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ETF 기본예탁금 ‘3000만원’ 상향… 전문가들 “의미 있는 조치” vs “미봉책”
“고위험 상품 본질 감안한 의미있는 대책”
“수급 왜곡 따른 변동성 제어엔 한계”

금융 당국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기본 예탁금을 기존 대비 3배 높은 3000만원으로 올리는 고강도 대책을 내놨다. 개인 투자자의 무리한 진입을 차단해 대규모 손실을 방지하려는 취지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과열된 시장 분위기를 한 김 식히는 응급처치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진입 장벽만 높이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변동성을 잡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거쳐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에 투자할 때 필요한 기본 예탁금이 3000만원으로 올라가고, 대용 증권 없이 현금으로만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매매수량 단위 역시 1주에서 20주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준서 한국증권학회 회장은 “고위험 상품이라는 본질에 맞도록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의미 있는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이 상품은 당초 개인 투자자보다는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의 위험 헤지(위험 분산)와 차익 거래를 위해 설계된 위험도가 높은 상품”이라며 “향후 새롭게 유입될 수 있는 무리한 투자자들의 진입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점에서 확실한 보호 효과를 지닌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예탁금 기준을 높이고 허들을 만드는 방향성 자체는 타당하다”며 “거래가 지나치게 과열되지 않도록 분산시키고 괴리율을 줄여 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하는 조치로서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대로 소액 투자자들의 수익 창출 기회를 뺏는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도 따를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 회장은 “소액으로 고위험·고수익을 노리던 일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수익 창출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완책이 충격을 잠시 미루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현재 국내 증시는 구조적 수급 왜곡으로 변동성이 극도로 커진 상태라, 단순 진입 장벽 상향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에서는 향후 투자자 교육이나 거래 자격 요건 강화 같은 후속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애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개 종목만 레버리지 ETF를 허용하면서 과도하게 자금이 쏠린 상태”라며 “이번 조치는 결국 시장 충격의 강도를 조금 줄여주는 완충 장치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외신에서도 한국 증시의 지나친 투기성 전환에 대해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9일(현지 시각) “이재명 한국 대통령의 증시 부흥에 대한 꿈이 레버리지 ETF 때문에 역풍을 맞고 있다”며 “한국 증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혁신이 이 대통령에게 골칫거리로 변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 대통령이 주주 가치를 끌어올리고 한국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바꾸겠다는 약속으로 낙관론을 이끌었고, 이에 힘입어 코스피가 올해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지난 5월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하루 등락률 2배 추종) 등으로 현재 한국 증시가 지나치게 투기적으로 변해 도박판을 닮아간다는 비판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다만 이 대통령이 레버리지 ETF 도입을 직접 승인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며 비판의 상당 부분은 금융 당국과 행정부를 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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