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차 커도 무조건 만들어야”...천재 교수가 ‘자체 AI’ 고집하는 이유

정호준 기자(jeong.hojun@mk.co.kr) 2026. 7. 2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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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어처리 분야 석학 김윤형 MIT 교수
美 수출통제 언제든 가능
韓 자체기술 반드시 필요
기업별 활용역량 높아지고
AI 생태계 유지 가능해져
김윤형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전기전자공학·컴퓨터과학부(EECS) 교수가 최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근에서 매일경제신문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 네이버]
“최고 성능을 가진 미국의 프런티어 인공지능(AI) 모델을 따라잡기 너무 어려운 것은 맞습니다. 그렇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같은 세계 최고 AI 기업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놀라운 성능의 AI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와 LG 등 국내 기업들도 이를 따라잡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격차는 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자연어처리 분야 글로벌 석학으로 꼽히는 김윤형 메사추세츠공대(MIT) 전기전자공학·컴퓨터과학(EECS)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체 AI 기술 개발은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프런티어급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한국의 AI 기술과 인재 수준이 한 단계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 데이터와 인프라, 기술로 구성된 독립적인 AI를 의미하는 소버린 AI에 대한 논의는 2022년 챗GPT 출시 때 처음 등장했다. 올해 들어 앤트로픽의 ‘미토스’ 모델 등장과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사태가 터지며 소버린 AI에 대한 논의는 다시 불이 붙었다.

김 교수도 “AI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각국의 국방·안보 문제와도 연결된다. 미국 정부의 AI 모델 수출 통제 사태에서 보듯 미국 정부가 외국인은 미국의 프런티어 모델을 쓸 수 없게 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라며 “실패하더라도 반드시 도전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통계학 석사 과정에 있을 때 머신러닝을 처음 접한 김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컴퓨터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본격적으로 AI 연구자의 길을 걸었다. 그가 석사 과정 때 냈던 합성곱신경망(CNN) 관련 논문은 2만회 이상 인용되며 자연어처리 분야 딥러닝 연구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

김 교수는 “자체 기술을 갖고 있냐 없냐는 기업들이 에이전트 환경을 설계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에이전트가 프런티어급 성능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각 에이전트에 맞는 자체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에이전트 시대에는 단일 모델만을 활용해 질의응답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많은 모델과 시스템을 연결해 활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수 없듯, 속도와 효율성이 중요한 에이전트에는 가성비 좋은 소형 모델을 탑재하는 식이다.

김 교수에게 AI 시대의 교육 방향에 대해 묻자 “구조적 사고와 같은 근본적인 역량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를 잘 쓰기 위해서는 자신의 논지를 구조화하는 사고가 필요하다”며 “AI가 어떻게 구동되는지를 이해하는 동시에, AI에게 맡길 영역이 무엇인지를 학생들이 내재화하게끔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2년부터 네이버 협력해 검색 AI 연구
네이버 검색에 도입된 ‘AI 탭’ [사진 = 네이버]
김 교수는 지난 2022년부터 네이버와 협력해 네이버의 AI 검색을 구동하는 기술을 함께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다. 미국 내 네이버의 AI 센터인 네이버 서치 US를 통해서다. 특히 최적의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쇼핑과 지도 등 네이버의 다양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에이전트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김 교수는 “네이버 안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모두 해결하는 ‘네이버 이즈 올 유 니드(NAVER is all you need)’를 구현하기 위한 선행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난달 정식 출시된 네이버의 대화형 검색 ‘AI 탭’에도 기여했다. 이같은 서비스는 단순히 효율적인 모델을 넘어 에이전트 구조인 ‘하네스’를 어떻게 설계하는지가 핵심이다. 에이전트 하네스를 어떻게 설계하는지가 서비스의 속도와 품질, 비용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한 에이전트가 특정 영역에 특화돼 있으면, 다른 에이전트들은 각자 다른 역할을 하면서 중앙 에이전트에 답을 보낸다”며 “그러면 중앙 에이전트가 답변을 검토하고 제일 좋은 답변을 찾는 식”이라고 말했다.

올해 김 교수가 네이버 서치 US와 함께 연구해 ‘국제머신러닝학회(ICML) 2026’에 채택된 논문인 ‘플로우봇(FlowBot)’도 이 지점을 파고든 연구 결과물이다.

플로우봇은 다양한 에이전트들이 함께 일하는 방식을 설계할 때 에이전트들이 어떤 순서로 작업해야 하는지 인간이 설계하지 않아도 AI가 스스로 찾아내고 학습하는 엔지니어링 기술이다. 김 교수는 “네이버는 검색 에이전트와 쇼핑 에이전트 등이 있는데, 이런 에이전트의 워크플로를 도메인마다 직접 만들려면 손이 많이 간다”며 “플로우봇은 이러한 에이전트의 워크플로 자체를 머신러닝처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네이버의 차별성에 대해 “구글은 검색이 메인이고, 네이버는 포털 사이트”라며 “네이버는 쇼핑, 플레이스 등 다양한 도메인을 갖고 있다 보니 네이버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범위가 더 넓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양한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큰 축은 연내 출시 목표인 헬스 에이전트”라며 “건강 영역은 할루시네이션(환각)이 하나만 발생해도 매우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검증 레이어를 어떻게 설계할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자로서 김 교수는 현재 LLM의 보편적인 구조인 트랜스포머 아키텍처의 다음 단계, 즉 차세대 아키텍처를 연구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10년 동안 AI는 계속 트랜스포머 기반으로 발전해 왔지만, 트랜스포머가 아키텍처의 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차세대 아키텍처를 연구의 가장 큰 축으로 가져가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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