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멀리 있지 않다… 한국 축구가 양궁에서 배워야 할 것

최유한 2026. 7. 2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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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을 만든 건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
새 출발을 선언한 한국 축구가 돌아봐야 할 원칙
(MHN 최유한 기자) 한국 축구가 다시 출발선에 섰다.
출처:연합뉴스

13년 동안 대한축구협회를 이끌었던 정몽규 체제가 막을 내렸다. 팬들은 새 집행부와 차기 국가대표 감독 선임을 바라보며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회장이 바뀌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한국 축구가 바꿔야 할 것은 사람보다 시스템이다.

답은 멀리 있지 않다. 이미 한국 스포츠 안에 존재한다. 바로 대한양궁협회다.
출처:대한양궁협회

한국 양궁은 수십 년 동안 세계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꾸준히 정상권을 유지했고, 대표 선발 과정 역시 세계에서 가장 공정한 시스템 중 하나로 꼽힌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대기업의 지원 덕분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꾸준한 투자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돈의 규모가 아니라 돈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양궁협회는 오랫동안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해왔다. 선수 선발은 이름값이 아니라 기록으로 결정되고, 지도자 역시 전문성을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협회가 해야 할 일은 최고의 환경을 만드는 것이지 경기장 안까지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는 철학이 자리 잡았다.

이 원칙은 최근에도 이어졌다.

대한양궁협회는 2028 LA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컴파운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탈리아 출신 세계 정상급 지도자인 세르지오 파그니를 기술 감독으로 선임했다. 과거에도 외국인 지도자를 기용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국적이 아닌 전문성을 선택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외부의 경험을 받아들이는 유연함을 보여준 것이다.
출처:대한양궁협회 SNS / 이탈리아 출신 세르지오 파그니 컴파운드 대표팀 기술 감독

결국 양궁은 특정 인물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조직이 아니다.

공정한 대표 선발 시스템, 전문가 중심의 지도 체계, 협회의 지원과 현장의 자율성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세계 최강이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반면 한국 축구는 최근 몇 년 동안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대표팀 감독 선임 때마다 논란이 반복됐다. 전력강화위원회가 존재했지만 실제 과정은 투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기준보다 개인의 판단이 앞섰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팬들이 분노한 이유도 단순히 성적 때문은 아니었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설명이 부족했고, 어떤 기준으로 감독을 선임했는지 알기 어려웠다. 결과보다 과정이 신뢰를 잃은 것이다.

하지만 한국 축구도 성공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출처:연합뉴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협회는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선수 선발과 팀 운영의 전권을 보장했다. 기존 관행보다 전문성을 우선했고, 외부의 간섭을 최소화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역시 비슷했다. 충분한 검증을 거쳐 감독을 선임했고, 선임 이후에는 외풍보다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월드컵 16강이라는 성과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결국 한국 축구는 답을 몰랐던 것이 아니다.

이미 한 차례 성공을 경험했고,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었다. 문제는 그 시스템을 꾸준히 유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최근 축구협회를 둘러싼 논란은 국회에서도 다뤄졌다. 공적 영역인 만큼 협회 운영을 점검하고 행정을 검증하는 일은 필요하다. 국민적 관심을 받는 종목인 만큼 책임 있는 감시 역시 당연하다.

다만 한국 축구가 정치적 공방의 소재가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선수와 지도자, 협회 관계자들이 정치권 논란 속에 반복적으로 소환되는 모습은 축구 발전과는 거리가 있다.

축구는 정치의 논리가 아니라 스포츠의 원칙으로 해결해야 한다.

팬들이 원하는 것도 정치적 해석이 아니다.
출처:문화체육관광위원회 / 국회 청문회 참고인으로 채택된 손흥민과 황희찬

누가 어느 자리에 앉느냐보다 공정한 절차가 만들어지는지, 전문가가 존중받는 구조가 자리 잡는지, 협회가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새 회장이 취임했다고 모든 것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유명 감독을 선임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진짜 변화는 시스템에서 시작된다.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을 유지하는 이유도 특정 기업이나 특정 인물 때문만은 아니다. 공정한 선발, 전문가 중심의 운영, 필요하다면 외국인 지도자까지 받아들이는 개방성, 그리고 지원과 간섭을 구분하는 원칙이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도 답은 이미 알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다른 변화의 약속이 아니다.

팬들이 다시 대표팀을 믿고 경기장으로 향할 수 있도록, 그 약속을 시스템으로 증명하는 일이다.
출처:대한축구협회 / 관중들로 가득 찬 상암월드컵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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