찍 왔다"고 말했다.
굿즈샵 출구 밖에는 랜덤 포토카드를 교환하거나 랜덤 굿즈를 뜯어보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희귀한 굿즈가 뽑히면 환호하는 팬들도 있었다. 코어팬들 뿐만 아니라 게임을 한 지 오래되지 않은 팬들도 전시회를 찾았다. 박지수 씨(29)는 "한 지 1년은 안 됐다. 그런데도 전시회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조형물도 잘 되어 있고 음악, 향까지 좋더라. 특히 마지막 몰입 영상물 하나만으로 입장료 가치를 다 한 거 같다"고 했다.
이 같은 흥행은 전시에만 그치지 않는다. 붕괴: 스타레일'은 3주년 업데이트 이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가 86위에서 5위로 뛰었고,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업데이트 직후 매출 1위를 기록했다. 탄탄한 팬덤을 기반으로 게임 안팎의 소비가 함께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여름인데 '경량패딩'도 순위권…콜라보 흥행 이끄는 팬덤

이처럼 팬들의 게임 밖 소비가 늘면서 서브컬처 게임은 협업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탄탄한 팬덤을 기반으로 협업 상품 역시 출시 직후 품절되는 사태가 잇따르면서 서브컬처 게임이 '콜라보 흥행 보증수표'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신사와 협업을 진행한 블루 아카이브는 협업 시작 사흘 만에 주요 상품이 품절됐다. 인기 상품은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한여름에도 경량 패딩이 무신사 애플리케이션(앱) 내 전체 인기 상품 순위 7위에 올라갈 정도였다. 이외에도 자켓, 티셔츠, 볼캡, 아크릴 스탠드가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게임 매출도 탄탄하다. 블루 아카이브는 올해 1월 5주년 업데이트 이후 일본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했다. 탄탄한 게임 내 팬덤이 게임 밖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서브컬처 게임의 경쟁력이 높은 충성도에서 나온다고 본다. 일반 게임 이용자는 주로 게임 자체를 소비하는 데 집중한다면, 서브컬처 팬들은 캐릭터와 세계관까지 함께 소비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굿즈와 팝업, 브랜드 협업 등 게임 밖으로 IP를 확장하기도 수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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