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日과도 ‘피지컬 AI’ 연합군 형성… 韓 경쟁자 부상, 속도 내야
인프라부터 로봇·반도체까지 협력 확대
'클라우드 AI' 뒷받침 피지컬AI 승부수
선진 제조·부품 日기업, 韓 경쟁자 부상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의 최근 일본 방문을 계기로 일본의 인공지능(AI) 산업 전략의 윤곽이 드러났다.
미국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젠슨 황과 일본 기업 및 정부가 엔비디아 기반 '피지컬 AI 연합군'을 형성키로 했다고 19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일본이 '피지컬 AI'를 국가 성장전략의 핵심으로 선언하고 엔비디아도 일본과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젠슨 황 CEO는 방한해 한국 기업들과 피지컬 AI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일본에서도 같은 포석을 놓은 것이다. 황 CEO는 지난 15~16일 이틀 동안 도쿄에 머물며 일본 정부와 반도체 공급망 기업, 로봇 제조업체, 자동차 기업 등을 잇달아 만나 다양한 협력 방안을 밝혔다.
그는 앞서 대만과 한국을 방문한 데 이어 일본에서도 AI 인프라 구축부터 반도체 소재, 로봇,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테크크런치는 이번 방문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분야로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AI 프로젝트 '노에트라'(Noetra)를 꼽았다. 일본은 소프트뱅크, 소니, NEC, 혼다 등 약 40여개 기업이 참여하는 국가 차원의 AI 프로젝트를 통해 로봇과 공장, 교통 시스템 등에 적용될 자체 AI 기반 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엔비디아는 차세대 AI칩 기반 데이터센터 구축을 지원하며 핵심 연산 인프라를 공급하게 된다. 일본은 AI 모델의 주권은 확보하되 연산 플랫폼에서는 엔비디아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구조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 매체의 분석이다.
황 CEO는 이번 행사에서 "AI의 다음 전장은 현실 세계"라며 제조업 경쟁력을 갖춘 일본이 피지컬 AI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전략은 일본의 대표 로봇 기업들과의 협력에서도 확인됐다. 엔비디아는 화낙(FANUC), 야스카와전기, 가와사키중공업, 후지쓰, 히타치, NEC, 소니, 소프트뱅크, 쿠보타 등이 참여하는 로봇 생태계와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엔비디아는 로봇 내부에서 직접 AI를 구동할 수 있는 '코스모스 3 엣지' 플랫폼을 공개하며 공장 자동화와 산업용 로봇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일부 기업은 이미 공동 제어 시스템 시험에 착수했고, 혼다연구소와 오므론 등도 관련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협력이 확대된다. 일본 최대 자동차기업 도요타는 엔비디아의 AI 플랫폼을 차량용 시스템과 생산라인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는 엔비디아가 자동차용 AI 플랫폼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려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테크크런치는 이번 방일에서 황 CEO는 엔비디아가 AI 반도체를 판매하는 기업에서 그치지 않고 각국의 산업정책과 제조 혁신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했고,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일본이 제조 및 부품 산업의 강점을 통해 AI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가운데 엔비디아는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AI 소프트웨어를 모두 연결하는 중심축 역할을 맡게 됐다는 것이다.
매체는 일본이 앞으로 AI 주권 확보와 제조업 경쟁력 회복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진하는 과정에서 엔비디아와의 협력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번 황 CEO의 방문은 세계 AI 경쟁이 거대언어모델(LLM) 중심에서 로봇과 자율주행, 스마트공장 등 현실 세계를 움직이는 피지컬 AI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는 젠슨 황 CEO가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LG전자, 두산그룹 등과 잇달아 만나 피지컬 AI 협력 확대를 논의했던 행보와도 맞닿아 있다. 당시 엔비디아는 한국의 AI 반도체와 메모리, 자동차, 로봇 제조 역량을 피지컬 AI 시대의 핵심 축으로 평가하며 협력 의지를 확인한 바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경쟁력을 갖춘 한국과 일본이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차세대 산업 생태계 구축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셈이다.
일본이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와 로봇 산업을 앞세워 속도를 높이고 있는 만큼 메모리와 반도체, 자동차, 조선, 스마트팩토리 등에서 강점을 가진 한국도 피지컬 AI를 국가 전략으로 묶어 산업 전반의 협력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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