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땅 팔아 ‘1400억’ 실탄···자이에스앤디, 사업 재편 속도 낼까
주택 수주 늘었지만 적자 지속···시니어·자체개발 성과 관건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GS건설 자회 자이에스앤디가 서울 서초동 임대주택 부지를 1400억원에 매각하고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낸다. 장기간 표류한 사업을 정리하는 동시에 정비사업과 자체개발, 시니어·시설관리 사업 등에 투입할 재원을 확보했다.
주택사업 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매각대금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향후 실적을 가를 전망이다.
◇ 7년 묶인 서초 부지 1400억원에 매각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이에스앤디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1592-10번지 일대 토지와 건물을 홈에이스에 1400억원에 양도하기로 했다. 매각액은 지난해 말 연결 자산총액의 11.77%에 해당한다. 회사는 매각 목적을 신규·핵심 사업 투자 재원 확보라고 밝혔다.
매각대금 가운데 계약금 140억원은 지난달 계약 체결과 함께 받았다. 나머지 잔금 지급과 양도 등기는 오는 12월 24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사업은 맞은편 서초센트럴아이파크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주민들은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조망권과 일조권 침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법적으로 건축이 가능한 부지였지만 민원이 장기화하면서 착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자이에스앤디는 부지를 사들인 지 7년 만에 사업을 정리하게 됐다.
단순 매입가와 매각가의 차이는 728억원이다. 다만 이를 모두 처분이익으로 볼 수는 없다. 올해 1분기 보고서에 잡힌 서초동 투자부동산 장부가액은 851억1300만원이다. 매각가와 장부가의 차이는 약 549억원이다. 세금과 거래비용 등을 제외하기 전 기준으로 550억원 안팎의 처분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 현금 3807억원 보유···유동성 확보 목적은 아냐
이번 매각을 유동성 부족에 따른 자산 처분으로 보기는 어렵다. 자이에스앤디의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33억원이다. 단기금융자산 1774억원을 더하면 단기간 활용할 수 있는 금융자산은 3807억원에 달한다.
같은 시점 단기금융부채는 973억원, 장기금융부채는 67억원이다.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자산이 금융부채보다 2767억원 많다. 매각을 마치면 보유 현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매각은 유동성 보강보다 투자 가능한 현금 규모를 확대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매각액 1400억원은 지난해 자이에스앤디가 거둔 연결 영업이익 125억원의 11배를 웃돈다. 기존 현금까지 고려하면 정비사업과 자체개발 사업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신규 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다.
다만 회사는 매각대금의 사업별 배분 계획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공시에는 신규·핵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만 밝혔다. 투자 규모와 자금 회수 기간에 따라 향후 재무 구조와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 2년 새 매출 1조원 감소···수익성은 회복

자회사 자이씨앤에이가 수행하던 반도체와 배터리 공장 등 대형 건축 현장이 마무리된 영향이 컸다. 건축사업 매출은 2023년 1조8195억원에서 2024년 1조476억원, 지난해 9337억원으로 축소됐다.
수익성도 흔들렸다. 연결 영업이익은 2023년 1266억원에서 2024년 24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125억원으로 회복했지만 2023년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올해 들어서는 실적 회복 조짐이 나타났다. 1분기 매출은 2703억원으로 전년 동기 3127억원보다 13.6%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11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106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이익도 8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건축사업 원가율이 개선된 데다 홈솔루션 사업이 안정적인 이익을 낸 영향이다.
올해 1분기 매출 가운데 건축사업은 1695억원으로 전체의 62.7%를 차지했다. 홈솔루션은 698억원으로 25.8%, 주택사업은 310억원으로 11.5%였다.
건축사업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반도체·배터리 공장과 데이터센터 등 대형 프로젝트의 발주와 공정 시점에 따라 전체 매출이 크게 움직이는 구조다. 자이에스앤디가 주택과 자체개발, 시설운영 사업 등을 확대하는 것도 건축사업에 쏠린 실적 변동성을 낮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주택 수주 3배 늘었지만 296억원 적자
사업 재편의 첫 번째 축은 주택사업이다. 자이에스앤디는 대형 재건축·재개발보다 500가구 안팎의 중규모 정비사업과 도심 주상복합, 자체개발 사업 등을 중심으로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주택사업 신규 수주액은 1조1487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 3849억원보다 세 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매출은 같은 기간 2473억원에서 1315억원으로 감소했다. 기존 현장이 준공된 가운데 신규 수주 사업장의 착공이 본격화하지 않은 영향이다.
올해도 수주는 이어지고 있다. 자이에스앤디는 지난 3월과 4월 마포구 망원동 가로주택정비사업 2곳을 각각 1055억원과 467억원에 수주했다. 검암역세권지구 공동주택 사업은 1575억원, 부산 수안동 반도보라맨션 소규모재건축은 1091억원 규모다. 이들 4개 사업의 계약금액만 4188억원에 달한다.

다만 수주 증가가 실제 이익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주택사업은 2023년 127억원, 2024년 408억원, 지난해 29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주택사업 매출총이익은 흑자로 전환했지만 대손상각비 305억원이 반영되면서 적자가 이어졌다.
올해 1분기에도 주택사업은 매출 310억원에 영업손실 24억원을 냈다. 전년 동기 영업손실 23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수주한 사업장이 착공 단계로 넘어가 매출이 늘더라도 공사원가와 금융비용을 관리하지 못하면 외형 확대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착공 시점도 변수다. 검암역세권 사업은 올해 착공이 예정돼 있지만 망원동과 수안동 사업은 대부분 2027년 이후 착공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확보한 수주가 매출과 이익으로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 주택관리 떼어내고 시니어 사업은 확대
자이에스앤디는 주택사업과 함께 주택 관리·운영 분야도 재편하고 있다. 홈솔루션 사업은 스마트홈과 시설관리 등 주택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문으로 회사의 안정적인 수익원이다. 지난해 홈솔루션 매출은 3224억원, 영업이익은 368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연결 영업이익이 125억원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홈솔루션이 건축사업의 이익 감소와 주택사업 적자를 보완한 셈이다.
자이에스앤디는 홈솔루션 사업 가운데 일반 공동주택 관리를 정리하고 시니어 주거·돌봄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기존 주택관리사업 가운데 노인복지주택 위탁운영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을 물적분할했다. 신설법인 제일에스테이트서비스의 지분 전량은 홈솔루션 유한회사에 매각했다. 일반 공동주택 관리사업은 정리하면서 시니어 주거 운영사업은 회사에 남긴 것이다.
올해는 시니어 돌봄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지난달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첫 시니어 주간보호시설인 SD강서데이케어센터를 열었다. 연면적 725㎡ 규모로 신체·인지 프로그램과 건강관리, 식사, 차량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이에스앤디 관계자는 "강서구에서 운영 경험을 쌓은 뒤 서울 전역으로 돌봄 거점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시설관리와 노인복지주택 위탁운영 경험을 활용해 시설을 장기간 운영하고 수익을 얻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니어 사업은 초기 단계로 데이케어센터 한 곳이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추가 출점 속도와 이용률, 인건비 부담 등에 따라 사업성이 갈릴 전망이다. 향후 노인복지주택 개발과 운영까지 사업 범위를 넓힐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초동 부지 매각으로 신규 투자 여력은 커졌지만 매각차익은 일회성에 그친다"며 "확보한 자금을 어디에 투자해 꾸준한 수익을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사업의 적자를 줄이고 시니어 주거·돌봄과 시설관리 사업을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키울 수 있을지가 향후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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